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하의 여러 제품 중 플래그십 모델은 단연 YZF-R1이지만, 판매량 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건 엔트리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엔맥스다. 2015년 처음 출시된 이후 독특한 디자인에 성능과 효율을 두루 갖춘 블루코어 엔진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꾸준하게 사랑받는 모델이다. 지난 2021년 편의성을 높여주는 Y-커넥트 탑재 등 대대적인 풀체인지가 단행된 신형 엔맥스가 출시되며 이러한 인기의 흐름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지난 여름 엔맥스 생산 공장이 위치한 인도네시아에서 엔맥스의 신형인 엔맥스 터보가 처음 공개되어 국내 시장에도 도입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단 이름에 터보가 들어간다고 해서 진짜로 터보차저가 투입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부터 명확히 짚어야 한다. 마치 포르쉐가 타이칸 터보를 내놓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파워가 필요한 상황, 예를 들어 오르막길을 만나거나 선행 차량을 추월해야 하는 상황에서 순간적인 파워가 필요한데, 기존의 스쿠터는 CVT라는 변속기 특성의 한계로 달성하기 어려운 부분이었지만, 신형 엔맥스 터보에는 ‘YECVT’라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도입해 CVT로 마치 수동 변속기 모델과 같은 감각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이를 통해 순간적으로 마치 터보차저가 작동하는 것처럼 가속력을 끌어올려준다는 것이 이번 엔맥스 터보다.

이 YECVT를 통해 CVT의 감속비를 평소에는 스로틀 개방도나 차량 속도, 엔진 회전수 등을 통해 최적의 CVT 감속비를 계산해 이를 DC모터로 전달, 모터와 감속 기어 등을 통해 제어하는데, 라이더가 핸들바의 시프트(Shift) 버튼을 눌러 다운시프트 기능을 사용할 경우 이 CVT 감속비를 조절해 마치 수동변속기와 같은 조작감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용자가 버튼을 조작하지 않아도 강한 가속이 필요할 때 스로틀을 빠르게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다운시프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버튼을 눌러 사용할 경우 최대 3번까지 연속으로 다운시프트 기능을 작동시킬 수 있어 더 빠른 가속이 가능하고 반대로 내리막길에서는 엔진 브레이크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외관에서도 다양한 변화를 볼 수 있다. 먼저 전면에선 LED 방향지시등의 도입과 함께 기존 리플렉터 방식의 헤드라이트가 프로젝터 방식으로 바뀌어 야간에 더 먼 거리까지 시야 확보가 가능하다. 측면에서는 사이드 커버의 디자인이 바뀌었는데, 이는 부메랑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후면에서도 전면부의 스타일에 맞춰 라이트 형상이 변경됐으며, 방향지시등도 LED로 변경됐다.

계기판은 새로운 디자인의 LCD 방식이 적용되고 최상위 모델인 테크맥스 모델은 4.2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더해지는데, 이는 티맥스와 마찬가지로 내비게이션 사용을 위한 것이다. 다만 여기에 사용되는 가민 내비게이션이 국내에서는 사용 불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엔맥스 터보가 도입되더라도 내비게이션 사용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핸들바에는 YECVT 도입에 맞춰 주행모드(T↔S)를 변경할 수 있는 스위치와 다운시프트 기능의 시프트 버튼이 추가된다. 서스펜션은 작동 범위를 5mm 늘려 승차감을 높였다고.

공개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미디어와 인플루언서 등이 시승을 진행했는데, 공통적인 평가는 “이름에 붙은 ‘터보’가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었다”는 것이었다. 현지 전문 매체인 데틱오토에서는 “다운시프트 기능의 경우 3단계로 제공되며, 개입도를 높일수록 출력이 더해지는 듯한 느낌이 순간적으로 진짜 터보차저가 작동하는 것 같았다”며 “마치 수동변속기가 장착된 모터사이클을 타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행사에 참가한 코바요가스라는 인플루언서는 “직접 타보니 임팩트가 느껴졌다”며 “직선과 코너에서의 탈출 가속에서 반응이 좋았고, 엔진 브레이크를 위한 다운시프트때는 마치 슬리퍼 클러치를 장착한 수동 모터사이클 같지만 뒷바퀴가 잠기거나 미끄러지는 일이 없어 좋았다”고 호평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는 155 모델만이 공개된 상황이어서 엔맥스 터보가 125cc로도 출시될지는 현재까진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배기량이 낮아지면 YECVT의 다운시프트로 인한 가속 성능의 차이가 체감될 만큼 나타날 수 있을지가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 125cc 버전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보인다.

수명 주기의 절반을 넘는 시점에 새로 공개된 야마하 엔맥스 터보는 스쿠터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YECVT라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배기량의 한계,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서 라이더가 원하는 요소들을 충족시켜주었고, 그로 인해 제품의 고유성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에 적용된 신기술이 다른 제품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스쿠터 시장은 새로운 방향으로의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