롤스로이스 고객이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 입맛에 맞는 옵션을 선택해 넣을 수 있는 비스포크를 경험할 수 있다. 커다란 편의 및 안전장치부터 실내 바느질 색깔, 문짝을 꾸미는 나무의 결까지 매우 광범위한 주문제작을 통해 나만의 차를 꾸밀 수 있다. 물론 두꺼운 책자 몇 권을 보면서 상담해야 하며, 주문제작에 걸리는 시간도 천차만별이다. 

15일 서울 반얀트리 호텔에서 열린 롤스로이스 전시회, ‘일루미네이트 유어 센스’에서는 다양한 비스포크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실제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전담 부서에서 근무중인 사람들이 나와 다양한 롤스로이스 주문 제작 이야기를 들려줬고, 그들이 생각하는 롤스로이스의 가치와 철학도 살펴볼 수 있었다. 

부품이 아닌 작품, 작업실은 매우 조용해

“자동차 부품이 아닌 하나의 작품을 만듭니다” 비스포크 부서 중 내외관 세부 페인트를 담당하는 관계자가 말한 첫 마디였다. 그녀는 센터페시아 패널이나 팔걸이, 문짝 부분에 정교한 그림을 그려 넣기도 하고 보닛과 천장에 커다란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주문 제작 질문에는 자선행사를 위해 그린 보닛 그림이라고 말하며, 보닛 전체를 담을 만한 녹색으로 그린 사자 그림과 이것을 아이들의 손 자국처럼 표현했는데 가장 의미가 남는다고 말했다.

도장면에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 유화 페인트는 생각보다 정교하고 꼼꼼했다. 붓의 결이 그대로 살아있으며 다양한 색의 조합으로 덧칠 작업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3~4차 도색까지 이뤄지기 때문에 마르는 시간과 작업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고 덧붙였다. 그림을 그리는 공간은 매우 조용한 미술작업실 같다고 했다. 선배 작업자들은 민감한 소리에도 그림을 그릴 수 없기 때문에 행사장에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그 만큼 정성과 시간,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정교한 시계를 만드는 것과 같다

바로 옆에는 직접 센터페시아에 들어가는 나무를 켜고 조합을 맞추는 과정이 시연됐다. 우드트림 역시 고객이 원하는 나무의 종류와 색깔, 결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나무는 크게 14가지 종류로 되어있고, 나무 속에 어떤 장식을 넣느냐에 따라 최종 완성품은 수백 수천 가지에 이른다. 보통 제작은 40~80일 정도 걸리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고객과 디자인 상담을 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또, 요즘에는 단순히 나무 선택뿐만 아니라 나무 속에 문양을 넣고 그림을 그리는 주문도 많이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양은 나무 결을 얇게 펴낸 다음 조작조각 이어 붙이는 형식을 사용한다. 정교한 작업이 요구되기 때문에 나무 안쪽과 바깥쪽 모두 강한 불빛을 비추고 미세한 도구를 이용해 만든다고 말했다. 롤스로이스 비스포크 우드트림 담당자는 “마치 정교한 시계를 조립하는 것과 같다”며, “고객이 상상하는 것을 현실화 해주는 것이 비스포크의 장점이자 핵심”이라고 말했다.

신기술과 전통방법의 조화

한쪽에는 머리 받침대나 실내 곳곳에 마감된 가죽 소재에 자수를 넣는 작업이 진행됐다. 이 곳에서는 미리 입력해둔 모양이나 글자를 넣으면 바로 자수를 새기는 기계가 눈에 띄었다. 왠지 롤스로이스는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이뤄질 줄 알았는데 커다란 기계를 보니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롤스로이스 관계자는 “우리는 최신 기술과 전통적인 기술을 혼용해서 사용한다”며, “기계를 사용하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고 손으로 하는 게 좋은 작업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을 놓고 조화를 이뤄 만든다”고 말했다.

최근에 만난 베트남 고객의 경우 역사적인 문화 취향을 차에 녹이고 싶어해서 만든 적이 있는데 매우 인상 깊었고, 몇 년 전에는 중국에서 말의 해를 기념해 말과 관련된 형상 등을 사용해서 주문 제작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자수의 상태를 점검하고 시연을 보인 작업자의 손길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고 꼼꼼했다.

다양한 비스포크 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느 것 하나 대충 넘기는 법이 없었다. 아주 작은 부품 하나하나도 작품을 내 놓는다는 생각으로 느리지만 정교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롤스로이스 주문제작 방법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일루미네이트 유어 센스 전시회’는 오는 17일까지 서울 반얀트리 호텔에서 진행된다. 롤스로이스 대표 엔지니어링 기술과 감각적인 디자인, 장인정신 등을 오감을 통해 경험할 수 있으며 VIP고객은 물론 일반 고객들도 관람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사전 등록을 완료한 일반 관람객을 위한 퍼블릭 세션은 17일 오후 3시반부터 5시반까지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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