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9일 세계 최대의 자전거 메이커인 자이언트의 CEO 토니 로(Tony Lo)가 우리나라를 방문, 올림픽파크텔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가졌다. 토니 로 CEO는 창업자인 킹 리우 회장이 자이언트를 설립한 이듬해인 1973년 부사장으로 입사하여 올해로 43년째를 맞이했고, 현재 자이언트뿐 아니라 타이완 자전거 수출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토니 로 CEO는 자이언트의 많은 혁신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인물이기도 하다. 자이언트는 지금으로부터 7년 전, 여성들의 사이클링 붐이 일기 전 이미 자전거 메이커들 중 처음으로 여성만을 위한 전문 자전거 브랜드인 ‘리브(LIV)’를 런칭 해 시장을 선도했고, 리브는 자이언트 산하에서 독립한 브랜드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또한 자전거의 판매 뿐 아니라 자전거 타기 문화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타이완 정부를 설득해 타이베이 시의 공공자전거 이용환경을 구축하고 타이완을 자전거로 일주할 수 있는 ‘사이클링 아일랜드(Cycling Island)’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과 최대 규모, 판매량을 자랑하는 자전거 메이커의 수장이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뜻밖에도 ‘여행’을 위해서다. 자이언트는 ‘자이언트 어드벤처’라는 이름으로 여러 나라에서 사이클리스트들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개발하고 있다.

토니 로 CEO는 이번 방한이 ‘Ride Korea, Ride Giant’라는 슬로건으로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간 직접 자전거를 타고 서울-부산 538km를 달리는 한국종주투어를 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문화, 자전거 인프라를 직접 살펴보고 자전거타기 문화의 확산에도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토니 로 CEO는 이번 미디어 간담회에서 한국을 방문한 목적과 함께 자이언트라는 거대 자전거 기업의 철학과 비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다.

 

Q. 자이언트는 타이완, 일본 시코쿠 일주에 이어 이번 한국종단과 같은 장거리 여행 프로그램을 꾸준히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2008년, 타이완 자전거 업계 관련 사장들을 모집해 우리가 만든 부품과 자전거로 타이완을 일주해보자고 한 것이 시작이었어요. 그 전에도 자전거를 탔지만 최고로 멀리 달려본 것이 50km를 넘지 않았고 함께한 모두가 자전거 초보들이었죠. 처음에는 너무 힘들었고 ‘우리가 대체 여기서 뭐 하는 짓이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심지어 그때는 태풍이 지나가고 있어서 비바람도 심했어요. 하지만 6일째가 되니 다른 모습을 갖게 되었어요. 자전거에 대한 진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신감도 생겼죠. 그리고 일정을 하루 남기고 그 전날 밤 미리 쫑파티를 했는데 마지막에는 울음바다가 되었어요. 할 수 있고 해냈다는 데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죠. 이런 의미 있는 행사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데 참가한 모두가 의견을 같이했죠.

그때 참가했던 사람들 모두가 ‘자전거를 타자’라고 전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거리 라이딩을 하다 보니 많은 서비스가 필요했어요. 자전거가 고장 날 수 있으니 미캐닉 서비스가 필요하고, 호텔 예약과 보급, 그 외 여러 가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자이언트 어드벤처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자이언트 어드벤처가 생기고 나서 대만일주프로그램이 활성화 되다 보니 지금은 1년에 약 200그룹 이상이 자이언트 어드벤처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만뿐 아니라 전 세계에 사이클링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요, 아시아 쪽으로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비롯해 여러 나라 라이더에게 자전거 타기 좋은 여행코스를 알리고, 이런 문화를 점점 더 확산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Ride Life, Ride Taiwan’, ‘Ride China’, ‘Ride Japan’ 그리고 드디어 ‘Ride Korea’를 진행하게 되었네요. 

자이언트가 지금까지 설립된 지 43년이 되었습니다. 시작은 최고의 품질로 자전거를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자전거를 타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찾고,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인데요, 이것은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취미생활이 되어버렸습니다.

한국에 와서 한국의 사이클링 환경과 한국 라이더들이 추구하는 사이클링이 무엇인가 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기쁩니다. 한국과 대만의 사이클링문화가 서로 함께 발전해나가고, 서로 도움을 주며 성장해나갈 수 있는 기회였으면 좋겠습니다.

 

Q. 아시아와 유럽 등 여러 나라를 다녔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라이딩은 언제였죠?

대만을 8번 일주했는데 매번 달랐어요. 이 대만 일주 일정은 일종의 자가 건강검진 스케줄 같은 것이에요. 북경-상하이 투어가 생각나네요. 전체 거리가 1,688km나 되니 무척 길어서 잊을 수도 없죠. 중국 쓰루에서 둔황까지 가는 일정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내와 함께 라이딩을 했었죠. 거리로 따지면 700-800km 정도인데 산을 넘어야 해서 난이도가 제법 있었고, 마지막에는 사막을 지나가야 했어요. 심지어 해를 내내 쬐면서 달려야 했는데 그늘은 전혀 없었고, 거기서 먹었던 수박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막을 통과해야 했는데 하늘이 도왔어요. 페달링을 안 해도 시속 35km정도로 달릴 수 있었고, 페달을 조금만 밟으면 시속 50km를 낼 수 있었거든요. 단 마지막 하루만 그랬지만요.

네덜란드 투어도 다녀왔어요. 네덜란드는 자전거 문화가 무척 발달한 나라인데요, 거기서 자전거를 타고 나서 알게 된 것은 이 나라에서 자전거문화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어요. 자전거를 타면서 페달을 밟으면 밟는 만큼 나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고, 어디에나 자전거 도로가 있었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사람으로서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받았죠.

많은 나라를 자전거를 타고 달렸는데, 각 나라마다 장점과 배울 것이 달랐어요. 그래서 이번 한국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면 분명 한국에서 배운 장점을 대만에서 전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Q. 최근 전기자전거 시장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자이언트도 전기자전거를 만들며, 첫 전기자전거를 만든 지 15년이 지났습니다. 유럽은 거대한 전기자전거 시장으로 성장했고 모터와 배터리, 컨트롤러 등도 많이 발전했어요. 하지만 전기자전거가 솔직히 저는 ‘왜 모터를 달고 타야 하나? 이게 자전거를 타는 것인가?’라는 편견이 있었어요. 그런데 올해 6월에 전기자전거 관련 행사에 참가했는데 산악지역인 장가계에서 전기 자전거를 탈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지역에는 풍력발전기 몇천 대를 설치하기 위한 도로가 있는데, 산을 돌아가며 오르는 길이예요. 보통 6-7% 경사입니다. 그런데 어떤 구간은 5-35%라 표기된 장소도 있어요. 전기자전거를 탔기 때문에 산악구간을 하루 80km를 달릴 수 있었어요.

자전거를 타는 목적은 건강이지만, 전기자전거는 정말 재미있게 탈 수 있는 자전거입니다. 직접 경험해본 이후 전기자전거는 더욱 많은 진화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로드바이크나 MTB 라이더라도 전기자전거를 타보면 구입할지도 몰라요. 자전거가 힘들기 때문에 타지 않겠다 말하는 이라도, 전기자전거라면 생각을 바꾸고 사이클링에 입문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 남산을 지나 호텔에 왔는데, 서울 시내에도 남산을 비롯해 오르막이 많더군요. 전기자전거야말로 어쩌면 한국에 꼭 필요한 교통수단일지도 모르겠네요. 특히 여성이라면 이 전기자전거가 꼭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성이라도 전기자전거를 타면 남자들만큼 빠르게 달릴 수 있을 겁니다.

 

Q. 리브에 대한 질문입니다. 매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비결과 새로운 목표가 궁금합니다.

리브 브랜드는 올해로 7년이 되었습니다. 리브는 100% 여성 라이더를 위해 개발된 자전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리브 브랜드가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리고 자이언트 역시 이러한 결과에 대해 무척 반가워하고 있습니다.

7년 전에 저희 자이언트는 저희회사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왜 자전거는 여성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 없을까?’ 그 당시에 타 업체에 같은 질문을 했을 때, 타 업체는 ‘우리 회사에 여성용 자전거가 있다’고 했지만 생활용 자전거에 바구니가 달린 수준이었죠. 이것은 그저 교통수단일 뿐입니다. 진정한 스포츠 사이클링을 즐길 수 없는 자전거죠. 여성용 스포츠 장비들은 분명 여성용이 따로 나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전거 업계에서도 여성 전문 장비, 자전거, 액세서리가 없다는 것은 업계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여성의 신체조건은 남성과 엄연히 다릅니다. 지오메트리와 사이즈가 다르고, 요구되는 특징도 다르죠. 업계에서는 개발 부담을 피해 일반 자전거의 조금 작은 사이즈를 제공했죠.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리브가 후원했던 선수인 마리안느 보스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당시 마리안느보스는 남성용 자전거가 여성용보다 강성이 높고 우수하다는 편견을 가졌어요. 그래서 그녀는 오랜 시간동안 리브 자전거를 탈지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리브 자전거를 타고나서부터는 남성용 자전거를 타는 것이 낫다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요.

내부적으로도 이런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용 자전거의 미래는 어떨까?’라고요. 지금은 자이언트가 리브보다 판매량이 더 많지만, 미래에는 자이언트와 리브가 동등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 세계의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기 때문이죠.

 

Q. 40년간 세계 최고의 자전거 회사를 만들었는데 그 원동력이 무엇입니까?

자이언트에서 43년 동안 일했고, 킹 리우 회장님과 ‘이제는 우리가 은퇴해도 될 것 같다’는데 동의했죠. 킹 리우 회장님과 이 회사를 설립했을 때 ‘우리가 25년 정도 일하고 은퇴하자’고 이야기 했어요. 하지만 몇 년 더 연장이 되었는데 올해 은퇴를 결정한 이유는 어서 이 회사를 젊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그들이 이끌어나가도록 하자는 결정이었습니다.

자이언트가 이렇게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늘도 이 회사를 많이 도와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자이언트가 가장 중시했던 것은 제품 품질과 기술이었습니다. 새로운 것의 개발에 많은 중점을 두었고, 많은 나라에서 브랜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할지,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자전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도 많이 했습니다. 품질과 새로운 기술 개발에 신경 쓰면 이익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시작은 ‘최고의 품질을 가진 자전거를 만들자’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자전거를 판매할 뿐 아니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고 생각했죠. 그리고 지금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소비자에게 건강까지 돌려주자는 마인드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의 중요한 숙제는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에게 어떻게 ‘사이클링 라이프’를 전해주고, 어떻게 건강을 돌려주고, 이 지구의 환경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도록 하는가 연구하는 것입니다. 회장님과 저는 은퇴할 예정이지만 이런 숙제와 방향성은 새로운 경영자도 동의하고 있는 가치입니다. 아마 더 잘해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퇴임을 앞두고 있는데, 지난 날 돌아봤을 때 가장 보람 있었던 일과 아쉬움이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은퇴 후 꼭 해보고 싶은 일의 위시리스트가 궁금합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추억은 35년 전 자이언트라는 브랜드를 론칭한 것이죠. 정말 힘들었지만 보람 있었던 일이었어요. 그리고 가장 안타깝고 아쉬운 일은 2008년 자전거 라이딩 투어를 처음 시도했고 많은 발전이 있었는데, 이걸 10년 전이나 20년 전에 진작 했더라면 자전거 문화는 지금보다 더 발전하고 앞서나가지 않았을까요? 물론 되돌릴 수 없는 일이니 지금부터라도 더 많이 타야겠죠.

중국에는 ‘인생은 70부터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 진정한 인생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69살이고, 내년이 진짜 인생의 시작입니다. 앞으로 저는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첫 번째 일은 기독교 신자로서 사람들에게 전도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모든 사람들에게 건강의 비결을 전하는 것입니다. 은퇴 후 이 두 가지 일을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보면 일이라 할 수 있지만 자전거를 좋아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삶을 즐기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생각됩니다.

토니 로 CEO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가진 자전거에 대한 철학뿐 아니라 자이언트라는 자전거 메이커가 가고자 하는 길을 엿볼 수 있었다. 많은 회사가 건강, 문화, 환경을 이야기하지만 이를 마케팅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는 드물다. 그러나 자이언트는 토니 로 CEO 개인의 바람을 넘어 기업 차원에서, 타이완을 넘어 아시아와 전 세계를 보다 자전거 타기 좋은 환경으로 이끌고, 교류를 통한 자전거 문화 확산과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니 로, 그리고 그와 함께 우리나라를 방문한 25명의 타이완 라이더는 9월 20일부터 24일까지 5일에 걸쳐 서울-여주-문경-구미-부산의 538km를 달린 후 타이완으로 돌아갔다. 그가 우리나라의 산야를 달리며 느꼈던 아름다운 기억이 타이완까지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라이더도 타이완을 방문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서로간의 교류를 통해 더욱 멋진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이런 문화가 아시아로 전 세계로 확산된다면 분명 더욱 자전거 타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토니 로와 자이언트가 생각하는 ‘실현 가능한’ 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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