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 매클로린 윌리엄스(Robin McLaurin Williams, 1951.7.21-2014.8.11), 아마 영화광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이름일 것이다.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굿모닝 베트남', '굿 윌 헌팅' 등의 영화에서 열연했던 오스카상 수상 배우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전설적인 코미디언으로 기억될 것이다. 요절복통하게 하는 악동이나 푸근한 동네 아저씨에서 섬뜩한 악역에 이르기까지, 배역을 맡은 캐릭터가 빙의된 듯한 신들린 연기를 보면 그가 1980년대와 90년대를 대표하는 헐리웃 배우라는 찬사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된다.

로빈 윌리엄스는 뛰어난 배우였을 뿐 아니라, 열정적인 사이클링 팬이기도 했다. 그는 레이스에 열광했고 많은 선수와 레이스 관계자와 친분을 가졌을 뿐 아니라 ‘컬렉션’이라 부를 만한 100대가 넘는 자전거를 갖고 있었다. 게다가 이 자전거는 대부분 그가 실제로 타기 위해 구입했던 것이라고 한다. 로빈 윌리엄스가 남긴 자전거를 살펴보면 우스꽝스럽게 생긴 자전거에서부터 컬렉터가 탐낼 만한 귀한 한정판 레이스바이크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로빈 윌리엄스가 생전 소유했던 이 자전거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로빈 윌리엄스의 가족은 그의 자전거 중 87대를 경매에 내놓았고, 경매의 수익금은 신체장애를 지닌 이들의 운동재활을 돕는 챌린지 애슬레이트 재단(Challenged Athletes Foundation)과 척추 손상으로 인한 장애인 재활을 돕는 크리스토퍼&다나 리브 재단(Christopher and Dana Reeve Foundation)에 기부할 예정이다. 경매에 등장한 87대의 자전거 중 주목할 만한 몇몇 자전거를 소개한다.

 

로빈 윌리엄스의 자전거

트렉 마돈 디스커버리 채널 리미티드 에디션 ‘다이아몬드 7’ - 도핑 파문으로 얼룩지기 전까지 ‘랜스 암스트롱’은 미국의 스포츠 영웅이었고 대중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미국의 자전거 메이커 트렉은 ‘프로젝트 원’ 커스텀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예술적인 디자인의 자전거를 선보였는데, 이 자전거 또한 디스커버리 채널 팀과 랜스 암스트롱을 상징하는 문양을 입힌 한정 모델이다. 추정 가격은 10,000-15,000달러라고 한다.

다리오 페고레티 리스폰서리움 - 이탈리아의 자전거 프레임 명장 다리오 페고레티(Dario Pegoretti)가 만든 자전거. 다리오 페고레티는 인두라인과 판타니를 비롯한 많은 전설적인 선수의 자전거를 만들었고, 현존하는 최고의 자전거 프레임 제작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로빈 윌리엄스의 자전거 프레임 컬러는 얼핏 보기에 페인트로 낙서한 듯하지만, 실은 페고레티가 직접 붓으로 페인팅한 것으로 예술적인 가치를 인정받는다고. 자전거의 추정 가격은 6,000-10,000달러라고 한다.

다리오 페고레티 러브#3 - 이 또한 다리오 페고레티의 프레임이며 핸드 페인팅 회화 작품이기도 하다. 프레임은 알루미늄 소재이며 카본 포크를 장착했다. 흰 핸들바 테이프는 회색으로 때가 탔지만, 이 또한 로빈 윌리엄스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라 생각하면 흠이 되지는 않으리라. 추정 가치는 3,000-5,000달러라고 한다.

마지 3V -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은 우주탐사에서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사이클링 스포츠 또한 마찬가지, 소련이 미국을 이기기 위해 치넬리, 콜나고, 마지 등 최고의 이탈리안 프레임을 사용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붉은 프레임의 로드바이크는 소비에트연방 팀을 위해 이탈리아 마지 공방이 만든 것이다. 소비에트 연방을 의미하는 약자인 'CCCP'와 함께 다운튜브에 'MASI'를 키릴 문자 표기로 적은 것이 독특하다. 추정 가격은 2,500-3,500달러.

소프트라이드 로켓 윙 - 소프트라이드는 독특한 디자인의 ‘빔(BEAM)’ 타입 프레임으로 유명한 프레임 메이커다. 이 독특한 자전거를 로빈 윌리엄스가 소유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프레임 디자인뿐 아니라 자세히 보면 장착된 부품 또한 눈길을 끈다. 마빅의 무선 전동 구동계인 멕트로닉(MEKTRONIC)을 탑재했다. 추정 가격은 1,000-2,000달러라고 하는데... 하지만 정말 이 가격에 낙찰될까? 사실 중고 부품의 시중 가격만 해도 이를 훌쩍 넘어간다.

짚 2001 - 레이스용 휠로 유명한 ‘짚(ZIPP)’은 과거 소프트라이드를 닮은 빔 타입 디자인을 가진 프레임을 출시하기도 했다. 프레임은 전체를 카본으로 만들었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때문에 지금도 많은 이들이 소유하기를 원하는 모델이다. 장착된 구동계는 시마노 듀라에이스, 휠은 마빅 코스믹. 추정 가치는 5,000-7,000달러라고 한다.

피나렐로 몬텔로 TT - 현재의 피나렐로와는 이름을 짓는 방식이 다르지만, ‘몬텔로’는 피나렐로의 기함급 로드바이크가 전통적으로 계승해온 이름이다. 현재와는 그 이미지가 사뭇 다른 전 대(代) 피나렐로 기함으로, 피나렐로의 이니셜 ‘P’를 형상화한 듯한 그라데이션 페인팅이 인상적이다. 추정 가치는 4,000-6,000달러.

피나렐로 도그마 6.1 팀 스카이 - 비교적 최근까지 사용된 피나렐로의 기함으로, 팀 스카이의 컬러로 페인팅된 모델이다. 로빈 윌리엄스는 팀 스카이의 선수와도 친분이 있었고 여러 레이스에서 함께 어울리거나, 팀 스카이 유니폼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해당 자전거의 추정 가치는 3,000-5,000달러다.

스페셜라이즈드 에스웍스 알레 페스티나 팀 - 카본 프레임 로드바이크인 타막이 등장하기 이전, 알루미늄 프레임의 전성기인 2001년에 만들어진 스페셜라이즈드 플래그십 모델이다. ‘페스티나’ 팀은 스페셜라이즈드가 처음으로 후원한 월드투어 팀이기도 하며, 이후 스페셜라이즈드는 본격적으로 로드사이클링 팀의 후원을 시작하며 명성을 높이게 된다. 추정가치는 1,300-1,800달러. 하지만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현재 경매가격은 이미 2,600달러를 넘어섰다.

워터포드 R33 - 워터포드는 1993년 창립된 미국의 자전거 공방이지만, 미국의 사이클링 팬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 최고의 자전거 공방 중 하나였던 ‘파라마운트’의 계보를 이으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 메이커인 ‘스윈’ 창립자의 증손자인 ‘리처드 스윈’이 운영하는 공방이다. R33의 프레임은 미국산 트루템퍼 S3 스틸튜빙으로 커스텀 제작되었다. 다시 말해 로빈 윌리엄스의 몸에 맞게 커스텀 제작된 맞춤 자전거라는 뜻이다. 자전거의 추정 가치는 2,000-3,000달러다.

케스트렐 500SCI - ‘에어포일’ 시리즈로 유명한 케스트렐이 90년대 중반 만든 로드바이크.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시트튜브를 생략하고, 프레임 전체를 카본 모노코크 구조로 만들었다. 트라이애슬론 용으로 만들어진 초기 에어로 프레임으로 휠은 650c 규격을 장착했다. 추정 가치 1,000-2,000달러. 물론 현재 경매가는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캐논데일 제킬 CAAD4 - 로빈 윌리엄스의 자전거 컬렉션에 로드바이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 알루미늄 프레임의 명가였던 캐논데일의 걸작 풀서스펜션 MTB인 제킬 CAAD 4. 지금과 달리 ‘Handmade in USA’를 프레임에 새기던 캐논데일 전성기의 자전거로 많은 MTB 컬렉터터가 소장하고 싶어 하는 모델이며 여기에 로빈 윌리엄스의 소장품이라는 희소가치가 더해졌다. 시마노의 3세대 XTR 구동계와 캐논데일 CODA 크랭크, 레프티 서스펜션 포크가 장착되었다.

피사이클 전기자전거 - 샌프란시스코의 소규모 전기자전거 메이커인 ‘피사이클’이 2000년에 만든 자전거. 독특한 아치형의 알루미늄 프레임은 배터리를 내장했고, 앞바퀴의 전기모터와 벨트드라이브 구동계를 함께 사용한다. 독특한 디자인은 분명 시간이 지난 후 더욱 큰 희소가치를 인정받을 것이 분명하다. 추정 가치는 3,000-5,000달러.

비앙키 메가프로 XL 레파르토코르세 - 비앙키의 레이스 공방 ‘레파르토 코르세’가 만든 레이스바이크. 체레스테와 옐로우 컬러의 조합은 비앙키와 이를 사용했던 메르카토네-우노 팀을 상징한다. 이 자전거가 만들어진 해는 1998년. 이 자전거를 탔던 유명한 라이더는? 두말할 것 없이 마르코 판타니다. 1998년은 마르코 판타니가 지로 디탈리아와 투르 드 프랑스를 함께 제패했던 해다. 자전거의 추정 가치는 2,000-3,000달러. 하지만 현재의 경매가는 이미 6,000 달러를 넘었다.

경매에 나온 로빈 윌리엄스의 전체 자전거 컬렉션은 경매를 진행하는 온라인 웹사이트 공식페이지(http://paddle8.com/auction/robin-williams/)를 통해 만나볼 수 있고, 직접 경매에 참가할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했던 수수한 자전거에서부터 자전거의 역사에 이름을 남길 만한 멋지고 아름다운 자전거들까지 다양한 자전거. 그러나 한정 판매된 귀한 컬렉션 모델이 아니더라도 그의 흔적이 남아있는 자전거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의 팬에게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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