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아침, 동대문 시티아울렛 앞 광장 풍경은 평소와 조금 달랐다. 광장 곳곳에 모양도 색도 제각각인 자전거들, 그러나 공통점이라면 이들의 바퀴 크기가 보통의 자전거보다는 작았다는 것. 브롬톤, 스트라이다, 버디 등의 국내 공식 디스트리뷰터인 ㈜산바다스포츠가 개최한 제6회 ‘코리아 어반 레이스’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자전거와 사람들이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KOREA URBAN RACE)’는 도심에서 진행되는 이색 자전거 레이스로, 누가 더 빠른지를 겨루는 레이스가 아니라, 도심 곳곳에 숨어있는 미션 장소를 방문해 미션을 수행하고 제한시간 내에 출발지점으로 복귀해 점수를 겨루는 게임이다. 레이스라고 부르지만 내용을 보면 도심에서 벌어지는 오리엔티어링(Orienteering) 이벤트에 더욱 가깝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는 직경 20인치 이하의 바퀴를 장착한 자전거를 탄다면 누구라도 참가할 수 있는데, 자전거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코리아 어반 레이스의 묘미를 맛보려면 ‘접이식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택시를 제외한 버스, 기차, 지하철, 비행기(!!) 등 대중교통에 자전거를 싣고 ‘점프’해 도심 곳곳을 빠르게 이동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이 대회의 묘미다.

 

자전거, 도심을 놀이터로 만들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를 보물찾기로 비유하면 어떨까? 참가자는 지도를 보고 도심 곳곳에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 떠난다. 보물을 찾은 다음에는 제한시간 안에 출발지점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 출발지점에 집결한 참가자에게 주어진 것은 다름 아닌 ‘미션 북’. 미션 북은 참가자들이 방문해 인증사진을 남기면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장소를 알려준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는 매년 독특한 주제를 갖고 진행되었다. 올해의 테마는 바로 ‘서울의 역사’. 서울 시내 곳곳에 준비된 미션을 수행하며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역사의 현장을 방문, 서울시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고 느낀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취지다.

미션 북에 표시된 장소는 다양하다. 3.1 독립운동 기념유적을 비롯해 근대사를 보여주는 장소부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과 설치미술작품 방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를 담은 위트 있는 미션이 들어 있다. 행사를 안내하는 ‘미션 북’을 살펴보는 참가자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아, 압구정의 산바다스포츠 콘셉트스토어 위클(WECLE) 방문은 덤, 협찬사인 ‘ON running’의 방문은 필수다. 

레이스 시작은 9시, 제한시간은 오후 4시. 서울 시내 곳곳의 미션 장소를 모두 방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장소를 언제 어떻게 방문하든 자유지만, 효율적인 동선을 짠다면 더 많은 장소를 보다 편하게 방문해 미션을 수행할 수 있다. 미션 북을 살펴보는 참가자의 표정이 진지하다. 어찌 보면 지도를 들고 어디를 가볼지 고민하는 관광객과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참가자에게 익숙한 서울이지만, 미션 북에 나온 장소는 대부분이 서울에 살면서도 낯선 장소였다. 참가자들은 레이스의 순위 경쟁보다도 서울시 곳곳을 탐험하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도심 곳곳에 등장한 자전거 무리들

코리아 어반 레이스의 출발 시각은 정확히 9시, 우승을 노린다면 촌각이 아깝다. 하지만 참가자 대부분에게 레이스의 우승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념사진 촬영 아니었을까? 우승팀으로 이름을 알리는 것, 푸짐한 상품보다도 함께 참가한 이들과의 추억 만들기가 더 중요한 것이 코리아 어반 레이스의 모습이다. 일상 속에서 벗어나 그들만의 아기자기한 축제를 즐기는 모습은 이 대회의 의미를 새삼 돌아보게 하는 풍경이다. 

참가자의 목표는 각양각색이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의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도 있지만, 그저 친한 이들과 즐거운 하루를 보내기 위해 이번 이벤트에 참가한 이들도 있다. 완주는 누구라도 어렵지 않다. 어반 레이스의 시작과 동시에 필수 미션을 수행하고 서울시내 곳곳의 맛집을 누비다가 제한시간에 맞춰 돌아가겠다는 참가자도 있었으니 말이다. 즐기는 방법은 자유롭다.

혹시 거리와 공원, 골목에서 지하철 역사에 이르기까지 서울 시내 곳곳을 누비는 자전거 탄 무리를 보고 놀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코리아 어반 레이스에 참가한 팀은 총 60팀, 200여 명의 라이더가 참가했다. 서울시내 곳곳을 2명에서 5명의 라이더로 구성된  60팀의 자전거 무리가 달린 셈이다.

자전거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며 일 년에 한두 번 도심에서도 대규모 이벤트가 열리곤 한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는 규모면에서는 그리 크지 않은 이벤트이다. 그러나 올해로 6회를 맞이할 만큼 꾸준히 사랑받고 있으며 참가자들이 자전거와 함께 도심 속에서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이벤트를 찾아보기도 사실 쉽지 않다. 또, 어쩌면 우연히 서울 시내에서 코리아 어반 레이스 셔츠를 입고 달리는 이들을 보며, 처음으로 자전거에 흥미를 가지게 된 사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가 보여주는 어반 라이프스타일

많은 사람이 자전거를 즐겨 탄다. 하지만 의외로 자전거가 취미인 사람들 중에는 자전거 타기를 운동으로만 즐기며 일상생활과는 각각 별개로 생각하는 라이더도 적지 않다. 로드바이크나 MTB같은 스포츠용 자전거와 달리 미니벨로는 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가까이 있는 자전거다. 그리고 코리아 어반 레이스는 이 자전거를 이용해 실제로 도시 곳곳을 달리는 일상과 무척 가까운 이벤트다.

자전거는 조금 더 우리 일상에 가까이 다가올 수 있는 탈 것이다. 그리고 이동수단일 뿐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며 여가를 즐기고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에 참가해본 라이더라면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을까? 더 많은 사람이 이를 체험함으로써 자전거의 매력에 빠지게 만드는 것, 산바다스포츠가 코리아 어반 레이스를 매년 개최하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자전거가 도심환경을 바꿔놓을 미래의 교통수단이라 말하며, 누군가는 자전거로 도심을 달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전거와 함께 실제로 달려본다면 사람들의 생각은 많이 바뀌지 않을까? 코리아 어반 레이스와 같은 이벤트가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코리아 어반 레이스 참가자의 성적과 시상내역, 그리고 대회와 관련된 각종 정보는 코리아 어반 레이스 홈페이지(http://sanbadasports.co.kr/urban/award.php)와 공식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oreaUrbanRace)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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