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이 차를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다. 나긋나긋하게 달리면서도 때때로 놀라운 가속력을 선사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단순한 패밀리 세단이라고 여겼던 나의 관념을 순식간에 깨트리며 이중적인 스타일과 움직임을 선보이며 나의 예상을 깼다. 사실 길어야 2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승 시간 안에 느꼈던 감정이었지만, 3개월이 지난 후 10시간 이상을 몰아보며 그때의 인상은 더욱 더 증폭되고 확고해졌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넉넉한 실내 공간으로 4인 가족과 함께 타도 손색이 없었으며, 스포츠 모드의 화끈한 성질까지 겸비했다. 노면을 꽉 붙잡고 나아가는 탄탄한 하체에서 비롯된 퍼포먼스로 혼자 드라이브를 나가도 심심하지 않은 매력적인 반전까지 갖춘 차였다. 다시 말해, 완벽히 다른 성격의 소비층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올 뉴 알티마라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성격을 바꾸는 차

 

 

기어노브를 D에 두고 도로 흐름을 따라 나아갔다. 엔진룸은 쥐 죽은 듯 조용했고, 서스펜션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최대한 유연하게 걸러주었다. 여기에 닛산이 자랑하는 저중력 시트까지 몸을 감싸고 있어 주행 내내 거북하거나 불편한 느낌이 없었다. 방음 앞유리를 적용하고 차체 하부에 흡차음재를 보강한 덕에 주행 중 이렇다 할 소음도 유입되지 않았다.

이런 느낌을 나 혼자만 만끽할 수 없어서 가장 가까운 지인이자 거리낌 없이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을 태워 시승감을 물어봤다. 어머니는 “정말 편안하다, 지금껏 네가 가져온 시승차 중 부드럽고 조용하기로는 손에 꼽을 정돈데, 몸이 전혀 불편하지 않아.”라고 말했으며, 아버지와 동생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물론, 승차감이야말로 주관적인 입장이 많이 반영되는 요소이기에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나와 내 가족의 느낌이 정답은 아니라는 얘기다.

 

 

주변 차들에 해가 되지 않을 만큼 적당한 속도로 달리다 보면 이따금씩 속도에 대한 욕망이 솟구쳐 올 때가 있다. 내 앞에 있는 차를 모두 뒤로 보내면서 도로 위를 시원하게 나아가고 싶은 내면의 자연스런 욕구. 차를 모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꼭 접해봤을 그 감정 말이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차의 성능인데, 올 뉴 알티마는 2.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에서 비롯된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4.5kg.m의 부족함 없는 성능을 바탕으로 빠른 가속력을 향한 마음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린다. 여기서 기어노브를 DS로 바꾸고,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다소 부족했던 퍼포먼스에 대한 갈증이 마치 톡 쏘는 탄산음료의 목 넘김처럼 짜릿하게 해소된다. 순간적으로 스포츠카를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참고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8.6초다. 수치상으로도 충분히 화끈하다.

 

 

고회전 영역을 사용하면서 발생되는 우렁찬 엔진음과 즉각적인 발진력, 그리고 일반 모드보다 위아래 움직임을 줄여 보다 단단한 승차감을 전달하는 서스펜션은 주행감각을 한층 ‘스포티’하게 만든다. 패밀리에 걸맞은 주행질감을 보였을 때와는 확실히 180도 다른 움직임이었다. 덕분에 거침없이 직선주로를 돌파해갔고, 코너에서도 공격적으로 앞 코를 들이 밀 수 있었다. 특히, 굽이진 길을 돌아 나갈 때는 안쪽 휠과 바깥쪽 휠 제동을 달리해 매끄러운 회전력을 구현하는 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이 작동되어 차 크기 대비 민첩한 몸놀림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어떤 스포츠 세단 부럽지 않은 운동성능이다. 이러한 점을 오랜 시간 체험해 보면서 이 차가 단순한 패밀리 세단이 아니라는 점을 더욱 더 명확히 깨닫게 됐고, 점잖게 달리다가도 필요할 때는 언제, 어디서나 모자람 없는 속도감을 즐길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닛산은 GT-R이라는 걸작을 만들어낸 회사가 아니던가. 역시 피는 속이지 못하는 법인가 보다.

 

직접 몰아봐야 진가가 느껴진다

 

 

이처럼 올 뉴 알티마는 상황에 따라 그 성격을 달리하는 움직임을 드러냈으며, 시시각각 변하는 운전자의 기분을 이중적인 주행 스타일로 대변하는 스마트한 차였다. 운전의 재미를 포기하고 가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고루한 세단을 선택한 사람이나, 혹은 스피드를 추구하면서도 세단이 지닌 넉넉함을 향유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제격인 모델인 셈이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트림에 따라 2,990~3,880만 원의 가격표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다수를 만족시키는 승차감과 소수가 누리고자 하는 성능 모두를 갖춘 기술력, 또 하위 트림인 2.5 SL 스마트부터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상위 트림 2.5 SL 테크까지 성능상 차이를 두지 않은 상품성까지 갖추었다. 즉, 옵션품목을 조금 덜 선택해도 2,000만 원 대 가격으로 완성도 높은 주행을 만끽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러모로 경쟁력이 있는 중형 세단이며, 이를 입증하듯 출시되자마자 한국닛산 성장을 견인하는 볼륨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많이 팔리는 모델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현재 중형 세단 구입을 고려 중인 구매자라면 시승을 통해  올 뉴 알티마의 느낌을 공유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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