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산업, 특히 자전거 분야에서 이탈리아 브랜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자전거의 프레임과 컴포넌트뿐 아니라 의류와 신발, 안전장비에 이르기까지 디자인과 기능성 면에 있어 뛰어난 품질과 기술력 그리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스포츠 헬멧 전문 브랜드 리마(Limar)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이탈리아에는 100년이 넘은 전통있는 자전거 관련 메이커도 있는 만큼 상대적인 역사는 짧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충격흡수재를 사용한 현대적인 자전거용 헬멧이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 1975년이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중반임을 감안하면 헬멧 브랜드로서는 제법 오랜 커리어를 갖고 있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리마는 이탈리아의 MPE라는 플라스틱 전문 회사를 모기업으로 1986년부터 자전거용 헬멧을 만들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전문 회사라는 탄탄한 기술력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리마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헬멧 브랜드로서의 명성을 쌓아갈 수 있었다. 특히 헬멧의 충격흡수재와 같은 소재와 관련해 독보적인 노하우를 갖고 있으며 1988년부터는 본격적인 스포츠 사이클링 헬멧을 출시하며 더욱 큰 주목을 받았다.  리마는 세계 최초로 ‘EPS(Expanded Polystyrene)’를 이용해 헬멧을 만들기 시작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레이스 헬멧’의 선구자

특히 리마가 집중했던 분야는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스포츠용 헬멧의 경량화였다. 리마는 1990년부터 써모포밍(Thermoforming) 공법을 이용해 폴리스티렌 충격흡수재의 표면에 ‘하드셸’을 씌워 매끄럽게 마무리한 헬멧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리마는 당시 세계 최고수준의 헬멧 제조기술을 가진 브랜드였고, 1993년부터 게토레이드 사이클링 팀의 헬멧을 후원하기 시작한다. 게토레이드 팀은 투르 드 프랑스 2회 우승자이기도 한 롤랑 피뇽(Laurent Fignon)과 UCI 월드챔피언 지아니 부노(Gianni Bugno)가 소속된 세계 최강 사이클링 팀 중 하나였다.

게토레이드 팀의 지아니 부노는 리마에게 더 우수한 레이스용 헬멧을 개발해줄 것을 요구했다. 더 편하고 더 가벼운 헬멧, 그리고 안전성 역시 높아야 했다. 그 결과 1994년, 스포츠 사이클링계의 기념비적인 헬멧이 탄생한다. 바로 리마 F104모델이다.

리마 F104 헬멧은 역시 레이스에 초점을 맞춰 개발되었다. 당시의 헬멧으로는 드물게 10개의 벤틸레이션 홀이 헬멧의 앞뒤로 나있어 헬멧 내부로 들어온 공기가 후방으로 빠져나가며 머리를 식히도록 했다. 더구나 뒷부분으로 갈수록 뾰족하게 바뀌는 원추형의 디자인으로 헬멧을 쓰지 않았을 때보다 F104 헬멧을 썼을 때가 공기역학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것을 풍동실험결과를 통해 증명했다. 게다가 리마 F104 헬멧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무게를 자랑했다.

1999년에는 처음으로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셸에 적용한 인몰드(In mold) 방식 헬멧을 개발한다. 인몰드 방식 헬멧이란 헬멧의 충격흡수재 외부에 셸을 따로 만들어 접합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의 금형(Mold)에 셸과 EPS 충격흡수재를 넣고 성형하는 방식을 말한다. 인몰드 방식으로 만든 헬멧은 성형과정에서 EPS 충격흡수재가 열을 받아 녹으며 헬멧 겉면의 셸과 단단하게 결합되기 때문에 가볍고 튼튼할 뿐 아니라 셸과 충격흡수재 간의 경계가 매끄럽다. 리마는 인몰드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2001년에는 ‘더블 인몰드’ 기술을 적용한 F107 헬멧을 출시한다.

리마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이클링 헬멧이 후두부의 다이얼을 돌려 헬멧을 머리에 맞게 조절한다. 이 다이얼 방식 역시 2002년 리마 헬멧에 처음으로 적용된 것이다. 이는 기존 헬멧의 상식을 깨는 혁신적인 발명이었다. 리마의 다이얼 방식 조절장치를 계기로 여러 헬멧 브랜드가 유사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으며, 이제는 업계의 표준이자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리마, 초경량 헬멧의 대명사

1994년 F104를 통해 ‘가벼운 무게’라는 헬멧의 테마를 제시한 리마는 2007년 다시 한 번 200g 이하 초경량 헬멧을 출시함으로써 전 세계 사이클링 팬들을 놀라게 한다. 리마가 공개한 초경량 헬멧의 이름은 ‘프로 104’, 과거 리마를 상징했던 레이스용 헬멧과 같은 이름으로 그 정통성을 계승한다.

리마 프로 104 헬멧은 불과 180g의 무게로 초경량을 자랑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리마는 2009년 다시 한 번 ‘울트라라이트 프로 104’ 모델을 공개하는데 이 헬멧의 무게는 불과 170g으로 세계 최경량 헬멧의 기록을 경신한다. 그리고 2010년에는 ‘울트라라이트’라는 160g짜리 헬멧을 내놓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러한 초경량 헬멧이 나올 수 있었던 바탕에는 리마의 헬멧 충격흡수 메커니즘에 대한 철저한 연구, 그리고 소재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부위에 따라 밀도가 다른 충격흡수재를 사용하고, 셸과 EPS의 결합력을 높이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레이서가 썼을 때의 편안함과 쾌적함, 스타일리시 한 디자인 또한 놓치지 않은 리마 헬멧은 사이클리스트들 사이에서 경량 고급 헬멧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현재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하는 ‘다이렉트에너지’ 팀이 쓰는 헬멧이 바로 리마다. 리마는 2011년부터 라인업을 재정비해 울트라라이트+와 울트라라이트 그리고 슈퍼라이트 등급으로 헬멧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리마 헬멧은 엘파마 브랜드로 잘 알려진 엠비에스코퍼레이션이 올해부터 국내 유통을 담당하며, 최상위 레이스 모델인 ‘울트라라이트+’를 비롯한 5가지 모델이 가장 먼저 국내 출시된다. 국내 출시 예정인 리마의 헬멧 라인업은 총 5가지. 리마 전체 헬멧 라인업의 일부지만 추후 라인업이 확대될 예정이다.

 

울트라라이트 플러스(Ultralight+) - 리마의 플래그십, 175g의 초경량 헬멧

울트라라이트 플러스는 레이스용으로 개발된 리마의 플래그십 헬멧이다. 앞에서 소개했듯 리마는 이미 1994년부터 ‘가벼운 헬멧’의 개발에 집중해왔고, 프로 선수들을 후원하며 그들의 피드백을 통해 헬멧의 완성도를 높여왔다. ‘울트라라이트+’는 리마의 영광을 만들어낸 F104와 프로 104 울트라라이트 모델을 계승하는 레이스용 헬멧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헬멧’이라 불리는 모델이다.

리마 울트라라이트 플러스는 M사이즈 기준 175g의 초경량을 자랑하지만, 헬멧에 꼭 필요한 기능을 모두 갖춘 헬멧이다. 헬멧의 외관을 감싸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는 ‘더블 셸 인 몰드’ 공법으로 EPS 충격흡수재와 완벽하게 결합되며, 미려한 외관을 완성할 뿐 아니라 헬멧의 구조를 보강한다. 경량 헬멧임에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테스트되었고, 격렬한 레이스에서 라이더의 머리를 보호하기에 충분한 성능을 갖고 있다. 

22개의 벤틸레이션 홀은 공기역학을 고려해 내부로 유입되는 공기가 터널 형태의 내부를 통과해 밖으로 배출되며 라이더의 머리에서 발생하는 열과 땀을 효율적으로 식힐 수 있게 디자인되었다. 특히 앞부분의 벤틸레이션 홀에는 메시가 부착되어 바람과 함께 곤충이나 이물질 등이 헬멧 내부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준다.

울트라핏+ 시스템은 머리둘레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4단계 높낮이 조절기능으로 라이더의 머리 형상에 최대한 일체감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장갑을 낀 손으로도 쉽게 다룰 수 있는 큰 다이얼을 채택했지만 가벼운 무게로 라이더의 머리와 목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특징. 리마 울트라라이트+는 현재 다이렉트에너지 팀의 선수들이 사용하는 모델이기도 하며 국내에는 매트블랙, 매트블루/화이트, 다이렉트에너지 팀 3가지 컬러로 출시되며 가격은 22만 원이다.

 

007 슈퍼라이트 - 스프린터를 위한 탄환 헬멧

리마 007은 최근 레이스에서 스프린터들의 필수품으로 여겨지는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헬멧이다. 자전거의 공기역학적 성능을 높이는 데는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지만, 헬멧을 교체하는 것은 이보다 적은 비용으로 훨씬 쉽게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다. 이에 여러 팀과 선수들이 앞 다투어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헬멧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헬멧 메이커들 역시 보다 ‘빠른’ 헬멧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리마의 헬멧 중 가장 공기저항이 적은 모델은 ‘스피드 킹’이지만, 라이더의 옆얼굴까지 둥글게 감싸는 타임트라이얼 헬멧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로드레이스용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리마 007 모델은 스피드 킹과 전체적인 형상이 비슷해 우수한 공기역학적 성능을 지녔으나, 보다 가볍고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머리둘레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고 상하 4단계 각도 조절이 가능한 컴페티션 핏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이와 더불어 턱끈의 손쉬운 탈부착이 가능한 마그네틱 버클 시스템이 적용된 것도 리마 007의 모델의 특징이다.

리마 007은 다이렉트 에너지 팀이 투르 드 프랑스와 같은 레이스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모델이며, 국내에는 다이렉트 에너지 팀 에디션 컬러 한 가지가 들어 온다. 무게는 320g이며 가격은 27만 원이다.

 

778 슈퍼라이트 - 가볍고 세련된, 합리적인 가격의 헬멧

778은 부담 없는 가격에 가볍고 멋진 헬멧을 찾는 라이더를 위한 제품이다. 아시안 핏 디자인을 적용해 대부분의 라이더가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고, 리마의 모노셸 인몰드 기술을 적용해 가벼운 무게와 깔끔한 마감을 자랑한다. M사이즈 205g, L사이즈 240g의 무게는 리마의 레이스용 초경량 헬멧과 비교하면 조금 무겁지만, 대부분의 스포츠 및 일상의 라이딩용으로 만들어진 헬멧 중에서는 충분히 가벼운 무게다.

리마의 다른 상급 헬멧들과 마찬가지로 정밀한 머리둘레 조절과 각도조절로 뛰어난 피팅감을 제공하는 컴페티션 핏 시스템을 적용했다. 또한 24개의 벤틸레이션 홀과 머리를 감싸는 에어채널은 뛰어난 통기성으로 늘 쾌적한 느낌을 제공한다. 리마 778은 매트블랙/블루/레드, 매트블랙/옐로우, 화이트/블랙/레드 3가지 색상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가격은 13만 원이다.

 

720° 슈퍼라이트 - 가볍지만 강력한 보호성능

720°는 공중에서 360도 회전을 두 번 하는 BMX 기술의 이름이다. 이 헬멧에 ‘720°’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만 보아도 용도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리마 720°는 BMX나 어번, 스트리트 라이딩 등에 특화된 헬멧으로 머리를 후두부까지 완전히 감싸는 뛰어난 보호능력을 갖췄다.

특히 720° 리마의 슈퍼라이트 급 헬멧에 적용된 모노셸 인몰드 기술이 적용되었다. 단순히 플라스틱 외피 내부에 스펀지를 넣은 듯한 형태의 헬멧과는 비교를 거부할 만큼 우수한 충격흡수 성능을 지녔다. 또한 컴페티션 핏 시스템을 통해 편안하면서도 머리에 꼭 맞게 조절할 수 있으며  10개의 벤틸레이션 홀은 헬멧 내부의 열기를 효율적으로 배출한다.

리마 720° 헬멧의 무게는 M사이즈 300g, L사이즈 320이며 색상은 매트다크블루, 매트블랙, 매트화이트, 매트오렌지 4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10만 원이다.

 

149 슈퍼라이트 - 어린이에게도 가볍고 안전한 헬멧을

마지막으로 소개할 모델은 리마 149, 어린이 라이더를 위한 가볍고 안전한 헬멧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헬멧브랜드가 어린이용 헬멧의 무게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지만, 리마 149는 가벼움 뿐 아니라 편안한 착용감까지 고려했다.

10개의 통기구는 시원함을 유지해주고, 컴포트 핏 조절시스템은 어린이의 활발한 동작에도 헬멧이 벗겨지지 않고 머리에 밀착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아시안 핏을 적용해 아이들 특유의 넓은 두상에도 편안하게 잘 맞는 것이 특징이다. 리마 149 헬멧의 무게는 M사이즈 기준 210g이며 컬러는 타이거 블랙, 핑크 카모, 블루 파이어리트 세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가격은 5만 원이다.

경량 레이스헬멧의 대명사 리마, 이제부터는 정식으로 국내 출시된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사실이 더욱 반갑다. 리마 헬멧은 엘파마로 잘 알려진 (주)엠비에스코퍼레이션이 국내 공급을 담당한다. 리마와 함께 더욱 많은 라이더들이 가볍고 쾌적하면서도 안전한 라이딩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