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은 대중적인 브랜드에 가깝다. 판매량을 책임지고 있는 올 뉴 알티마나 맥시마, 쥬크 등 여러 모델이 불필요한 화려함을 덜고 다수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브랜드는 370Z와 GTR 등 고성능 스포츠카 제작에도 앞장서고 있지만, 이런 차들은 값도 비싸고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쉽게 구입하기 어려운 성격으로 대중을 향한 브랜드 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다. 어찌 됐건, 평범한 사람들이 접근하기에 부담 없는 디자인과 부족함 없는 성능, 여기에 거품을 뺀 가격까지 챙긴 브랜드 닛산이 이번에는 다수를 지향한 고급스러움을 품은 중형 SUV로 다시 한번 국내 소비자를 찾아왔다. 바로 ‘올 뉴 무라노’다. 동급 수입 SUV 대비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면서 값비싼 느낌이 전해지는 베이지 컬러 가죽으로 인테리어 분위기를 연출하고,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 서스펜션 세팅으로 고급 세단 못지않은 안락한 승차감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거주성을 높여주는 각종 안전편의품목은 덤. 말 그대로 대중 브랜드가 표현한 고급 SUV이자 고급의 대중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SUV가 나온 셈이다.  

 

포인트는 외관, 하이라이트는 실내 디자인

 

 

올 뉴 무라노의 외관 디자인은 강렬하다. 어디 하나 평범하지 않다. 날렵하면서도 역동적인 선의 향연이다. 닛산 측에 따르면, 이와 같은 생김새는 닛산 SUV 라인업의 미래를 제시한 콘셉트카 레저넌스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앞면은 V-모션 그릴과 부메랑 시그니처 LED 헤드램프로 당당한 모양새를 구현했고, 옆면도 4,900mm에 달하는 전장에서 비롯된 살아 있는 듯한 캐릭터 라인과 마치 지붕이 떠 있는 듯한 플로팅 루프로 특별함을 강조했다. 뒷면 역시 앞면의 헤드램프와 마찬가지로 부메랑 시그니처가 적용된 테일램프 디자인으로 디자인적 통일감을 완성하면서도 세련미를 챙긴 입체적인 트렁크 리드로 시각적인 볼거리를 드러낸 모양새다. 이처럼 남다른 면모를 과시하는 올 뉴 무라노의 외관 디자인은 실내로 들어오면서 그 스타일을 180도 바꾸는데, 차의 전체적인 포인트가 외관이라면, 하이라이트는 실내 디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앞서 언급한 ‘대중 브랜드가 표현한 고급 SUV이자 고급의 대중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SUV’란 문장을 들 수 있겠다.

 

 

‘VIP 라운지’란 테마를 품고 있는 인테리어는 전체적으로 질 좋은 베이지 컬러 가죽으로 뒤덮여 있으면서, 금속 느낌이 나는 패널과 블랙하이그로시 패널 등으로 고급감을 한껏 살린 형상이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급’이라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려줄 디테일 역시 놓치지 않을 것을 알 수 있는데, 도어를 열었을 때 실내 곳곳을 은은하게 비추는 LED 엠비언트 라이트를 비롯해 골반, 허리 등을 과학적으로 지지해 주는 저중력 시트가 1열과 2열 시트 모두에 적용된 점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여기에 계기반 중앙에 있는 7인치 컬러 디스플레이가 직관적인 그래픽을 통해 차의 각종 정보를 무리없이 전달해주고, 센터페시아의 8인치 디스플레이도 터치 기능을 통해 다양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제공함으로서, 보고 만지는 감각에서 전달된 럭셔리함이 기능적인 편리함을 만나 꽤나 괜찮은 시너지 효과를 뽐내고 있다. 이처럼 올 뉴 무라노에는 고급 SUV를 지향하는 여러 소재와 디테일, 기능들로 가득하다. 당연히 여기에는 꼼꼼하면서도 치밀한 장인정신이라던지 고가의 마감재 등 럭셔리카에 주로 쓰이는 요소들은 적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고급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모습이다.

 

 

이 외에 눈여겨 볼 만한 점은 2열 시트의 폴딩 기능인데, 트렁크 공간 좌우에 있는 버튼 하나로 손 쉽게 접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트를 다시 세우는 파워 리턴 기능까지 갖춰 사용자의 수고로움을 더는 영리함까지 드러내고 있다. 버튼 하나로 트렁크의 크기를 사용자 마음대로 넓혔다가 줄일 수 있기에 크고 작은 짐을 수납하기에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마지막으로는 사운드 시스템을 꼽을 수 있겠는데, 11-스피커 보스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 저음에서는 울림이 가득하고 고음에선 청량한 음장감을 자랑한다. 따라서 어떤 장르의 음악을 들어도 만족스러운 음악감상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실내 거주성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주행의 즐거움까지 배가해준다. 차 안에서 음악 듣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관적인 입장에서 이와 같이 폭넓은 음역대를 문제없이 커버할 수 있는 올 뉴 무라노의 사운드 시스템은 또 하나의 고급스러운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텐데, 뱅앤올룹슨, 렉시콘 등과 같이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아니지만, 이에 버금가는 소리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역시 고급의 대중화에 일조하는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안락한 승차감과 의외의 연료 효율성  

 

 

부드럽다. 속도를 높여나가는 과정과 노면에서 전달되는 크고 작은 충격을 걸러내는 움직임 모두. 진정 고급 세단 남부럽지 않은 승차감이다. 올 뉴 무라노 보닛 아래 탑재된 파워트레인은 2.5리터 QR25 수퍼차저 엔진과 15kW 전기모터, 엑스트로닉 CVT인데, 이 세 유닛의 조합이 무척이나 잘 어우러진다. 가속 초반부터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결합해 풍부한 토크감을 발휘하고 이를 무단변속기가 변속 충격을 최대한 억제하면서 조용하면서도 힘 있게 네 바퀴에 전달한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253마력, 최대토크는 33.7kg.m다. 즉, 수치에서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넉넉한 힘을 매끈하게, 그리고 꾸준히 도로에 내뿜는다는 얘기다. 서스펜션은 프론트 독립식 스트럿과 리어 멀티 링크 조합인데, 타이어를 통해 올라오는 노면의 정보는 살리면서 불필요한 충격을 최대한 덜어내려는 듯한 움직임이다. 더불어 운전자의 자세를 잡아주는 동시에 안락함을 높여주는 저중력 시트가 더해지면서 승차감은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하다. 이렇듯 뻣뻣함을 배제한 주행감각은 과속방지턱과 같이 시각적으로도 감지가 되는 장애물 앞에서도 최대한 유연하게 극복해 나아가는 몸놀림을 구현한다.

 

 

단단함과는 거리가 있는 주행질감이지만, 고속 주행이나 코너를 돌아나갈 때 불안감은 크진 않다. 이는 차체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휠 타이어 세팅과 탄탄한 하체, 그리고 전동식 제동력 배분 시스템과 같은 각종 첨단 장비가 있어서라고 생각되는데, 덕분에 고속 안전성도 상당했고, 굽이진 길을 돌아나갈 때 롤도 적당했다. 올 뉴 무라노는 주행 중 볼거리도 풍부한데, 에너지 모니터와 에코 페달 가이드가 그것이다. 에너지 모니터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화면으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는 정도나 브레이크 페달을 전개할 때, 내연기관 단독으로 동력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혹은 회생 에너지를 발생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등의 움직임을 그래픽을 통해 드러낸다. 때때로 나도 모르게 전방 시야가 아닌 에너지 모니터에 집중하게 돼 괜스레 움찔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에코 페달 가이드는 에코 모드를 실행했을 때 작동되는 기능으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어느 정도까지 밟아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를 마찬가지로 그래픽을 통해 친절하게 알려준다.

 

 

연료 효율성은 차체 크기에 비하면 의외로 높은데, 약 400km를 달려 기록한 평균연비는 리터당 10.4km다. 올 뉴 무라노의 복합연비가 리터당 11.1km고, 도심연비 리터당 10.2km, 고속도로연비가 리터당 12.4km인 점을 감안하면 만족할만한 수치다. 무엇보다 전장이 4,900mm, 전폭 1,915mm, 전고 1,690mm의 큰 차체와 2톤에 가까운 1,915kg의 공차중량을 생각하면 좋은 효율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연비 주행은 하지 않았다. 결국 전기모터를 통해 초반 가속에서 버려지는 연료를 줄이고, 최적의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면서 속도를 높여가는 무단변속기의 강점이 더해진 덕이 작용한 것이 아닐까. 아울러 앞서 소개한 에너지 모니터와 에코 페달 가이드를 통해 운전자가 자연스럽게 연비를 높일 수 있도록 유도하는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차체 대비 높은 연료 효율성을 가져 올 수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아마도 연비를 최대한으로 높이겠다는 목적을 갖고 주행에 임했다면, 평균연비는 분명 더 올라갈 수 있었을 거다. 어쩌면 고속도로연비인 리터당 12.4km 이상의 효율을 보여줬을 수도 있다.

 

 

이밖에 주행 안전을 도와주는 안전품목으로는 전방 주행 차량은 물론, 그 앞 차의 상대적인 속도 및 거리를 감지해 사고 가능성을 줄여주는 전방충돌예측경고시스템과 사각지대에 있는 차량을 감지해 경고등 및 경고음으로 위험을 알리는 사각지대경고시스템, 설정해 둔 앞 차와의 거리를 지속적으로 측정해 교통 흐름에 따라 엔진 스로틀 반응 및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하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차량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영상을 8인치 모니터로 비춰주는 어라운드뷰모니터 등이 있다. 이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품목은 어라운드뷰모니터로, 와이드 앵글 카메라를 통해 큼직한 올 뉴 무라노의 주변 이미지를 360도로 보여줘 주변 장애물들과 사각지대로 인한 사고의 위험을 낮췄다. 이 기능은 특히 주차를 할 때 큰 도움이 됐는데, 체감상 잘 가늠이 안되는 큰 차체를 비교적 수월하게 다룰 수 있게 도왔다. 덕분에 정말 협소한 주차 구역이 아니면 별 무리없이 차를 정해진 공간 안으로 집어 넣었다. 이와 더불어 큰 차가 지나가기 애매한 좁은 골목길에서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대중 브랜드가 내놓은 고급 SUV

 

 

‘대중 브랜드가 내놓은 고급 SUV’. 올 뉴 무라노를 시승하며 느꼈던 디자인적 특징과 주행질감, 다양한 안전편의품목을 가장 잘 드러내는 한 문장이다. 적어도 개인적인 기준에서 말이다. 외관은 다소 독특한 면을 풍기긴 했지만, 실내는 반전 매력을 뽐내듯 고급스러움을 뽐냈고, 주행질감은 부드러움이 바탕이 된 모자람 없는 성능을 발휘했다. 또한 이러한 두 요소의 완성도를 높이는 여러 품목은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하며 고급의 대중화를 구체화했다. 한국닛산 타케히코 키쿠치 대표의 “올 뉴 무라노는 닛산 SUV 라인업 중 가장 진보된 프리미엄 SUV”라는 언급도 이같은 상품성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결과적으로, 올 뉴 무라노는 수입 SUV 시장, 특히 일본산 수입 SUV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모델들을 압도하면서 동시에 한 체급 위 모델들까지 넘보는 상품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독보적인 자리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만큼 자신만의 명확한 캐릭터를 갖춘 차가 올 뉴 무라노다. 닛산은 올 뉴 무라노 국내 출시 모델로 최고급 소재와 사양으로 구성된 플래티넘 트림을 내놓았고, 국내 판매 가격은 5,4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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