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10개 모델을 추가로 내놓을 계획이라는 캐딜락. 그 첫 번째 주자는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을 강조하고 있는 ‘CT6’. 여느 대형 세단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그간 볼 수 없었던 존재감 있는 디자인에 대형 세단답지 않은 달리기 성능까지 갖췄으니 말이다.

“캐딜락만의 독자성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겠다” CT6 출시일 캐딜락 CMO 우베 엘링하우스가 한 말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독자성’, 다시 말해 차별화를 무기로 내세우겠다는 얘기다. CT6는 흔하디흔한 대형 세단과는 확실히 다르다.

차근차근 살펴본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쏙 든다. 직선을 강조한 디자인은 여느 캐딜락 모델과 같은 모습이다. 하지만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위해 조금은 고급스럽게 다듬은 모습이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LED 헤드램프는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경쟁 모델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렸다고 본다. CT6의 옆모습은 생각보다 날렵한 인상이 강하게 든다. 헤드램프에서 이어지는 캐릭터 라인은 테일램프와 이어진다. 뒤태는 약간 CTS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는 하지만 조금 더 고급스러움을 가미한 모습이다. 거기에 양 갈래로 나뉜 배기구. 고성능 차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다.

실내는 기존 캐딜락 모델에서 느껴보지 못한 고급스러움으로 가득하다. 실내 대부분을 가죽으로 감싸놨고, 스티어링의 형상, 기어 레버 등 모든 것이 새롭다. 또 공조장치 버튼과 오디오 볼륨 버튼을 제외한 모든 것은 센터페시아 중앙에 위치한 LCD 속으로 숨었다. 계기반은 시인성이 꽤 좋다.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운전자가 필요한 정보를 나눠 볼 수 있다. 단, 다소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의 느낌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플래그십 세단이라면 뒷좌석의 거주성이 상당히 중요하다. CT6의 뒷좌석에는 10인치 듀얼 모니터를 장착해 탑승자가 원하는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또 쿼드존 독립제어 에어컨디셔닝 시스템이 적용돼 각기 다른 온도를 설정할 수 있다. 이 밖에 리어 카메라 미러를 적용해 후방 시야를 300% 증가시켰다.

스포츠 세단을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3.6리터 급 엔진을 탑재한 대형 세단 중에서는 가장 경쾌한 성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시승을 위해 준비된 모델은 플래티넘 트림으로 최상위 모델이다. 이 차 보닛 아래에는 3.6리터 6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이 탑재됐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340마력(@6,800), 최대토크 39.4kg.m(@5,300)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여기에 하이드라매틱 자동 8단 변속기가 맞물리고 4바퀴를 모두 굴리는 4륜 구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첫 느낌은 상당히 경쾌하고 부드럽다. 일반적인 속도 시속 100km까지는 상당히 부드럽게 속도를 붙여 나간다. 변속 역시 꽤 똑똑하다. 보통의 대형 세단이 갖는 묵직한 움직임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스포티한 주행을 할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참고로 CT6는 상황에 따라 투어, 스포츠, 아이스/스노우 등 총 3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스포츠 모드로 계기반에는 체커기가 나타났고, 변속기는 매뉴얼로 바꿨다. 차의 태도는 돌변했다. 마치 스포츠 세단을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고, 엔진 사운드는 귀를 자극했다. 스포티한 맛에 중독이 된다면 운전대를 남에게 쉽게 넘겨주지 못할 정도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움직임 또한 수준급이다. 뒷바퀴가 조향되는 '액티브 리어 스티어링(Active Rear Steering) 시스템' 덕분이다. 이 기능은 아쉽게도 플래티넘 트림에만 적용되는 옵션이다. 여기에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RC)'의 도움을 또 한 번 받는다. 3m가 넘는 휠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차의 움직임이 아닌 느낌이다. 단, 조금 단단한 느낌의 서스펜션의 느낌 탓에 뒷좌석에 사장님이 타고 있다면 최대한 조심히 운전해야만 할 것 같다.

운전자를 도와주는 편의장비의 수준도 나쁘지 않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설정하고 차선이탈 보조장치를 작동시키면 레이저와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를 돕는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놓고 달려보니 차선을 벗어나려는 순간 스티어링 휠을 돌려 차선 이탈을 방지한다. 다만, 차선의 중앙에 차를 놓고 달리게 하지는 않았다.

CT6의 경계는 모호하다. 가격은 한 단계 낮은 체급과 비슷하지만, 체격은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중형 세단과 대형 세단의 중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CT6의 가격은 7,880만 원부터 시작. 수입 중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이다. 하지만 체급은 그 이상이다. 물론 1억이 넘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보다 부족한 부분은 있다. 딱 중형 세단과 대형 세단의 중간 위치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경쟁 모델을 뛰어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때로는 뒷좌석에서 평온함을 즐기고, 때로는 스포티한 운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차가 CT6가 아닌가 싶다. 경쟁 모델과 달리 어딘가 다른 매력을 뽐내며 캐딜락만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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