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새로운 다용도 상용차 혹은 콘셉트카를 내놓을 때마다 ‘마이크로버스’의 부활, 현대적 해석 등으로 소개하는 것은 이제 익숙하다. 디자인과 실용성 양 측면에서 마이크로버스가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아이코닉 한 자동차였음을 생각하면, 과거의 멋진 기억을 현재와 미래의 차에 투영하는 것은 사람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훌륭한 전략이다.

어쨌거나 좋다. ‘재해석’은 하기 나름이고, 멋진 차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파리모터쇼 때 골프를 재해석한 I.D. 콘셉트를 선보였으니, 이번에는 마이크로버스의 차례다. 이번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맞아 폭스바겐이 공개한 다목적 전기자동차 콘셉트 ‘I.D. 버즈(I. D. BUZZ)’는 흰 조명으로 빛나는 ‘두 눈과 코’ 덕분에 귀여운 인상은 조금 딱딱하게 바뀌었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선대가 누구인지는 한눈에 알 수 있는 얼굴이다. 

폭스바겐이 골프에 이어 마이크로버스의 I.D. 콘셉트를 내놓은 것은 브랜드의 미래전략을 강하게 어필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골프와 마이크로버스 I.D. 콘셉트는 “폭스바겐 브랜드가 2020년부터 새로운 전기자동차 아키텍처로 대공세를 시작할 것”이라는 허버트 디에스 총괄이사의 말을 현실적이고 구체화한 이미지로 전달한다. 

폭스바겐은 커넥티드 기술과 전기 구동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자동차를 출시, 2025년에는 연간 백만 대를 판매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세웠다. I.D. 버즈는 차세대 전기자동차 플랫폼 MEB(Modular Electric Drive) 킷을 바탕으로 개발된 콘셉트카라는 것이 폭스바겐의 설명이다. I.D. 버즈라는 이름은 이 차의 개발목표를 보여준다. 아이디어, 인텔리전트, 인디비주얼, 아이코닉 디자인 그리고 모터의 조용한 공명음(Silent Buzzing)과 버스라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

I.D. 버즈 콘셉트는 MEB-XL 확장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었고, 무공해 AWD 드라이브트레인은 최대출력 369마력을 내며, 프론트와 리어 휠의 액슬은 각각 독립적으로 201마력의 출력을 낸다. 0-100km/h 가속시간은 약 5초라고 하니 주행성능은 충분하다 못해 과할 정도다. 또한 111kWh의 배터리는 150kW의 충전 속도로 30분 만에 80%를 충전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83kWh 배터리를 탑재한 최대출력 268마력의 MEB 플랫폼에 대해서도 언급했고, 이는 향후 다른 소형차의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폭스바겐은 ‘I.D. 파일럿’ 자동주행 기술을 탑재했다. 레이저 스캐너와 지붕에 탑재된 초음파 센서, 레이더 센서, 어라운드뷰 카메라와 전면 카메라를 통해 도로의 다른 차량과 보행자 등을 감지하고, 교통신호에 반응해 자율적으로 달린다. 또한 클라우드에 접속해 다른 차량이 수집한 교통정보를 참고해 운전경로를 설정하는 등 가까운 미래에 실현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탑재했다. 물론 자율주행모드는 스티어링 휠을 잡거나, 액셀러레이터 혹은 브레이크를 누르면 즉각적으로 해제되어 운전자가 직접 차를 몰 수 있다.

언뜻 미래에서 온 것처럼 보이지만 금방 현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자동차, 폭스바겐의 계획대로라면 우리가 I.D. ‘콘셉트’가 아닌 스마트한 ‘골프’와 ‘마이크로버스’를 타게 되기까지는 몇 년 남지 않았다. 오히려 자동차의 발전 속도보다 자율주행에 대한 관련 법규의 정비가 더 늦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I.D. 콘셉트가 현실이 될 것이라 예언한 날이 다가오면 폭스바겐은 분명 더욱 진보한 새로운 콘셉트를 제시할 것이다. 어쩌면 그때 폭스바겐이 또다시 마이크로버스의 미래형 콘셉트를 들고나올지도 모른다. 다가오지 않은 앞날의 이야기지만, 어쩐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니 참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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