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오징어나 꼴뚜기에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구하기 어렵고 별난 부품, 특히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거나 혹은 정말로 별 가치가 없는 부품을 포함, 소위 ‘X템’만 보면 구릿한 향내음을 맡고 득달같이 달려드는 다 큰 강아지 같은 근성이다. 

이베이의 구매 버튼 앞에서 손가락이 미끄러진 것이 한두 번이 아닌데, 트라이리그 오메가 X 브레이크도 모니터에 띄워놓고 멍하니 바라보았더니 며칠 뒤 사무실로 국제등기소포가 하나 날아들었다. 공인인증서 없이 클릭 세 번이면 결재까지! 페이팔이 너무 편리한 것이 문제다. 용감한 기자는 이렇게 루비콘 강을 건넜고, 카드 한도는 요단강을 건넜다. 어쨌거나 소포는 도착했고, 포장은 뜯었으니 행복하게 즐기지 못하면 손해. 

물론 이런 삼각형의 브레이크 캘리퍼는 이전에도 있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캄파뇰로 레코드 델타 브레이크이며, 그 유명세 덕분에 비슷한 브레이크 대부분을 델타 타입 브레이크로 부르기도 한다. 델타는 삼각형과 비슷하게 생긴 그리스 문자를 이르는 말이다. 

캄파뇰로가 델타 브레이크를 처음 만든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의 모돌로는 1981년 델타 브레이크를 만들었고, 이외에도 스위스의 베인먼 등 여러 크고 작은 부품 메이커가 델타 타입의 브레이크를 만들었다. 델타 타입 브레이크는 90년대 이후 한동안 인기를 얻지 못하다가 TRP 등의 브랜드가 최근 들어 다시 델타 타입 브레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트라이리그 오메가-X의 뚜껑을 열다

사족이 길었다. 여러 메이커가 다양한 델타 타입 브레이크를 내놓았고, 사실 껍데기를 벗겨보면 작동방식도 각양각색이다. 하지만 델타 타입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이유만큼은 같은데, 다름 아닌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델타 타입 브레이크는 앞에서 보았을 때 좌우로 돌출되는 부분이 없이 좌우 대칭의 삼각형 모양이다. 브레이크 케이블도 가운데를 통과한다. 좌우로 돌출되는 부분이 없다는 것은, 자전거의 앞뒤 브레이크를 장착하고 정면에서 보았을 때의 면적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인데, 일반적인 로드바이크용 사이드 풀 방식 캘리퍼브레이크와 비교할 때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면적이 줄어든다. 한마디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공기저항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물론 앞에서 보았을 때의 단면적이 적을 뿐 아니라 전후좌우 어디에서 보아도 매끄럽게 마무리된 형태도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한몫할 것이다. 트라이리그 오메가-X는 브랜드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트라이애슬론’을 위해 개발되었고, 시간 단축을 위해 사소한 것 하나에 이르기까지 집착하는 라이더를 위한 부품이다.

물론 필자도 로드바이크의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집착하는 라이더로서 오메가-X 브레이크를 구입해 큰 효과를 보았을 리는 없다. 아마 이 브레이크를 보고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아마 그 이유는 대부분 독특한 생김새 때문이 아닐까? 브레이크는 표면을 무광 아노다이징 처리한 알루미늄 합금제이나, 껍데기는 사실 플라스틱이다. 브레이크 암의 피봇 위에 장착된 두 개의 자석으로 고정되는데, 공구 없이 손으로 탈착할 수 있다. 

정면에서 보면 작동원리를 쉽게 알 수 있다. 브레이크 케이블이 중앙을 통과해 삼각형의 ‘캠’과 연결되는데, 브레이크 레버를 잡으면 캠이 위로 끌려올라가며 브레이크 암을 좌우로 밀어내는 ‘롤러 캠(Roller cam)’방식이다. 사실 껍데기가 없어도 사용에는 아무 지장이 없지만, 먼지와 흙 등이 브레이크 내부에 들어갈 경우 ‘롤러’와 마찰하며 작동감이 나빠질 수 있다.

앞에서 살짝 꺼낸 캄파뇰로 델타브레이크의 분해사진과 비교하면 굉장히 구조가 단순하다. 당연히 무게도 훨씬 더 가볍다. 브레이크 패드의 성능은 옛 캄파뇰로 브레이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브레이크 암이 이중구조인데, 측면의 나사를 돌려 브레이크 패드가 장착된 하단부의 각도를 조절해 브레이크 패드와 림 사이의 간격을 조절할 수 있다. 덕분에 ZIPP과 같은 와이드 타입 림의 휠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브레이크 패드 카트리지의 각도 조절이 안 된다. 공기저항을 줄이겠다고, 브레이크 암과 패드 카트리지 사이의 간격을 줄여버린 탓이다. 이유를 대라 하면 공기저항에 대한 집념이라 하겠지만, 솔직히 개발자가 귀찮았기 때문이 아닐까 모르겠다.

어쨌거나 세상은 넓고, 부품은 많다. 패드의 길이 충분히 들어야 브레이크의 성능이 슬슬 나오기 시작한다. 브레이크 레버의 조작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레버를 잡았을 때 처음부터 부드럽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살짝 힘을 주면 튕기듯 작동한다. 레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을 때 단단하다는 느낌으로, 힘 손실 없이 브레이크에 도달해 제동력으로 바뀌는 느낌이다. 제동력이 브레이크 케이블 세팅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타입으로, 어쨌거나 케이블의 작동감은 부드러우면 부드러울수록 좋다.

평가하자면 ‘부품 자체의 성능은 그럭저럭 쓸 만하다’가 되겠지만, 사실 그다지 권하고 싶지는 않다. 주위에 실력이 뛰어난 미캐닉이 있거나, 혹은 본인이 자전거 세팅에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보길. 고백하건대 필자의 자전거는 이미 다른 브레이크로 바꿨다. 결론은 실패한 쇼핑. 그대로 서랍 속에 들어간 오메가-X를 20여 년 뒤 꺼낸다면, 그때는 클래식 바이크를 갖고 노는 기분으로 다시 장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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