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픽업트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미는 물론 유럽 및 아시아 완성차 회사들도 앞다퉈 픽업트럭 만들기에 뛰어들었고 신차를 속속 공개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조금 먼 나라 얘기 일수도 있지만 잠재력이 큰 숨은 시장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너나 할거 없이 픽업트럭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르노는 현지시각 1일 픽업 트럭인 알래스칸을 공개했다. 2015년 경량 픽업 콘셉카로 주목을 받았던 알래스칸은 닛산 대표 픽업트럭인 나바라의 플랫폼을 공유한다. 크기가 제법 큰 중형 픽업에 속하며 르노의 최신 디자인 특징이 녹아있다. U자형의 커다란 그릴과 옆으로 이어지는 단정한 헤드램프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한 것 부풀린 휀더, 높은 차체와 휠 하우스, 험로주행에 문제없게 두른 은색 보호대까지 강인하면서도 듬직한 픽업트럭의 느낌을 잘 표현했다. 

엔진은 2.3리터 트윈터보 디젤 엔진을 장착했으며 최고출력 160마력과 190마력짜리로 나뉜다. 여기에 각 시장에 맞춰 2.5리터 디젤 엔진도 준비됐다. 6단 수동 또는 7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리고 사륜구동 시스템이 옵션으로 제공된다. 알래스칸은 당초 계획대로 남미 시장에 우선 출시되며, 이후 미국과 아시아 등 순차적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르노 픽업트럭 만들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소형 SUV인 더스터의 픽업 모델을 만들어 팔았었다. 당시 르노는 매년 100만대 가까이 소비되는 남미 픽업시장을 눈 여겨 보고 차를 개발했으며, 실제로 꽤 좋은 성적표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꾸준한 수요와 함께 작년 미국 내 저유가 기조가 맞물리고 대형 픽업트럭 점유율이 조금씩 오르면서 또 하나의 알짜배기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른 완성차 회사들도 속속 픽업트럭 시장 진출을 가늠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르노-닛산과 협업해 대형 픽업트럭을 개발 중에 있고, 빠르면 내년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4도어 더블캡 형태로 만들어지며, 아웃도어에 적합한 모델과 벤츠만의 프리미엄 감각이 묻어있는 버전으로 나뉘어 개발된다. 또, 미국과 남미는 물론 유럽, 아프리카, 호주 등에서도 판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국산차 브랜드인 현대자동차 역시 픽업트럭을 준비 중이다. 작년 1월 디크로이트 오토쇼에서 선보인 산타크루즈 콘셉트가 대표적이다. 당시 북미 현대차 상품담당 이사는 “투싼을 기본으로 한 새로운 픽업트럭을 만들 예정”이라며, “다양한 경우의 수를 놓고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산타크루즈는 포드 F-150, 쉐보레 실버라도 처럼 크기가 큰 픽업트럭은 아니다. 5인승 구조로 레저 및 일상 생활에 적합하게 만들고, 여성과 젊은 소비자를 겨냥해 개발할 예정이다. 이미 미국 회사들이 점령하고 있는 정통 픽업트럭을 벗어나 틈새시장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꾸준히 산타크루즈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고 있어 실제 양산도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 브랜드 지프 역시 픽업트럭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FCA 그룹 회장은 “픽업트럭은 지프 라인업에 의미 있는 제품이 될 것”이라며, “잠재적인 시장인 만큼 세부사항에 대해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마이크맨리(Mike Manly) 지프 CEO 역시 랭글러 픽업트럭을 언급하며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지프 브랜드가 속한 FCA 그룹은 닷지 다코다 픽업, 램 트럭 등 픽업트럭 만들기에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회사다. 그만큼 랭글러 픽업트럭 개발에 대한 소문이 어느 정도 믿을만하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있다.

이렇듯 각 회사들은 저마다의 콘셉을 갖고 정통 픽업트럭에 맞서 야심찬 도전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유독 충성도가 높은 픽업트럭 시장에서 보수적인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통과 세대교체 사이에서 향후 픽업트럭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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