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가을, 첼로가 ‘레퍼런스(REFERENCE)’ 로드바이크의 1세대 모델을 런칭 했을 때 국내 라이더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극명하게 갈렸다. 국내 브랜드가 그동안 선보이지 못했던 진정한 고성능 로드바이크에 대한 기대감, 혹은 당연히 외산브랜드의 플래그십과는 비교가 안 될 것이라는 낮은 평가였다.

당시 레퍼런스는 국내 브랜드의 자전거들 가운데 독보적으로 고급 기술과 소재를 아낌없이 투입해 만든 첼로의 야심작이었으나 시장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플래그십인 레퍼런스보다 동생격인 엘리엇 시리즈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큰 성공을 거두었고, 첼로는 매년 엘리엇의 프레임을 업그레이드 할 만큼 국내 라이더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신모델을 개발한다. 엘리엇 시리즈는 가격과 성능을 모두 인정받는 첼로의 베스트셀러 로드바이크로 자리매김한다.

그러나 첼로가 엘리엇의 성공에 만족하고 레퍼런스를 포기했던 것은 아니다. 엘리엇이 동호인 라이더들에게 인정받으며 입지를 다지는 동안, 첼로는 국내의 엘리트 사이클링 팀 금산인삼-첼로를 후원하기 시작했고 레퍼런스는 2012년부터 팀의 주력 레이스바이크로 선수들과 함께 기량을 연마해왔다. 금산인삼-첼로 팀의 로드바이크들 가운데는 간혹 프레임의 형태가 다른 로드바이크가 섞여있기도 했다. 첼로는 여러 가지 버전의 레퍼런스 프레임을 엘리트 선수들과 함께 실전에서 테스트해왔다.

1세대 레퍼런스가 선수들 사이에서 정확히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프레임의 성능에 대한 개선요구가 있었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첼로는 2013년 여름,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레퍼런스 M1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는데 새로운 디자인과 소재, 기술로 다시 한 번 첼로를 대표하는 레이스 플래그십의 역할을 맡는다.

‘사이클링 팀’이 사용하는 레이스바이크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팀이 내는 성적이 곧 브랜드의 명예이자 자존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전거 메이커는 ‘레이스에서 이길 수 있는 최고의 자전거’를 후원한다. 레퍼런스 M1이 금산인삼-첼로 팀의 레이스바이크라는 것은 한마디로 첼로가 보유한 가장 뛰어난 로드바이크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레퍼런스 M1 프레임, 최고급 카본소재 ‘텍스트림’ 적용

이번에 라이드매거진이 시승한 2세대 레퍼런스 M1은 현재 UCI에 등록된 컨티넨탈 팀인 ‘금산인삼-첼로’의 레이스바이크로 활약 중인 모델이다. 처음부터 레이스바이크로 개발된 고급 모델이며 동호인 라이더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자주 만나보기 어려운 로드바이크 중 하나다.

레퍼런스 M1 프레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프레임 전체를 감싸는 체크무늬다. 얼핏 보기에 단순한 무광 검정색 프레임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카본의 결 무늬를 확인할 수 있는데 보통의 카본 프레임들보다 격자무늬 폭이 더 넓다. 이는 ‘텍스트림’이라는 최고급 기술이 적용된 카본소재로 프레임을 만들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무늬다.

텍스트림 소재는 카본 원사를 평면으로 얇게 펴서 직조하는 특수한 기술로 만들어진다. 텍스트림 소재를 사용하면 카본 층이 얇고 밀도가 놓다. 카본 레이어 사이에 도포되는 레진의 양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동일한 강성을 가진 프레임이라면 무게가 더 가볍고, 동일한 무게라면 더욱 강성이 높은 프레임을 만들 수 있다. 첼로이외에도 자전거에 텍스트림 소재를 사용하는 브랜드가 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최상급 레이스바이크에 주로 사용된다.

첼로 레퍼런스 M1 프레임은 텍스트림 카본 소재를 사용하면서 이전모델대비 프레임세트 무게를 400g이상 더 가볍게 만들었고 강성은 오히려 높였다. 특히 라이더의 하중을 지탱하는 BB셸과 헤드튜브 강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져 엘리트 선수들의 페달링에도 버티는 강한 지지력을 보여준다.

반면 프레임을 구성하는 튜빙은 기존과 동일한 강성을 가지면서도 내벽의 두께가 얇아진 만큼 더 우수한 탄성을 가진다. 단순히 단단하기만 한 프레임이 아니라 라이더의 근육이 내는 힘을 효과적으로 바퀴에 전달하면서도 노면의 진동과 충격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프레임으로 탄생한 것에는 텍스트림 카본 소재의 역할이 크다고 한다.

 

단순하며 기능미를 추구한 프레임 디자인

레퍼런스 M1 프레임을 구성하는 튜빙은 곧게 뻗은 직선으로 장식적인 의미 없이 프레임의 각 부위를 최단거리로 잇는다. 탑튜브는 세미슬로핑 디자인으로 뒤쪽으로 살짝 기울었는데 헤드튜브와 접합되는 부위 주변은 삼각형으로 볼륨을 키웠다. 첼로는 이를 ‘파워 헤드 홀딩 시스템’이라 부르는데 프레임 전체를 한 덩어리로 만드는 모노코크 프레임의 특성상 무게를 거의 늘리지 않으면서도 측면에서 가해지는 힘이나 비틀림에 강하게 저항할 수 있게 해준다. BB셸 주변의 볼륨을 키우는 것 역시 마찬가지의 이유에서다.

프레임을 옆과 뒤에서 보았을 때 납작한 시트튜브와 시트포스트는 마치 높이 솟아오른 전투기의 날개처럼 보인다. 실제로 시트튜브와 시트포스트의 단면은 마치 물방울을 잘라놓은 것처럼 앞부분이 둥글고 뒷부분이 납작한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이는 비행기의 날개를 본뜬 ‘에어포일’ 형상이다.

다운튜브와 탑튜브까지 납작하게 만들면 공기역학적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대신 납작한 튜빙으로 만든 자전거는 측면 강성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첼로 레퍼런스 M1은 올라운더 콘셉트이기에 완벽한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을 적용하지는 않았지만, 프레임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적은 공기저항 값을 갖도록 했다.

BB셸은 알루미늄 코어가 들어있는 BSA 스레드(나사산) 방식이다. 아마 프레임을 개발한 시점에 프레스 방식 BB를 많이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스레드 방식 BB를 사용하는 프레임은 잡소리와 같은 트러블이 적게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라이더들도 많다.

브레이크와 변속케이블은 프레임 내부로 완전히 수납된다. 사실 이번 시승차는 스램의 무선 전동 구동계인 레드 eTAP을 장착했기 때문에 변속케이블의 수납은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다양한 구동계를 깔끔하게 장착할 수 있도록 디자인 했다는 점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이다.

프레임 사이즈는 시트튜브 기준(Center to Top) 440에서 530까지 6가지(440, 470, 490, 500, 510, 530)를 선택할 수 있다. 가장 작은 440 프레임의 경우 유효탑튜브 길이가 505mm로 신장 160cm 전후의 라이더라도 무리 없이 탈 수 있는 앞뒤거리가 짧은 콤팩트 지오메트리이다. 해외 수입 브랜드 자전거들 중에는 작은 사이즈 프레임을 찾기 어려운데, 첼로 레퍼런스 M1은 키 작은 라이더들의 고성능 로드바이크에 대한 목마름을 해결해준다.

 

기대 이상의 단단함, 예상 밖의 경쾌함

프레임의 특징을 살펴보았으니 이제 시승을 시작할 차례다. 사실 이번 레퍼런스 M1 시승모델은 시판되는 그대로가 아닌, 스램 레드 eTAP과 쿼크 파워미터 크랭크를 비롯한 특별 사양으로 꾸며진졌다. 구동계는 스램 레드 dTAP, 휠은 짚 303 파이어크레스트를 장착했다.

언덕은 물론, 헤어핀이 제법 있는 내리막, 짧은 평지가 섞인 북악스카이웨이 아리랑고개 방면에서 진행된 시승. 번쩍 들어본 레퍼런스 M1 시승차의 무게는 무척 가볍다. 무언가 허전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프레임을 통과하는 케이블은 단 하나, 뒤 브레이크로 향한다. 이게 말로만 듣던 무선 구동계가 장착된 로드바이크인가 싶다. 기술 발전은 좋지만 그래도 아직은 케이블이 없는 모습이 영 어색하다.

스램의 최신 구동계 레드 이탭, 여기에 “내 짚 마련의 꿈”이라 불리는 짚 303 파이어크레스트 휠세트까지 장착한 사양이니 이만하면 어떤 자전거인들 훌륭한 성능을 보이지 않을까 싶지만, 한편으로는 레퍼런스 M1 프레임이 가진 순수한 성능이 더욱 궁금해진다.

레퍼런스 M1의 안장에 올라 힘차게 페달을 굴려본다. 오른쪽 레버의 시프팅 버튼을 누르면 작은 스프라켓으로, 반대로 왼쪽의 버튼을 누르면 가벼운 기어비의 큰 스프라켓으로 ‘착!’하고 체인이 감기듯 이동한다. 몇 번 변속을 해보니 완전히 새로운 방식임에도 오히려 직관적이라 금방 익숙해진다.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할 때처럼 ‘딸깍’하고 누르면 이내 체인이 스프라켓을 타고 넘는다. 기존 기계식 레버의 클릭감이 그대로 살아있다. 레버를 누를 때 기어를 변경했음을 확실히 알려줘, 습관처럼 뒷바퀴 허브를 돌아볼 필요가 없다. 마치 손맛이 살아있는 게임을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점은 손이 비교적 작은 사람도 한 손에 들어오는 레버 크기다. 내부에 변속을 위한 래칫이 없어 그만큼 콤팩트한 레버로 디자인된 것이 아닌가 싶다. 손이 편하니 후드를 잡고 주행하거나 브레이킹 시에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된다.

레드 이탭 작동법에 익숙해졌으니 이제 프레임이 주는 느낌에 집중해본다. 사실 필자는 레퍼런스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직후 이를 6개월 정도 탔었다. 당시 동호인 라이더들 사이에는 ‘프레임 강성=추진력’이라는 공식이 널리 통용되었지만, 레퍼런스는 오히려 프레임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딱딱해 라이딩 시 무척 피로감을 느끼게 하는 자전거였다.

현재의 2세대 레퍼런스 M1이 가지는 특징은 여전히 강성이 높은, 단단함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높은 강성으로 인해 차체를 좌우로 눕히는 댄싱이나 코너링에서 매우 민첩한 반응을 보여준다. ‘그저 단단하기만 했던’ 느낌의 이전모델과 비교해 이제 제법 레이스바이크다운 완성도를 갖췄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했다.

단단한 프레임이라면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승차감, 이는 이전 모델보다 얇아진 시트스테이로 인해 한결 부드러워졌다. 여기에 시승차와 함께 구성된 짚 303 파이어크레스트 휠의 탄성과 어우러지며 페달을 밟으면 밟는 대로 쭉쭉 뻗어나간다. 짚 휠세트와의 조합이 무척 마음에 든다. 휠세트에 장착된 짚 탄젠트 SL 타이어 역시 유연하고 부드러워 레퍼런스와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첼로의 플래그십 레퍼런스는 지극히 레이스를 위해 만들어 진 로드바이크에 가깝게 느껴진다. 단단함이 주는 승차감은 장시간 주행 시 다소 불편함을 느끼게 할 수 있지만, 뛰어난 강성과 민첩한 핸들링으로 보다 빠르게 도로를 질주하고 코너를 과감히 공략 할 수 있으니, 치열한 자리싸움이 벌어지는 레이스에서 더욱 실력을 발휘할 것이다.

국내 엘리트 선수들의 피드백과 국내 브랜드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완성된 레퍼런스 M1, 첼로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레이스 로드바이크로 계속해서 진화해 나가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그러나 아직까지 첼로와 경쟁하는 많은 브랜드가 있고, 특히 ‘첼로의 자존심을 건’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금산인삼-첼로 팀 선수들과 함께 세계무대에서도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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