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비틀은 레이스카가 아니다? 천만의 말씀. 디즈니 영화 속의 비틀 레이스카 허비(Herbie)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레드불 글로벌 랠리크로스만 봐도 560마력의 더 비틀 랠리카가 활약 중이니 레이스에서 그 열정을 불태운 폭스바겐의 비틀은 의외로 많다.

“아니, 랠리에 나가는 껍질만 비틀인 레이스카 말고, 오리지널 비틀도 레이스에 나간 적 있나요?” 이렇게 묻는다고 해도 답은 “Yes.” 그것도 옛날이 아닌 요즘도 계속되는 레이스가 있으니, 바로 폭스바겐 ‘펀 컵(Fun Cup)’이다. 

폭스바겐 펀 컵은 1997년 벨기에에서 시작된 원메이크 레이스다. 130마력의 1.8리터 엔진을 탑재한 무게 760kg의 비틀 레이스카를 사용하는데, 현재 폭스바겐 비틀은 단종되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지만 여전히 오리지널 비틀을 본 딴 레플리카 레이스카를 이용해 레이스를 진행하는 것이 펀 컵의 특징이다. 

올해는 폭스바겐 펀 컵이 시작되고 20주년을 맞이한 해다. 펀 컵은 원래 유럽을 중심으로 열리는 레이스지만, 주말인 지난 1월 29일 미국 플로리다의 홈스티드 마이애미 스피드웨이에서 펀 컵 시범 레이스가 열렸다. 이 데모 레이스에는 특별한 두 명의 미국인 레이서가 참가했는데 바로 글로벌 랠리크로스에 참가하는 프로 선수인 태너 파우스트가 더 비틀 랠리크로스 카대신 ‘플라워 파워’ 비틀을 타고 펀 컵 레이스에 참가하기도 했다. 

참고로 태너 파우스트는 글로벌 랠리크로스 상위에 랭크된 선수지만, 이번 펀 컵 레이스에서는 4위로 경기를 마쳐 포디엄에서 아깝게 미끄러졌다. 

펀 컵은 프로뿐 아니라 아마추어도 참가할 수 있는 레이스 이벤트다. 폭스바겐 비틀 레이스카의 가격은 약 3만 파운드 전후, 우리 돈으로는 4,300만 원 정도이며, 참가할 수 있는 차량의 수는 155대로 제한된다. 엄청난 성능을 자랑하는 레이스카는 아니지만 모든 선수들이 동일한 성능의 차량으로 참가하기 때문에, 여러 스폰서가 후원하는 강한 팀이나 개인 팀이나 비슷한 조건에서 공정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레이스카 구입과 유지관리 비용 외에도 대회 참가비와 여러 부대비용이 들어가지만, 유럽의 유명 서킷을 달리며 본격적인 레이스를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으니 카 레이스 홀릭에게는 축복 같은 이벤트 아닐까? 

한 번의 레이스는 보통 3시간에서 6시간동안 진행되며, 일반적인 레이스보다 훨씬 오랜 시간동안 운전석에 앉아야 하기 때문에 2명 이상의 팀으로 참가하는 경우가 많다. 폭스바겐 펀 컵은 영국,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유럽 각지에서 연간 7회의 레이스가 열리며, 특히 ‘25시간’ 내구레이스가 포함되는 등 다양한 레이스로 참가자와 관객 모두에게 레이스의 재미를 선사한다. 

F1이나 르망 같은 레이스와 규모를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런 아기자기한 이벤트 또한 멋진 자동차 문화가 아닐까? 물론 이런 멋진 문화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폭스바겐 펀 컵처럼 재미난 이벤트를 볼 때면 새삼 유럽의 자동차 마니아들이 부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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