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란 말이 있다. ‘멋짐’의 기준이 결국 얼굴에서 판가름난다는 뜻이다. 이것은 자전거 라이더의 패션에 적용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만큼 얼굴이 주는 인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로드바이크를 즐기는 라이더라면 한 번쯤은 라이딩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기 전,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내가 비록 엔진은 프로 선수에 미치지 못하지만 비주얼만큼은!? 선글라스를 바꿀까? 아니, 헬멧을 바꿔야 하나?”

여기서 말하는 비주얼이란 다행히(?)도 잘생긴 외모가 아니다.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게 사이클링 헬멧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 착용한 옷과 액세서리 등이 잘 조화를 이루냐에 따라 사이클링 패션의 성패가 나뉘게 된다. 라이더의 머리와 눈을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 패션으로써의 성격이 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한 해, 국내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사이클링 헬멧 브랜드를 꼽으라면 카스크(KASK)를 빼놓을 수 없다. 2004년에 시작한 비교적 젊은 이탈리아 회사지만, 영국의 프로사이클링 팀 ‘팀 스카이(Team SKY)’를 후원하면서 순식간에 세계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팀 스카이의 멋진 모습을 동경한 사이클링 팬을 시작으로 카스크 헬멧의 독창적 디자인은 점점 퍼져나갔다. 동호인은 물론 후원을 받는 국내 실업팀까지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사용자가 늘어나는 만큼 아쉬운 소리도 하나둘 들리기 시작했으니, 헬멧과 어울리는 선글라스를 찾기가 힘들다는 볼멘소리다. 

바늘 가는 데 실 가듯, 헬멧과 선글라스는 둘이서 한 제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브랜드에 따른 미묘한 컬러의 차이부터 템플(Temple, 안경다리)과 헬멧의 간섭 등, 사이클링 패션을 완성하기 위한 소위 ‘깔맞춤’은 가장 먼저 정복해야 할 산이다.

 

카스크 헬멧을 위해 태어난 선글라스

앞서 팀 스카이의 예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을, 특히 카스크 헬멧을 구입할 예정이거나 이미 사용하고 있는 국내 라이더 중에는 이미 카스크에서 새 고글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지도 모르겠다. 작년 6월 2016 TDK(투르 드 코리아)에서 카스크의 후원을 받는 드라팍 프로페셔널 사이클링의 ‘수상한(KASK 로고가 들어갔던) 붉은 선글라스’ 포착을 시작으로 곧이어 카스크를 국내에 공급하는 ㈜세파스가 2017년 수주회를 통해 새 아이웨어 라인업 ‘카스크 비전(KV, KASK VISION)’ 샘플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여러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지난해 9월, 카스크는 새로운 고성능 스포츠 아이웨어 브랜드 ‘쿠(KOO)’를 론칭했다. UCI 프로 콘티넨털 팀 ‘드라팍 프로페셔널 사이클링’, 이탈리아 U23 엘리트 ‘팀 콜팩(Team Colpack)’과 함께 카스크 헬멧과 가장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선글라스를 함께 개발했다. 세계 최고 수준 사이클리스트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쿠가 처음 선보인 제품의 이름은 ‘오픈(OPEN)’ 선글라스. 이후 쿠가 후원하는 여러 해외 선수가 오픈을 착용한 사진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이쯤 되니 국내에 출시는 하는 건지, 만약 한다면 언제쯤인지 절로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 소식을 이미 알고 있었던 카스크 헬멧 마니아라면 기나긴 기다림에 현기증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선글라스의 신개념을 열다

독자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결할 쿠 오픈 선글라스를 <라이드매거진>에서 먼저 입수했다. 카스크와 마찬가지로 ㈜세파스가 국내에 공급하며, 오는 4월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카스크 프로톤을 처음 봤을 때 ‘UFO’를 떠올렸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독창적이라기보다 독특한 디자인에 가까웠다. 과연 카스크가 쿠라는 새 브랜드로 만든 선글라스는 어떤 인상일까? 

쿠 오픈 선글라스를 보고 처음 받은 느낌 역시 외계인에 가깝다. 외계인이나 UFO나 거기서 거기인 만큼 여타 제품과는 다른 독특함을 가졌다. 그만큼 카스크 헬멧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특별하게 디자인했다. 아마 팀 스카이의 크리스 프룸 선수가 쓴다면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오픈 선글라스의 프레임은 가볍고 튼튼한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이다. 모두 이탈리아 현지에서 만든다. 제품 컬러는 렌즈가 결합하는 전면 프레임, 얼굴 옆을 지나 귀에 걸리는 템플, 포인트가 되는 나머지, 크게 세 부분의 조합에 따라 달라진다. 

스포츠 선글라스를 선택하는 데 있어 노즈 패드(코 받침)는 민감한 부분 중 하나다. 쿠 오픈 선글라스는 부드러운 고무 재질의 노즈 패드 2개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양쪽 따로 각각 결합되는 얇은 두께의 기본 패드와, 양쪽이 하나로 이어진 도톰한 패드다. 거기에 좌·우 2가지 각도로 포지션을 조절할 수 있어, 총 4가지 높이로 착용이 가능한 셈. 선글라스가 공중에 붕 뜨거나 광대뼈에 닿아 고통을 받았던 라이더라도 추가 지출 없이 자신에게 맞는 높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따로 ‘아시안 핏‘을 찾아 동분서주할 일은 없을 듯하다. 렌즈 반대편으로 젖히면 빠지고 살짝 누르면 끼워져 패드 탈착도 간편하다. 

렌즈는 170년이 넘도록 정밀 광학제품을 만든 자이스(ZEISS)의 제품을 사용한다. 사이클링 선글라스는 단순히 패션 아이템을 넘어, 본래 시야를 확보하고 눈을 보호하기 위해 써야 할 필수 장비다. 오픈 선글라스의 형태에 맞춰 디자인한 자이스 렌즈는 어떤 상황(굴곡·눈부심·반사·자외선)에서도 완벽한 시야를 제공해 눈을 보호한다. 렌즈 안쪽에 정교하게 새긴  ‘Z’문자는 자이스 기술의 정통성을 보장하는 마크라고. 

렌즈 사방을 프레임이 감싸는 형태지만 교체도 어렵지 않다. 렌즈 양쪽 가장자리의 고정 부품을 살짝 돌려준 후 렌즈를 콧등이 닿는 노즈 패드 반대편으로 들어 올려 밀면 빠진다. 끼울 때는 미간 쪽의 홈에 먼저 렌즈를 걸어 눌러주고 고정 부품을 돌리면 고정된다. 

패키지는 컬러렌즈(제품 컬러에 따라 다름)와 교체용 클리어렌즈 각 1개씩, 총 2개가 기본 구성이며, 추가 렌즈를 구입할 수 있다. 오픈 선글라스 전용 자이스 렌즈필터의 종류는 클리어(투과율80-100%), 컬러렌즈(투과율8-18%, 18-43%) 5종, 변색렌즈(8-80%)로 총 7종이다. 클리어렌즈가 기본 구성이라니, 추가 지출 없이 야간 라이딩까지 거뜬하다. 

외계인을 연상시키는 외관만큼이나 독특한 점이 있으니 다리가 펼쳐지는 피봇 방식이다. 오픈 선글라스를 착용하려고 일반 제품처럼 다리를 펼치다간 낭패를 당하기 쉽다. 안에서 밖으로 원을 그리며 펼쳐지는 특유의 폴딩 방식 때문이다. 일반 선글라스처럼 다리가 밖으로 펼쳐지지 않기 때문에 잠시 벗어둘 때 의류에 걸어 놓아도 다리가 펴지며 떨어트릴 위험이 없다.‘ 드르륵’하는 좋은 소리를 내며 돌아가기 때문에 묘한 중독성이 있어 계속 돌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지도 모른다. 

회전하며 펼쳐지는 폴딩방식은 독특해 보이거나 옷에 편하게 걸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에어플로우 액티브 시스템(Airflow Active System). 이는 렌즈를 감싸고 있는 전면 프레임의 각도를 설정하는 기술로 3가지 포지션을 선택할 수 있는 오픈 선글라스의 가장 큰 특징이다.

라이딩을 하다보면 선글라스를 쓰고 있음에도 눈에 바람이 들어와 눈물이 나거나, 김이 서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거나, 프레임이 헬멧과 닿아 콧등을 압박하는 등의 불편을 겪곤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혁신적인 기술이 바로 에어플로우 액티브 시스템이다. 미세한 각도 조절을 통해 얼굴, 헬멧, 고글이 이루는 공기 흐름을 최적으로 설정하는 동시에 직접적인 간섭도 피할 수 있다. 그만큼 공기저항도 줄어드는 셈이다. 렌즈 각도 조절로 피팅을 할 수 있다니 놀랍다.

오픈 선글라스는 총 12가지 컬러로 출시된다. 카스크 헬멧과 잘 어울리는 색감이다. 라이드매거진이 실측한 무게는 33g. 판매가격은 29만 9천 원이다.

 

KOO is KASK, KASK is KOO

쿠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처음 내놓은 오픈 선글라스는 카스크의 철학(Comfort Safety Design)처럼 편안하고 안전하면서도 디자인까지 놓치지 않은 욕심쟁이 같다. 그동안 카스크 헬멧을 사용하던 라이더라면 이제 진짜 라이딩 패션을 완성할 시간이 왔다. 카스크 헬멧과 찰떡궁합을 이룰 쿠 오픈 선글라스. 첫 인상은 독특함으로 시작했지만 사용자가 편안하도록 폭넓은 조절 기능을 하나하나 마주하다보니, 꼭 카스크 헬멧 유저가 아니라도 눈여겨 볼 만한 매력이 넘치는 선글라스임에 틀림없다. 다가오는 시즌, 쿠 오픈 선글라스와 함께 멋진 ‘깔맞춤’ 라이더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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