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된지는 조금 시간이 지났지만 자전거시장에서 아직까지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컴포넌트를 꼽으라면 역시 스램의 무선 전동 구동계인 레드 이탭(RED eTAP)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난 3월 국내 출시되어 이미 이를 실제로 경험해본 라이더들도 있겠지만, 스램 레드 eTAP은 여전히 찾는 사람의 수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소문이 돌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컴포넌트이며, 그 성능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 또한 많다.

실제로 수입사에서도 시승가능한 자전거가 없었을 만큼 그 수가 부족했고, 라이드매거진도 이제야 겨우 자전거와 함께 제품을 받아 테스트 라이딩을 해볼 수 있었으니 그 인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레드 eTAP은 스램의 국내 공식 디스트리뷰터인 HK코퍼레이션이 국내 공급을 담당하며, HK코퍼레이션은 국내의 전통 있는 고급자전거 브랜드 첼로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다. 스램과 첼로 두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특별한 자전거를 통해 스램의 최신 컴포넌트 ‘레드 eTAP’과 ‘쿼크 파워미터’, 그리고 금산인삼-첼로 팀에 공급되어 국내브랜드로는 현재 유일하게 UCI 콘티넨탈 팀이 사용하는 레이스바이크인 ‘레퍼런스’를 라이드매거진이 직접 만나보았다.

 

다시 만난 레드 eTAP

이미 몇 차례의 ‘프리뷰’를 통해 레드 eTAP을 만나보았지만 실제로 ‘뚝딱거리면서’ 만질 기회는 별로 없었기에 다시 만난 친구처럼 너무나 반갑게 느껴진다. 몇 달 전 국내에 처음 출시된 레드 eTAP의 경우 소량이 입고되어 이를 기다리던 많은 라이더들을 안타깝게 했다. 하지만 최근 동호인들 사이에서 일명 ‘3점 세트’라 불리는 레버, 앞 디레일러, 뒤 디레일러 그리고 충전기+펌웨어스틱의 구성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니 다시 한 번 구매욕구가 솟아오른다.

크랭크를 포함한 풀세트를 기준으로 약 350만원에 이르는 레드 eTAP의 가격은 솔직히 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적은 금액이 아니다. 하지만 이는 시마노의 듀라에이스 Di2나 캄파뇰로의 슈퍼레코드EPS와 같은 경쟁 컴포넌트 대비로는 저렴한 것이다. 또한 제조사가 권장하는 사항은 아니지만 레버와 디레일러를 비롯한 필수 구성품만을 구입하고 나머지 컴포넌트를 라이더가 원하는 제품으로 대체할 때, 레드 eTAP은 220만원의 가격에 만나볼 수 있어 자전거 조립시의 부담이 덜하다.

 

미캐닉들의 꿈? 환상적으로 쉬운 설치

자전거의 체인교체와 간단한 디레일러 정비가 가능한 정도라면 레드 eTAP을 직접 설치할 수 있을 것이다. 크랭크를 장착할 때 BB/베어링 전용 공구가 반드시 필요하니 ‘누구나 집에서 쉽게’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다른 전동식 구동계 대비 설치와 정비가 압도적으로 쉽고 간편한 것은 사실이다.

“정비는 미캐닉에게 맡기니 복잡하고 어려워도 괜찮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부러운 환경의 라이더라도, 레드 eTAP은 기존의 전동식 구동계보다 사용하기 편리할 것이다. 배터리 관리를 위해 시트포스트를 뽑거나 프레임 어딘가의 덮개를 벗기는 등의 수고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하고 교체하듯 디레일러에 배터리만 똑딱 끼워주면 즉시 라이딩준비가 끝난다.

‘페어링’ 과정을 통해 무선으로 각 부품들을 인식하고 연결해주면 자전거에 장착하지 않아도 곧바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페어링을 할 때는 뒤 디레일러가 중심이 되는데 아마 그룹의 중앙 제어회로 또한 뒤 디레일러에 내장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뒤 디레일러의 펑션 스위치를 꾹 눌러 녹색 LED의 점멸을 통해 페어링 모드에 들어간 것을 확인하면 앞 디레일러와 좌우 레버를 가까이에 가져가 펑션 버튼을 눌러 뒤 디레일러와 연동해준다.

그러나 설치 시 조금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스램의 ‘야(YAW)’ 기술이 적용된 앞 디레일러는 장착 방법이 시마노 제품과 다르다. 디레일러를 위에서 내려 봤을 때 케이지의 끝부분 기준선이 체인링과 일치하도록 세팅해야 하는데 일단 ‘매뉴얼대로 정확하게 작업’하는 것이 중요하다. 뒤 디레일러가 변속할 때 체인이 카세트스프라켓 위를 움직이며 좌우로 비틀려도, 앞 디레일러가 체인 간섭을 일으키지 않는 각도와 위치에 있기 때문에 트리밍 과정이 필요 없는 것이 스램 야 앞 디레일러의 특징이다.

 

심플한 조작과 편안한 그립

조작은 이미 널리 알려졌듯 무척 간단하다. 레버마다 변속 버튼은 하나밖에 없다. 오른쪽 레버의 버튼을 누르면 체인이 뒷바퀴 카세트스프라켓의 고단(오른쪽의 작은 기어)으로 이동한다. 왼쪽 레버의 버튼을 누르면 체인이 카세트스프라켓의 저단(왼쪽의 큰 기어)로 이동한다. 자전거 기어의 작동원리를 간단하게나마 아는 라이더라면 굉장히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필자처럼 시마노 Di2 버튼 위치를 늘 혼동하는 건망증 심한 라이더에게는 축복이나 다름없다.

브레이크 레버 후드는 이전의 레드22보다도 조금 더 작아진 느낌이다. 레버 내부의 기계장치가 사라진 만큼 구조가 단순해졌기 때문일까? 조금 더 슬림한 느낌인데, 손가락이 짧은 필자의 손으로 레버를 감아 쥘 때의 느낌이 무척 편하다. 핸들바의 드롭을 잡은 상태에서 브레이크레버를 조작하기에도 부담이 없다. 이 레버 디자인은 분명 여성 라이더들에게도 환영받을 것이라 생각된다.

 

배터리 충전과 사용시간

레드 eTAP의 출시 전 디레일러마다 장착된 배터리의 충전과 사용시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다. 배터리 충전의 번거로움이나 사용시간, 방수 유무, 라이딩 중 분리 가능성, 분실유무까지. 물론 이러한 문제가 실제 라이딩 중 발생하면 치명적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사용해본 레드 eTAP은 ‘사고가 나지 않는 이상’은 통상적인 사용에서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신뢰를 준다.

시승차를 처음 테스트할 때 레버의 버튼을 눌러도 변속기가 꿈쩍도 하지 않아 놀랐다. 문득 배터리가 생각나 이를 분리해 잠시 충전한 다음 변속기에 연결하니 작동을 시작한다. 배터리가 거의 충전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뜻이다. 충전기를 USB 전원에 연결해 배터리를 꽂으니 약 40분 정도 뒤 충전기의 램프가 완충을 알린다. 한 번 충전하면 1000km의 라이딩을 보장하니 웬만한 장거리를 달리지 않는 이상은 배터리 용량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변속 속도와 타이밍은?

변속기의 작동 속도가 빠르다, 느리다에 대한 부분은 솔직히 필자가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 어렵다. 일단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시마노 Di2의 경우 설정 프로그램을 통해 변속 타이밍의 세팅이 가능하다. 사실 이것저것 만져볼만한 부분이 많은 것은 필자와 같은 호기심 투성이 라이더에겐 환영할 부분이다. 그러나 사용자가 직접 만진 세팅이 늘 행복하고 아름다운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이상적인 전동 변속이라면 페달링 시 풀리의 센서가 체인 움직임을 감지해 스피드에 맞춰 변속하는 것이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레드 eTAP은 그 정도의 기능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변속기의 움직임이 단순히 빠른 것보다는 적절한 타이밍과 변속기의 토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언덕에서 변속 시 정확하게 움직이고, 체인을 강하게 밀고 당기거나 견고하게 제 자리를 지탱해주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악스카이웨이를 중심으로 시승을 진행했고, 솔직히 변속성능은 신뢰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물론 피니쉬라인을 앞둔 스프린터라면 저단에서 고단으로의 빠른 변속성능을 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레드 eTAP이 출시를 앞두고 2년가량 레이스에서 실전 테스트된 제품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현재의 변속 스피드가 느리거나 빠른지 여부에 대해서 필자가 쉽게 단정 짓기란 어려울듯하다.

 

eTAP의 새로운 확장 가능성?

eTAP의 경우 ‘블립스’라는 확장스위치를 양쪽 레버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데, 드롭바에 장착되는 레버 대신 ‘블립박스’라는 컨트롤러에 블립스를 연결해 타임트라이얼용 에어로바 등에 eTAP을 설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응용하면 사실 로드바이크용 핸들바가 아니더라도 레드 eTAP 구동계를 성치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플랫바의 핸들그립 옆에 블립스를 설치해 엄지손가락으로 변속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아직 스램은 로드바이크용 무선 전동 구동계만을 출시하고 있지만, 향후 MTB용 구동계나 1× 로드바이크 구동계 베리에이션 등이 출시될 경우 현재의 eTAP에서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예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특히 MTB 무선 전동 구동계가 출시될 경우 레드 eTAP과의 연동이나 혹은 로드바이크용 12단 구동계 출시 가능성 등도 점쳐볼 수 있겠다.

스램은 최근 유압디스크브레이크를 지원하는 신형 eTAP의 존재를 공개했고, 아마 이후 순차적으로 다른 컴포넌트들을 출시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시마노 역시 신형 듀라에이스의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이 양대 메이커는 더욱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이들의 경쟁이 자전거 구동계의 진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과연 미래의 자전거 구동계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게 될까? 어쩌면 스램 엔지니어들의 머릿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기술개발 지도가 이미 그려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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