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스타일은 왠지 모를 향수를 자극한다. 예를 들자면 빨간 라디오플라이어 철제 왜건 같은 것은 미국 어린이의 국민 장난감으로, 정작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도 않았을 요즘 어른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비싼 가격에도 불티나게 팔린다.

이번에 소개할 자전거 역시 마찬가지다. 정작 어린 시절 이와 똑같이 생긴 자전거를 타고 놀았던 어른은 별로 없겠지만, 웃기게 생긴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를 향수를 느꼈다면 분명 섬세하게 발달한 감수성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봤다. 이 스팅레이야말로 아메리칸 클래식이자, 역사에 남을 명기 중 하나로 손꼽을만한 자전거니까. 1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자전거브랜드 스윈이 ‘스팅레이 레몬 필러’의 복각 모델을 출시했다.

사실 스팅레이라는 이름은 자동차에서 빌려왔다. 1960년대 미국 젊은이의 드림카였던 쉐보레 콜벳 2세대 모델의 별명이 스팅레이였다. 오리지널 ‘스윈 스팅레이’ 자전거를 자세히 살펴보면 안장 바로 앞쪽에 ‘변속 기어 봉’이 보인다. 마치 당시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듯한 느낌으로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한 이 자전거가 어린이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바퀴는 앞뒤 사이즈가 다르다. 뒤에는 20인치 휠과 두툼한 타이어를 장착했고, 앞에는 이보다 작은 16인치 휠을 장착했다. 사실 작은 바퀴를 장착한 이유는 스팅레이가 어린이용 자전거였기 때문이다. 어른의 사치스러운 장난감이 모터사이클이었다면, 어린이를 위한 ‘크루저 바이크’ 혹은 ‘머슬카’가 바로 스팅레이라는 이미지다. 

이번에 스윈이 내놓은 복각판 스팅레이 레몬필러는 과거 출시했던 ‘쿨한 레몬 컬러’의 스팅레이 모델을 재현한 것이다. 참고로 오렌지 컬러는 ‘오렌지 크라테’, 레드 컬러는 ‘애플 크라테’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어른을 흉내 내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마치 토끼귀처럼 보이기도 하는 하이라이저 핸들바는 아메리칸 차퍼라 불리는 크루저 모터사이클을 흉내 낸 것이다. 요즘 자전거에서는 보기 어려운 스팅레이의 특징. 불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편안한 포지션이 나온다고. 

독특한 디자인의 ‘스프링거’ 포크 또한 옛날 모터사이클에서 간혹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요즘 자전거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는 무겁기 때문. 하지만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부품인 만큼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 포크와 스프링, 물받이에 이르기까지 크롬으로 도금해 번쩍번쩍한 것이 멋지다. 

앞뒤로 기다란 ‘바나나 안장’도 빼놓을 수 없는 스팅레이의 특징이다. 기능적인 면만을 본다면 요즘 자전거의 안장과는 달라서 크고 무겁지만, 일단 자전거의 독특한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일 뿐 아니라 안장의 앞뒤로 움직이며 라이딩 포지션을 바꿀 수 있어 상당히 편안하다. 게다가 안장의 뒷부분을 고정하는 봉은 스프링 서스펜션과 연결되어 있어 요철을 넘을 때마다 위아래로 출렁이며 충격을 흡수한다.

구동계 부품은 아쉽지만 오리지널 스팅레이와 다르다. 오리지널 스팅레이는 3단 혹은 5단 변속기를 장착했고, 안장 앞쪽의 기어 봉을 이용해 변속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복각판 스팅레이는 변속기와 기어 봉을 재현하지 않았다. 아마도 당시의 부품이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아 구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브레이크도 생략했는데, 대신 페달을 뒤로 돌려 뒷바퀴에 저항을 주는 코스터 브레이크를 장착했다. 오리지널과는 다르지만 복잡한 케이블을 생략해 심플한 맛이 있다. 

이 스윈 스팅레이 레몬 필러는 기념비적인 모델로 500대가 한정 생산된다. 각각의 자전거에는 한정판 넘버가 붙고 자전거의 이력을 소개하는 소책자가 동봉된다. 참고로 스윈은 스팅레이 레몬 필러의 판매를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과 함께 진행했다. ‘어린이 자전거’ 카테고리에 제품이 올라와 있지만, 아마 자녀보다는 스스로를 위해 이 자전거를 구입하는 어른이 더 많지 않을까?

자전거의 판매 가격은 349.99달러. 오리지널 스팅레이 가격의 4배 정도로 올랐지만 물가 상승과 희소성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보다는 이 자전거를 다시 출시한 스윈이 고마워지려 하는데, 아마존 쇼핑몰 페이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이런, 벌써 품절이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스윈의 캘린더에 따르면 첫 번째 출시한 스팅레이 레몬필러는 완판되었으나 4월 24일에 스팅레이를 구입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가 찾아올 예정이라고. 진정한 아메리칸 클래식 바이크를 원한다면 꼭 기억해둘 것. 단, 택배 주소는 미국으로 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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