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의 매력에 푹 빠진 많은 사람들이 독특한 자전거, 더 나아가 하나뿐인 나만의 자전거를 원한다. 마니아들 중에는 자전거를 단순한 탈것이 아닌 라이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아이템으로 활용하고, 또한 ‘어떤 자전거를 타느냐’에 라이더의 스타일과 성격 등이 드러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단순히 가볍고 빠르고 비싼 자전거는 자전거 숍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평소 꿈꿔왔던 디자인의 프레임에 원하는 부품들로 조립한 ‘드림바이크’를 탄다면 자전거의 금전적 가치를 떠나 그 어떤 자전거보다 멋지고 소중하지 않을까?

‘8.5 TELAI’는 나무로 자전거 프레임을 만드는 이탈리아의 밀라노의 공방이다. 창립자인 Alberto Podeschi는 원래 제품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디자이너로 알파로메오를 비롯한 여러 디자인 회사에서 일한 경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는 자전거의 스케치를 3D로 옮기는 과정에서 우연히 나무 자전거의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자전거를 만들기 시작했고, 결국 8.5 TELAI라는 공방을 차려 올해로 3년째를 맞이했다. 

8.5 TELAI는 나무로 자전거 프레임을 만드는 유일한 공방은 아니다. 그러나 소규모 주문생산방식을 고수하는 공방들과 달리 8.5 TELAI는 양산이 가능한 나무 프레임을 제작하며 최근 킥스타터를 통해 나무로 만든 싱글스피드 자전거 프레임의 주문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8.5 TELAI의 나무 자전거 프레임은 나무판을 여러 장 겹쳐 붙인 합판을 가공해서 만든다. 컴퓨터를 이용해 디자인한 그대로 나무판을 자르고, 나무판의 표면에는 레이저를 이용해 무늬를 넣거나 문구를 새기는데 이러한 방식을 이용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나무를 이용한 자전거 프레임을 양산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특히 프레임의 재료로는 선박용 목재를 사용하며, 방수처리를 통해 물에 젖더라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

8.5 TELAI의 나무 자전거 프레임은 2가지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프레임만 혹은 완성차를 구입할 수 있는데 현재 킥스타터를 통해 구매자를 모집하고 있다. 커스텀 옵션이 들어가지 않은 가장 기본적인 프레임의 가격은 870유로다. 완성차를 구입할 경우 부품 사양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8.5 TELAI가 나무 자전거와 프레임의 판매 뿐 아니라 이탈리아 밀라노의 공방에서 프레임 디자인과 제작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 프로그램의 참가비는 1650유로로 항공권은 포함되어있지 않다.

또한 자신이 스케치한 자전거를 8.5 TELAI에 보내 이를 실제 자전거로 제작할 수도 있다. 원하는 모양으로 자유롭게 자전거를 디자인하고 나무 표면에 무늬를 넣을 수 있으며 핸들바를 포함한 자전거 프레임의 가격은 2150유로다.

물론 이렇게 만들어진 8.5 TELAI의 나무 자전거는 같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알루미늄이나 카본 로드바이크와 비교해 훨씬 무겁고 주행성능 또한 낮을 것이다. 하지만 자전거의 성능보다도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하나뿐인 자전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어쩌면 또 다른 예술가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그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새로운 작품이 탄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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