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와 60년대 모터사이클에 푹 빠진 영국 젊은이들은 독특한 방식으로 이를 즐겼다. 카페로 삼삼오오 모여들어 누가 더 빠른지를 겨루기 시작했고 여기서 탄생한 것이 바로 카페레이서다. 이들의 레이스 열정을 막을 수 없었는지, 이들은 길뿐만 아니라 길이 아닌 곳을 포함해 누가 더 빨리 겨루는지를 겨루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길이 아닌 곳, 오프로드를 달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장비들은 과감히 제거하고 차체를 높였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스크램블러로, 이 장르를 아예 하나의 제품으로 선보인 브랜드가 있다. 바로 두카티.

두카티는 이미 1962년부터 1974년까지 미국 시장을 겨냥해 스크램블러를 만들었는데, 이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난 2014년 인터모트 모터사이클쇼에서 부활을 선언했다. 물론 스크램블러의 원래 목적인 ‘전반적인 일반도로 주행과 약간의 비포장도로 주행’을 소화할 수 있도록 높은 핸들바와 지상고, 듀얼 스포츠 타이어 등으로 무장한 아이콘 모델을 비롯해 조금씩 형태를 변형한 모델들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그 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 10만 대 넘는 판매를 기록하며 스크램블러는 두카티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지난해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통해 다양한 신제품들과 함께 드디어 세대교체를 맞이한 신형 스크램블러를 선보였고, 드디어 국내에도 제품이 입고되어 본격 판매에 돌입했다.

이번 신형 스크램블러를 준비하며 두카티 디자이너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스크램블러’하면 떠오르는 고유의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신형인 만큼 달라진 느낌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서로 상충하는 두 가지를 서로 융합시키기 위해 두카티는 스크램블러 유니버스의 상징인 ‘X’를 적극 활용했다. 모터사이클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헤드라이트에 적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기존에는 원형이었던 헤드라이트에 X자를 더해 테두리의 주간주행등까지 덮어 4분할 원형 주간주행등이 스크램블러만의 독특한 인상을 보여준다. 이 X자 형태는 측면 클러치 커버과 제너레이터 커버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신형에선 라인업이 정리되어 3종류만 남았는데, 두카티의 상징적인 모델 아이콘과 스포티함을 끌어올린 풀 스로틀, 그리고 다크한 컬러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나이트시프트가 있다. 우선 아이콘은 나만의 개성만점 바이크를 만드는데 최적화된 모델로, 스크램블러의 기본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연료탱크 커버나 펜더, 전면 헤드라이트 커버, 휠 안쪽면의 태그처럼 컬러가 입혀진 파츠들을 다른 색상으로 교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기본 색상 외에도 액세서리로 제공되는 색상을 더해 다양한 색상으로 꾸밀 수 있다. 그리고 시트 하단 사이드 패널에는 두카티 스크램블러 그래픽을 담아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런 디자인적인 요소 외에도 기능적으로는 조종이 수월하도록 핸들바를 운전자에게 당기고 높이를 낮췄으며, 시트는 더 가늘어지고 유선형 모양으로 재설계됐다.

풀 스로틀은 플랫 트랙 레이서라고 하는, 타원형의 흙길 트랙에서 펼쳐지는 레이스에 참하는 모터사이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모델이다. 측면 번호판의 62는 두카티 스크램블러가 처음 데뷔한 1962년을 상징하는 것. 여기에 엔진 하단을 보호하는 스키드 플레이트, 스포츠룩 시트 커버, 두카티 2019년 모토GP 머신의 레드/다크스텔스 전용 리버리 등을 더해 이름에서 연상되는 스포티함과 와일드한 매력을 보여준다. 이런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테르미뇨니 머플러, 두카티 퍼포먼스 LED 방향지시등, 기본 적용된 퀵시프트 등도 스포티함을 보여주는 요소. 여기에 옵션으로 시트 커버를 더하면 이런 스포티함은 더욱 배가된다.

나이트시프트는 클래식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보여주는 카페레이서 스타일의 모델이다. 네뷸러 블루 컬러에 유광과 무광을 혼합하고 검은색 스포크 휠, 사이드 패널, 가변 섹션 핸들바, 바엔드 미러, 블랙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파츠 등으로 매력을 살렸다.

파워트레인은 세 모델 모두 공통으로 공랭 2기통의 데스모듀에 엔진이 장착됐다. 최근 환경규제 등의 영향으로 좀처럼 보기 어려워진 공랭 엔진은 성능 면에서는 수랭에 비해 조금 떨어지지만, 특유의 감성으로 클래식한 매력을 선사한다. 최고출력은 73마력/8,250rpm, 최대토크 65.2Nm/7,000rpm의 성능을 내며, 로드와 웨트 2개의 주행모드가 함께 제공되어 상황에 맞춰 출력 특성을 선택할 수 있다. 여기에 이번 신형 스크램블러는 총 4kg의 무게를 덜어냈는데, 그 중 절반이 넘는 2.5kg이 엔진에서 경량화되며 이전보다 훨씬 경쾌한 움직임이 기대된다. 그리고 스포티한 주행을 선호하는 라이더를 위해 퀵 시프트가 아이콘과 나이트시프트에는 옵션으로, 풀 스로틀에는 기본 사양으로 제공된다.

브레이크는 전후 모두 디스크 방식에 코너링 ABS가 기본으로 적용되어 차체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제동할 때 안전하게 정차할 수 있도록 제동력을 조절한다. 또한 뒷바퀴가 미끄러질 때 구동력을 차단해 타이어가 그립력을 회복하는 트랙션 컨트롤도 더해졌다. 신형 스크램블러의 가격은 아이콘이 1,650만 원, 풀 스로틀과 나이트시프트는 1,890만 원이다.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야 프레임부터 연료탱크, 시트 등 차량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작업으로 나만의 모터사이클을 만들지만, 시간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컬러 파츠의 변경과 같은 소소한 변화만으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신형 스크램블러 시리즈라면 가볍게, 부담없이 나만의 모터사이클을 만들어가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경쾌한 엔진과 각종 첨단 기능들까지 덤으로 따라오니 일석이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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