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형 SUV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다. 쉐보레 트랙스가 미지의 땅을 개척했고, 르노삼성차 QM3가 범위를 넓혔다면 쌍용차 티볼리는 시장에 불씨를 지폈다. 여기에 기아차 니로는 열기를 더했다. 말 그대로 일촉즉발의 뜨거운 시장인 셈. 그렇다면 사람들이 소형 SUV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해 각 브랜드의 모델을 한 자리에 모아봤다.

 

이번 기획은 어느 차가 더 좋다라는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차가 가진 장점을 살펴보고 진가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그래서 파워트레인부터 모두 다른 세 대를 준비했다. 가장 신형 모델인 가솔린 버전 트랙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갖춘 니로, 디젤 엔진을 탑재한 QM3가 그 주인공이다. 쌍용차 티볼리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소형 SUV 판매 1위 모델에 대한 아주 조금의 배려 정도로 생각해두자.

 

쉐보레 더 뉴 트랙스

 

 

성공적인 페이스리프트다. 구형의 이미지를 과감히 내던졌다. 생김새가 강렬하다. 무엇보다 LED 헤드램프의 적용으로 차급을 뛰어넘는 카리스마를 내뿜기도 한다. 전체 디자인에서 핵심이 되는 앞면 디자인을 잘 매만진 덕분이 아닐까 싶다. 옆, 뒷면의 적은 변화를 상쇄하고도 남는 조형미다. 실내는 투톤 가죽 마감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구성도 괜찮다. 짜임새 있다.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이나 계기반의 시인성,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 위치 등 운전자 편의성 향상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몸을 감싸는 인조가죽시트도 편안함을 배가한다. 물론, 좋은 점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점도 있는 법. 아쉬운 부분 역시 있다. 운전석과 에어컨이 그것. 일단 운전석은 시트 포지션 조작 시, 등받이 각도 조절을 수동으로 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사용할수록 의문이 든다. ‘앞뒤 조절은 자동인데, 왜 등받이만 수동으로 처리한 거지?’ 계속해서 되뇌게 된다. 에어컨도 마찬가지다. 상위 트림임에도 불구하고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옵션으로도 풀 오토 에어컨을 넣을 수 없다. 편의품목에 민감한 소비자나 혹은 더 뉴 트랙스 구입을 예정한 이라면 이점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파워트레인은 1.4리터 터보 엔진에 6단 자동 변속기 구성이다. 최고출력 140마력(4,900rpm), 최대토크 20.4kg.m(1,850~4,900rpm)의 힘을 발휘한다. 시동을 걸면, 실내로 소음과 진동이 꽤 들이친다. 가솔린 엔진이라고 다 조용한 것은 아니다. 저속 영역에서 가속은 터보렉으로 인해 다소 더디다. 반 박자 느리다. 그래도 속도에 탄력이 붙으면 답답함 없이 잘 뻗는다.

 

 

따라서 서서히 속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좋겠다. 급가속 시 저배기량 엔진의 거친 음색과 몸부림은 금세 운전자를 지치게 하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터보렉으로 인해 반응이 즉각적이지도 않아서다. 고속에서 안정감은 평균 이상이다. 크게 불안하지 않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는 SUV 특유의 롤이 느껴진다. 기우뚱하는 차체 속에서 저절로 속도를 줄이게 된다. 

 

콘셉트에 충실한 차가 쉐보레 더 뉴 트랙스다. 구매 예정자는 페이스리프트란 단어에 초점을 맞추면 될 것 같다. 스타일이 말끔하게 바뀐 점이 이 차의 장점이다. 나머지는 좋지도, 안 좋지도 않다. 실내 구성이나 달리기 실력 모두 소형 SUV 세그먼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중간중간 아쉬운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는 하나, 크게 문제 될 것은 또 아니다.

 

기아차 니로

 

 

쉐보레 트랙스가 국내 소형 SUV 시장의 문을 열었다면 기아 니로는 소형 SUV 시장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모델이 아닐까 싶다. ‘하이브리드’라는 카드를 들고 도전장을 내민 니로의 데뷔는 가히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가솔린 엔진과 디젤 엔진을 탑재한 경쟁 모델에게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을 선사하는 차임은 틀림이 없다.

 

사실 니로의 겉모습은 정통 SUV의 명맥을 잇고 있지는 않다. 단지 조금 높은 ‘해치백’쯤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는 다른 하이브리드 모델과는 다르게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확 다르다. 하이브리드임을 나타내는 곳은 트렁크에 달린 배지 하나뿐.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실내로 들어오면 운전자를 맞이하는 계기반이 비로소 하이브리드 모델을 타고 있음을 알린다. 계기반에는 배터리 충전 상태와 주행 상황을 알려주는 정보가 들어 있다. 상품 구성은 한국인 취향을 저격했다. 최상위 트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열과 2열에 통풍시트가 적용됐다. 또 버튼 질감과 조작감도 나쁘지 않게 처리했다. 무엇보다 강점으로 다가오는 것은 공간. 2,700mm에 달하는 휠베이스 덕에 꽤나 널찍한 공간을 가지고 있다. 트렁크 공간도 2열을 접으면 1,425리터에 달하니 SUV라는 이름에 꽤 충실한 모양새다.

 

니로에는 카파 1.6 GDI 엔진이 올라가 105마력의 힘을 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 시스템 출력 141마력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엔진의 힘은 덜하거나 더하지 않은 딱 중간 수준이다. 그렇지만 전기모터의 특성이 조화를 이뤄 초기 발진은 꽤 경쾌하다. 거기에 6단 DCT 변속기가 조화를 이뤄 빠른 변속을 담당한다. 하지만 가끔 변속 충격이 느껴지는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니로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연비. 하이브리드 특성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18인치 휠을 장착한 시승차의 경우 연비에 초점을 맞추지 않아도 리터당 평균 23km를 주행할 수 있었다. 막히는 도심에서는 연비는 더 올라간다. 전기차를 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엔진은 요지부동이고, 옆에 선 차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로지 모터로만 주행을 이어나간다. 제아무리 연비가 좋다고 허세를 부리는 디젤 모델도 엔진을 세운 채 달리지는 못하니 말이다.

 

차를 단순히 연비만 보고 살 수는 없다. 모든 부분을 고려해 자신의 용도에 맞는 차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 니로 역시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다. 하지만 두루 준수한 모습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거기에 꽤 쏠쏠한 친환경차의 혜택도 이 차의 매력을 살려주는 요소 중 하나다. 니로는 독창적인 매력으로 ‘틀림’보다 ‘다름’을 제시하는 차가 아닌가 싶다.

 

르노삼성차 QM3

 

 

QM3는 우리나라 소형 SUV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모델이다. 시야가 높은 SUV를 타고 싶은데 크기가 부담스러웠던 소비자에게 QM3는 최적의 대안이었다. 동글동글한 외모와 유럽산 수입차라는 자부심도 한몫했다. 그 결과 출시 7분 만에 초기 공급물량이 품절되면서 흥행 조짐을 보였고, 르노삼성차가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지금 다양한 신차 속에 기가 눌릴 법도 하지만 QM3의 인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새로운 컬러와 에디션 모델을 꾸준히 선보여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 사진 속 은은한 브라운 컬러 QM3도 이러한 전략을 파고든 모델이다.

 

 

정확한 명칭은 QM3 쇼콜라 브라운,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 차이가 명확하다. 곡선이 강조된 차체 덕분에 묘한 그림자가 만들어 지면서 아름다움을 풍긴다. 투톤으로 처리한 루프와 적재적소 자리잡은 크롬도금 장식, 그릴과 사이드미러, 휠에 들어간 유광 블랙 포인트도 잘 어울린다. 소형 SUV라고 해서 가볍거나 저렴해 보이는 구석은 찾아볼 수 없다.

 

실내에 들어서면 단출한 구성에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든다. 구석구석 버튼을 숨겨놓은 덕분에 무언가를 누를 수 있는 게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기능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경쟁 모델이 갖고 있는 편의품목은 물론 오토 스타트 스톱과 태블릿 인포테인먼트 기능은 오직 QM3에만 있는 특장점이다. 특히, 태블릿 시스템은 커다란 화면에 연동성이 뛰어나 제법 활용도가 높다. 미닫이 글러브 박스와 2단 트렁크 등 곳곳에 마련한 수납공간도 유용하다. 단, 초라한 컵홀더와 뻑뻑한 등받이 각도 조절만 빼면 말이다.  

 

 

QM3에 장착된 1.5리터 디젤 엔진은 기대 이상의 경쾌함이 묻어난다. 단순히 최고출력 90마력이라는 숫자만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실용 구간에 맞춰 힘을 쏟는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작고 가벼운 차체가 만나 사뿐하게 움직인다. 르노가 매만진 핸들링은 민첩하게 움직이고, 고속에서도 쉽게 흐트러지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유럽산 소형 SUV가 주는 매끄러운 감각이 사뭇 새롭다. 

 

다소 시끄러운 디젤 소리가 거슬리지만, 연비를 생각하면 충분히 넘어갈 수 있다. 공인연비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리터당 20km는 손쉽게 찍을 수 있다. QM3는 크게 미워할 만한 구석이 없다. 앞에 두 차보다 나온 지 조금 됐다는 것이 흠이지만 ‘올드’하거나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탄탄한 주행 감각과 알찬 효율성을 보고 있으면 이만한 똑순이가 없다. 모든 것을 다 떠나서 돌고래처럼 귀여운 외모, 아름다운 유채색 컬러만 봐도 이 차를 사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공통점은 소형 SUV라는 점

 

 

디자인, 파워트레인, 상품구성 등 모든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인 세 대의 차였다. 특히, 가솔린, 하이브리드 시스템, 디젤 유닛의 서로 다른 특성은 각 모델의 성격을 명확히 구분 짓기에 충분했다. 쉐보레 더 뉴 트랙스는 가솔린 특유의 뒷심을, 기아차 니로는 정숙성과 연료 효율성을, 마지막으로 르노삼성차 QM3는 발 빠른 초반 가속력과 마찬가지로 높은 연비를 드러냈다.

 

상품 구성면에서도 세 차량은 각기 다른 장점을 내세웠다. 신차 효과를 내세운 트랙스와 다양한 편의품목과 널찍한 공간을 뽐내는 니로, 그리고 프랑스 특유의 유럽 감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QM3까지. 공통점이라고는 소형 SUV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 말고는 없을 정도다. 지향하는 바가 다른 만큼 매력도 제각각인 셈. 괜찮은 선택지 사이 깊어가는 소비자의 고민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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