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가 인기를 끌며 세단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래도 지난해 국내 단일모델 판매 1위가 현대차의 그랜저라는 사실은 준대형 세단이 갖는 남다른 위상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단단할 것 같은 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모델이 있으니 바로 기아 K8로, 이전 모델인 K7의 뒤를 이어 2021년 출시한 이래 꾸준한 인기를 보여주고 있는 모델이다. 수명주기의 절반에 도달한 올해, 드디어 첫 번째 부분변경이 단행되어 지난 8일 실물을 직접 만나보았다.

보통 부분변경을 ‘페이스리프트’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주로 이 때 디자인이 함께 변경되기 때문인데, 이번 K8은 페이스리프트에 걸맞게 전면부는 물론이고 차량 외관 전반적으로 모습이 크게 바뀌었다. 우선 전면부는 최근 기아 신제품들에서 볼 수 있는 3줄 형태로 구성한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기반으로 좌우를 길게 잇는 라이트바를 더해 차체가 한층 넓어보이도록 했다. 그리고 기존 오목하게 들어간 형태의 그릴부를 볼록한 형태로 바꿔 볼륨감을 높이고 다이아몬드 패턴 그릴을 삭제한 대신 기아 디자인에서 추구하는 타이거 노즈 형태의 디자인을 살려 기아의 패밀리룩을 이어나갔다. 헤드라이트는 주간주행등 아래 세로로 배치했으며, 범퍼 하단에 크롬 장식으로 넓어보이는 느낌을 더했다.

측면에서는 앞뒤 오버행을 각각 10mm, 25mm 늘리고 볼륨감 있는 후드 디자인으로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후면부의 경우 기존과 동일하게 좌우 라이트 사이로 라이트 바를 더했다. 다만 라이트바의 디자인을 삼각형이 이어지는 형태 대신 세로로 잘게 쪼갠 형태를 사용한 점이 다른데, 이는 전면부 라이트 바에서도 동일하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3개 패턴의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와 현대차 그룹 최초로 헤드램프 에스코트 기능에 패턴 점등을 더한 다이내믹 에스코트 라이트가 적용돼 차량 승하차시 빛이 움직이며 탑승자를 맞이하고 배웅한다.

실내에서도 소소한 변화점들이 돋보인다.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하나로 이은 커브드 디스플레이의 경우 마름모꼴에서 직사각형 형태로 바뀌었고, 전환식 공조장치 조작부와 송풍구의 위치가 바뀌었다. 스티어링 휠의 디자인도 내부 스포크가 전보다 날씬하게 디자인됐으며, 브랜드 최초로 스마트폰 무선충전기를 2개를 설치해 동승자와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했고 컵홀더쪽에 커버를 장착해 사용하지 않을때는 깔끔한 디자인을 유지하도록 했다. 콘솔 박스의 경우 뚜껑이 좌우로 열리는 형태로 바뀌었고, 내부에 열선 및 자외선 살균 기능을 갖췄고 암레스트 부분에 열선 기능을 더한 점도 인상적이다. 시트는 동승자석에도 쿠션과 시트백의 공기 주머니를 제어해 우수한 착좌감을 제공하는 동시에 컴포트 스트리칭 기능으로 편안함을 높이는 에르고 모션 시트가 적용됐다.

3.5 가솔린 엔진

2.5 가솔린 엔진

파워트레인은 기존과 동일하게 2.5 가솔린, 3.5 가솔린, 3.5 LPG,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4종으로 발매된다. 여기에 다양한 주행 편의 사양과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이 새롭게 기본 사양으로 대거 추가되어 준대형 세단에 걸맞은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먼저 전방 카메라 및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바탕으로 감쇠력을 조절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그리고 고속도로 등에서 고속도로 주행 보조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 사용 시 서스펜션을 제어해 차량 움직임을 줄여주는 고속도로 바디 모션 제어 등이 있다. 그리고 탑재된 메리디안 오디오 시스템과 연계한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을 새로 추가해 실내 정숙성을 높였으며, 전방 상황에 맞춰 상향등을 부분 소등 제어하는 지능형 헤드램프로 안정적인 시야를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이 밖에도 높은 정밀도로 주행보조 기능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정전식 센서 기반의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조향각 제어 방식으로 바꿔 성능을 한층 끌어올린 차로 유지 보조 2,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정차 및 재출발),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이 기본 사양으로 장착된다. 이 밖에도 10 에어백 시스템, 후진 가이드 램프, 뒷좌석 시트벨트 버클 조명, 트렁크 리드 비상 조명 등으로 안전성을 높였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최신의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와 무선 소프트 웨어 업데이트(OTA)가 더해져 향상된 경험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자연어 음성 인식, 퀵 컨트롤, 영상 및 고음질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스트리밍 플러스, e 하이패스, 무선 폰 프로젝션, 세차 및 발레 모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 빌트인캠 2, 기아 디지털키 2, 에어컨 광촉매 살균 시스템 등 다양한 편의사양이 갖춰졌다.

K8 시그니처 블랙 모델

기아 K8의 가격은 2.5 가솔린이 노블레스 라이트 3,763만 원, 노블레스 4,088만 원, 시그니처 4,501만 원, 시그니처 블랙 4,550만 원이며, 3.5 가솔린은 노블레스 라이트 4,048만 원, 노블레스 4,375만 원, 시그니처 4,788만 원, 시그니처 블랙 4,837만 원, 1.6 터보 하이브리드는 노블레스 라이트 4,372만 원, 노블레스 4,724만 원, 시그니처 5,137만 원, 시그니처 블랙 5,167만 원(하이브리드는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전 기준), 3,5 LPG는 프레스티지 3,782만 원, 노블레스 4,166만 원이다. 기아는 이달부터 2.5 가솔린, 3.5 가솔린, 3.5 LPG 모델을 고객에게 인도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은 인증 완료 시점에 맞춰 순차적으로 출고할 계획이다.

이번에 확 달라진 기아 K8의 모습은 3년 전 처음 등장해 국내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당시를 떠오르게 할 만큼 파격적이다. 여기에 준대형급에 걸맞은 다양한 안전 및 편의기능을 대거 투입해 상품성을 크게 끌어올린 상황에서 앞으로 그랜저가 계속 독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 K8이 그랜저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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