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도 자리에 어울리는 복장이 있는 것처럼 헬멧도 마찬가지다. 내게 어울리는 헬멧이 있다. 하지만 안전과 디자인 등 고려할 점이 옷보다 많아 선택이 쉽지 않다. 게다가 가장 기본적인 보호 장구인 동시에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되는 만큼 헬멧의 종류도 다양하다. 방대한 선택지 가운데서 나에게 맞는 제품을 찾기 위해서는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 많다. 이번 시간에는 나에게 맞는 헬멧을 찾기 위해 가장 먼저 헬멧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본다. 

헬멧은 스타일도 무시할 수 없지만 최우선은 역시 안전이다. 위 표에서 보듯 사고 시에 가장 위험도가 큰 부위는 턱 부분이기 때문에 될 수 있는 대로 턱까지 보호가 되는 풀페이스, 시스템 헬멧을 추천하고 최소한 실드가 부착된 헬멧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얼굴 보호의 목적도 있지만, 이물질과 바람으로부터 눈을 지키는 목적도 매우 크다. 모름지기 헬멧의 용도는 충격 감소와 더불어 사고 예방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풀페이스 헬멧

풀페이스 헬멧은 헬멧의 기본 용도인 ‘사고 예방과 충격 감소’에 충실한 헬멧으로 어느 상황, 어느 바이크에나 어울린다. 두개골과 얼굴, 턱까지 포함하여 머리 전체를 보호해주는 구조로 안전성능이 탁월하다. 공력 성능이 우수해 고속 주행 시에도 흔들림 없이 시야를 지켜주고 얼굴을 잡아준다. 동시에 밀폐성이 높아 소음을 억제해 장거리 운전에도 피로도가 적다. 반면에 밀폐성이 높아 기온이 높을 때는 덥고 답답하다는 단점이 있다.

풀페이스 헬멧은 뛰어난 공력 특성과 보호성능을 지니고 있어 어떤 모터사이클에나 어울리며, 특히 고속 주행이나 스포츠 라이딩에 이보다 적합한 헬멧은 없다. 보통 레이스 성향이 높은 헬멧일수록 가볍고 공력 성능이 우수하지만 가격이 비싸고 편의 기능이 적다. 때문에 본인의 라이딩 성향에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

 

오픈페이스 헬멧

오픈페이스 헬멧은 가볍고 간편해 가장 많이 사용하며 스타일도 아주 다양하다. 시야가 넓고 쓰고 벗기가 간편해 도심주행에 알맞다. 또한 가볍고 개방감이 좋기 때문에 쾌적한 라이딩을 할 수 있다. 고속주행에 특화된 제품도 있으나 보통은 헬멧이 흔들리거나 뜨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스포티한 주행에는 적합하지 않다. 풍절음이 다소 큰 편으로 시끄러운 것도 단점으로 뽑힌다. 

오픈페이스 헬멧은 다양한 디자인과 스타일의 제품이 있지만 얼굴과 턱이 무방비로 노출된다는 점은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안전을 위해서 얼굴을 충격과 바람으로부터 보호해줄 크고 튼튼한 실드가 있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 좋다. 실드가 없는 클래식 헬멧이라고 하더라도 바람으로부터 눈을 지켜줄 대비책은 반드시 마련을 해놓아야 한다. 또한 수많은 제품이 산재해있는 만큼 그럴싸한 모습의 저품질 제품과 유명 브랜드를 카피한 모조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하프페이스 헬멧

오픈페이스와의 경계선이 다소 모호하지만 대개 머리 상부만을 감싸는 형태의 헬멧으로 흔히 ‘반모’라고 불린다. 오픈 페이스와 달리 측면부가 길게 내려오지 않아 쓰고 벗는 것이 아주 편하지만 제대로 된 보호성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바람을 막아줄 헬멧 실드가 없는 경우도 많이 있다. 주행풍만이 아니라 벌레와 먼지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글이라도 준비해야할 것이다. 

 

모듈러(시스템) 헬멧

풀페이스 헬멧의 안전성과 오픈페이스 헬멧의 개방감,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갖추기 위해 실드와 함께 친 가드(턱)까지 올릴 수 있도록 만든 헬멧이다. 친 가드를 내렸을 때는 풀 페이스에 준하는 안전성을 누릴 수 있고 친 가드를 올렸을 때는 오픈페이스의 개방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풀 페이스 헬멧보다 안경의 탈착이 편리한 것도 장점이다.
모듈러 헬멧을 크게 나누면 버튼이나 볼트를 이용해 턱을 분리 가능한 모듈 방식과 일반적으로 친 가드를 들어올릴 수 있는 플립 업 방식으로 나뉜다. 시장에는 플립 업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시스템 헬멧이라 하면 플립 업 방식을 칭하는 경우가 많다. 

안전성이 의심받는 경우도 제법 있지만 그것은 모듈러(시스템) 헬멧이 도입된 지 얼마 안됐을 때의 이야기다. 이 종류 또한 풀 페이스 헬멧 이상의 안전 테스트를 통해 인증을 획득하고 있으며 추가로 오픈페이스 인증까지 획득하는 경우도 있다. 안전평가에서 풀페이스 헬멧을 능가하는 점수를 획득하는 제품도 많이 있어 충분한 검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검증된 제품을 사용했을 때의 이야기이고 최상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친 가드를 올린 채로 주행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헬멧 내부에 친 기어 등 아무래도 부속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이 높다. 또한 구조상 크고 무거울 수밖에 없어 근본적으로 경량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프로드 헬멧

오프로드 헬멧의 극도로 가벼운 무게와 독특한 디자인은 온로드와 전혀 다른 주행환경을 보여주는 오프로드 주행에 특화되어 있다. 바람이 주된 적인 도로와 달리 산길에서는 선행 차량에서 날아오는 자갈과 자연환경이 시야를 방해하고 활동량이 많아 호흡이 거칠어진다. 이에 따라 헬멧 위의 챙은 자갈이나 나뭇가지를 효율적으로 막아주기 위함이고 튀어나온 턱은 활동량이 많은 상황에서도 원활한 호흡을 위한 것이다. 또한 왜곡 없는 시야와 통풍, 무게, 간편한 렌즈 교체 등을 이유로 헬멧 실드대신 고글을 사용한다. 
때문에 온로드 주행시 단점도 아주 명확하다. 공력 특성이 거의 고려되지 않은 형태로 고속 주행 시 시끄럽고 바람의 저항이 아주 심하다. 특히 챙은 바람을 가로막아 헬멧이 흔들리며 운전자에게도 부담이 많이 간다. 즉, 온로드와 전혀 다른 환경을 위해 디자인된 헬멧이기 때문에 공도에서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듀얼 스포츠 헬멧

특유의 스타일과 기능성이 인기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풀페이스나 시스템 헬멧과 혼합된 어드벤처 스타일의 듀얼 스포츠 헬멧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기다란 턱을 가지고 있지만 챙을 짧고 단단하게 만들었으며 온로드 헬멧의 실드를 사용해 오프로드 헬멧의 단점을 완화시켰다. 결과적으로 온로드용 헬멧과 오프로드 헬멧의 중간에 위치한 성능으로 멀티퍼포즈 바이크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온로드용 헬멧보다는 고속주행이 불편하고 오프로드 주행 시에는 가볍고 시원한 오프로드용 헬멧을 따라올 수 없음을 명심하자. 

헬멧은 라이더 개성 표현의 방식이자 안전을 책임지는 도구다. 헬멧 본연의 기능인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스타일도 분명히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안전하고 비싼 헬멧이더라도 착용이 불편하고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가장 큰 비중을 둬야 할 것은 헬멧 착용의 목표인 사고 시 보호의 목적과 용도에 적합한 선택으로 쾌적함을 유지해 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 데 있다. 슈퍼바이크를 타면서 오프로드 헬멧을 쓴다면 그것은 사고 예방의 용도를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오프로드 바이크를 타면서 오픈페이스 헬멧을 쓴다면 보호 목적을 상실한 것이다. 큰 돈 주고 산 헬멧이 ‘돈값’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두 가지 목적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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