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술은 언젠가 그다음 기술에 자리를 내주게 된다. 그러나 장인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완벽에 가까운 작품은 세월을 뛰어넘어 오랫동안 기억되며 사랑받는 법이다. 자전거 역시 그러하다. 최신의 모델보다도 최고의 작품을 원하는 라이더가 찾는 브랜드를 꼽는다면 미국 콜로라도 주 로키산맥 자락에 위치한 티타늄 프레임 명가 무츠(MOOTS)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1월 7일 압구정 로데오에 위치한 어라운드3000(구 첼로홍보관)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미국의 무츠(MOOTS) 부치 바우처(Butch Boucher) 사장이 방문한 것. 무츠에서 일한지 20년이 넘어가며 올해 사장이 된 지 3년째를 맞이한 그가 말하는 무츠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무츠 브랜드와 역사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무츠(MOOTS CYCLES)는 1981년 콜로라도주의 스팀보트라는 곳에서 창립되었습니다. 무츠 사이클의 창립자인 켄트 에릭슨(Kent Eriksen)은 처음에 스틸 바이크를 만들었는데요, 초기에는 로드바이크를 제작했지만 이후 MTB에 집중하게 되죠. MTB는 1983년 처음 만들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무츠가 큰 회사는 아니지만 그때는 더욱 작은 회사였죠.

무츠가 자전거 마니아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89년 ‘YBB’ 소프트테일(Softtail) MTB을 출시한 것이었어요. YBB는 1인치의 짧은 서스펜션을 장착한 풀서스펜션 프레임인데, 서스펜션에 링크가 없이 금속 자체의 탄성과 유연성, 복원력을 살려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무츠가 티타늄 프레임을 만들게 된 것은 다른 동료 프레임 빌더들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티타늄의 특성을 점차 이해하면서 티타늄이 자전거 프레임을 만들기에 이상적인 금속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1991년부터는 오직 티타늄 프레임의 제작에 전념하게 됩니다.

 

Q. 이번에 방한한 목적은 무엇인가요?

저는 무츠의 사장으로 부임한 지 올해로 3년이 되었습니다. 참좋은레져는 무츠의 무척 중요한 파트너입니다. 그리고 저는 한 번도 한국을 와 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미팅도 할 겸 서울에 꼭 와보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고, 미팅에 앞서 서울을 둘러보고 한강에 나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여건이었고,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무츠를 알리기 위해 참좋은레져와 여러 이벤트를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한국을 방문하고 싶네요.

 

Q. 3년 전 사장에 부임하셨다면 그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죠?

저는 올해로 무츠에서 일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젊었을 때 8년 정도는 파트타임으로 일했어요. 제품 개발과, 설계, 부품 가공, 용접, 품질관리 그리고 카탈로그 복사까지 대부분의 일을 했죠. 작은 회사니까요. 여기 이 디바이드 풀서스펜션 프레임의 링크는 제가 도면을 그렸습니다. 지금은 눈이 나빠져서 용접은 못 합니다. (웃음)

 

Q. 무츠 브랜드의 악어 마스코트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궁금합니다

아, 미스터 무츠(Mr. MOOTS) 말이군요? 미스터 무츠는 창립자 켄트 에릭슨이 어렸을 때 상상으로 만들어낸 친구의 이름이에요. 그가 어렸을 때 연필과 악어 모양 지우개를 갖고 놀다가 악어가 마치 입으로 ‘무츠무츠’하고 소리 내는 것을 상상했나 봅니다. 그래서 그 악어의 이름이 미스터 무츠가 되었죠.

그는 10대 시절 미스터 무츠가 자전거를 타고 레이스에 나가거나 모험을 떠나는 내용의 만화를 그리기도 했는데요, 이 캐릭터가 회사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세월이 지나며 로고는 조금씩 바뀌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미스터 무츠를 사랑합니다.

 

Q. 무츠의 창립자 켄트 에릭슨은 지난 2008년 무츠를 나와 자신의 공방을 차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무츠와 켄트 에릭슨은 어떤 관계인가요?

켄트는 지금 무츠가 처음 시작되었던 스팀보트에서 숍을 운영하고 있어요. 켄트 에릭슨은 사실 사업의 규모가 커지는 것을 별로 원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공방을 운영하고 사람을 만나며 프레임 빌더로 살고 싶어 했죠. 사업을 확장하거나 사람을 관리하고,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었죠.

1996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YBB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회사는 점점 커졌습니다. 그리고 켄트는 2008년 회사를 나온 다음 2009년부터 자신의 이름으로 커스터마이즈 프레임 공방(켄트 에릭슨 사이클, www.kenteriksen.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Q. 무츠는 창립 당시 작은 공방이었으나 지금은 회사가 커졌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창립 당시와 현재 무츠가 1년에 몇 대 정도의 자전거를 만드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티타늄 프레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던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음... 그때는 연간 250대 정도의 프레임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성장해서 1,200대 정도를 만드네요.

티타늄 프레임은 수공으로 만드는 제품입니다. 티타늄 용접에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드는 사람의 실력이 중요하며, 소재의 품질도 무척이나 중요해요. 티타늄 소재의 구입에서부터 모든 생산과정에 최고의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Q. 최고의 장인이 최고의 소재로 만드는 프레임이라는 것이군요? 혹시 무츠에서 자전거 프레임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티타늄 프레임 제작 과정을 보면 용접 전 튜빙을 깨끗하게 세척하고, 손으로 만지지 않으며 많은 주의를 기울입니다. 티타늄 용접은 다른 금속과는 다른 특별한 테크닉이 필요해요. 우선 방법이 조금 다른데, 용접하려는 튜빙의 안쪽을 아르곤가스로 가득 채우고, 용접 토치의 불꽃도 아르곤가스로 감싸 용접부위에 대기가 접촉하지 않도록 해야 하죠. 이때 앞서 이야기한 대로 용접을 위한 특별한 장비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실력있는 장인이 필요해요. 

그러나 티타늄 프레임을 만들 수 있는 용접전문가는 많지 않아요. 저희는 1년 이상 프레임 제작을 훈련하고, 그중 실력이 검증된 사람에게만 프레임의 용접을 맡깁니다.  현재 무츠에는 4명의 용접 전문가가 있어요. 그중 세 사람은 무츠에서 10년이 넘게 일했고, 한 사람은 새로 왔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한 번 와서 보시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군요. 저희 스팀보트 공장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직접 와서 보실 수 있을 겁니다.

 

Q. 무츠가 생각하는 티타늄 소재의 특징과 장점은 무엇인가요?

우선 티타늄은 내구성이 뛰어나 오랫동안 탈 수 있고, 소장 가치 또한 높아요. 그리고 금속 공예품 특유의 아름다움이 있죠. 게다가 자전거 프레임 소재로써 가장 중요한 특징은 가볍고 뛰어난 승차감과 라이더의 몸에 맞게 다양한 사이즈와 지오메트리로 커스텀 제작이 쉽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로드바이크와 함께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 있는 ‘그래블 바이크’가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카본은 가볍지만 티타늄은 그보다 더 튼튼합니다. 그리고 스틸보다 가벼우면서 더 유연하고 편안하죠. 티타늄은 여러모로 자전거 프레임에 사용하기에 적합한 우수한 소재입니다. 

 

Q. 무츠가 다른 티타늄 메이커와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무츠는 모든 사람을 위한 자전거(Most Bike)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지만, 최고의 자전거(Best Bike)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우선 회사가 최고의 티타늄 프레임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최고의 티타늄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규모를 갖추었지만, 핸드메이드로 최고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생산량을 유지합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모두 자전거를 좋아하고, 오직 자전거를 디자인하고 만드는 데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중국산 저가 티타늄 소재를 사용하지 않아요. 항공기에 사용하는 미국에서 생산된 최고 품질의 샌드빅(SANDVIK SPECIAL MATERIAL) 사로부터 튜빙을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습니다. 레스토랑으로 비교하면 될 것 같군요. 아주 좋은 식재료를 공급받으며, 뛰어난 실력을 갖춘 요리사가 만들어내는 요리를 언제든지 내놓을 수 있는 식당 같다고 생각하셔도 될 것 같네요.

 

Q. 한국시장에서는 무츠의 MTB 모델이 주로 판매되는데, 미국시장에서는 어떤 장르가 가장 인기를 얻고 있나요?

미국에서는 그래블바이크와 로드바이크가 비슷한 비중으로 판매되고 있어요. 로드바이크인 RSL과 그래블바이크 라우트45 모델이 가장 인기 있는 모델입니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어드벤처 바이크가 큰 인기를 얻고 있어요. 폭 2.8인치 이상의 플러스 타이어를 장착한 MTB 모델과 캠핑과 여행용 자전거에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Q. 무츠는 앞으로도 티타늄 프레임에 집중할 계획인가요?

사실 미래가 어떠할 것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순 없겠죠.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티타늄 프레임 제작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왔고 전문성을 실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소재의 프레임 제작에 뛰어든다면 다른 메이커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현재로써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티타늄 프레임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무츠를 아껴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많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한국에서 무츠를 타는 분을 더 많이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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