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 열리는 제네바 모터쇼는 그야말로 가장 화려하고 럭셔리한 자동차를 위한 무대다. 이 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가 바로 이탈리아의 하이퍼카 메이커 파가니다.

파가니의 창립자인 아르헨티나 출신 엔지니어 호라치오 파가니는 과거 람보르기니의 카본파이버 엔지니어였으나 기술에 대한 견해 차이로 람보르기니를 나왔고, 메르세데스-AMG로부터 엔진을 공급받아 소량의 스포츠카를 수공 제작하는 회사를 이탈리아 모데나에 세운다.

파가니 와이라는 잉카 전설 속 '바람의 신' 이름을 따왔으며, ‘공기’의 힘을 빌려 운동성을 높이기 위한 가동식 플랩을 장착해 슈퍼카의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차체는 카본과 티타늄 원사를 섞어 직조한 ‘카보태니엄’ 소재로 제작한다.

파가니는 와이라 로드스터 버전을 올해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티저이미지 캠페인을 통해 와이라 로드스터의 디테일을 조금씩 공개했는데, 드디어 전체 모습을 드러냈다.

와이라 쿠페에서 루프만 뗀 것이 아니다. 와이라 로드스터의 성능은 쿠페보다 향상되었다. 와이라 로드스터의 무게는 1,280kg으로 기존 쿠페 모델보다 80kg이나 더 가벼워졌다.

경량화의 비결은 새로운 Carbo-Triax HP52라는 카본 티타늄 하이브리드 컴포지트 구조를 적용했기 때문이며, 루프가 없음에도 더욱 단단한 차체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쿠페의 멋진 걸윙을 볼 수 없는 것은 아쉽지만, 와이라 로드스터의 탈착식 루프는 쿠페와 다른 매력이 있다. 루프를 장착한 상태의 실루엣은 쿠페와 비슷하지만, 투명하게 제작되어 루프를 장착한 상태에서도 하늘이 보인다. 

뒤에서 바라보았을 때 쿠페와 로드스터의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 뒤 쪽으로 두 개의 늘씬한 험프가 뻗어 나왔고, 험프 사이의 투명한 창으로 AMG의 V12 바이터보 엔진이 속살을 살짝 드러낸다. 

뒷모습을 보면 물 흐르듯 이어지는 ‘등줄기’의 실루엣이 아름답다. 4개의 배기구가 로켓 노즐처럼 배치된 독특한 뒷모습은 그야말로 파가니 슈퍼카의 특징.

파가니와 메르세데스-AMG는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레이서인 후안 마누엘 판지오가 다리를 놓아 인연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AMG가 공급한 심장은 최대출력 764마력, 101.9kg/m의 토크로 와이라의 차체를 로켓처럼 쏘아낸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와이라의 0-100km/h 도달시간은 3초대로 슈퍼카 가운데 특출나게 빠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앞뒤에 장착된 4개의 플랩으로 공기를 자유롭게 다루며 만들어낸 뛰어난 운동성능은 서킷에서 놀랄 만한 랩타임을 만들어낼 것이다.

인테리어는 두 가지 컬러의 가죽을 사용해 고급스럽게 꾸며졌다. 기어노브와 주변부는 기계장치를 그대로 드러내었다. 장식을 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다우며, 예술과 과학기술의 조화를 추구하는 파가니의 철학이 엿보이는 듯하다. 

베이지 색 가죽은 차체의 색깔과 같은 파란 색 스티치로 포인트를 주었다. 물론 파가니 로드스터는 주문자의 취향에 따른 커스텀이 이루어진다. 100대의 파가니 로드스터가 생산될 예정이며, 아마 100가지 다른 디자인으로 출시될 것이다. 

오는 3월 출시될 파가니 와이라 로드스터는 220만 유로, 우리 돈으로 26억 6,0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판매될 예정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에게 파가니 와이라 로드스터는 다빈치의 조각품 같은 존재로 가격표의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 와이라 로드스터를 구입하고자 하는 선택받은 100명의 오너에게도 가격표는 별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와이라 로드스터는 이미 생산예정인 100대가 모두 판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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