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터사이클은 누가 뭐라 해도 2017년 기준 생산 1억 대를 넘긴 슈퍼커브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터사이클은 무엇일까? 슈퍼커브도 적잖이 팔렸지만, 그보다 많이 팔린 PCX라면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프리미엄 스쿠터’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국내 시장에 반향을 일으킨 PCX는 슬림한 차체와 편안한 포지션, 뛰어난 연비와 내구성 등으로 일상용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용까지 시장을 휩쓸면서 출시 이후 판매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이런 인기는 국내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쟁쟁한 스쿠터들 사이에서 14만 대 이상 판매됐을 정도라고 하니, 인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이런 PCX가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았다. 지난 EICMA 2024 현장에서 혼다는 신형 PCX를 공개하고 2025년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변화의 주요 특징으로는 DX 모델이 별도로 출시된다는 것으로, 기본형 모델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장비와 최신 기능들이 투입되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외관에서는 특유의 V 형태의 전면부 램프를 중심으로 특유의 날렵함이 느껴지는 디자인이 그대로 이어진다. 널찍한 핸들바도 동일하지만 이전과 달리 핸들 중앙부를 커버로 덮었는데, 스마트폰 거치대 등을 사용하는 라이더에게는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 물론 깔끔한 이미지를 원하는 사용자들은 환영하겠지만, 실용성이냐, 디자인이냐는 개개인의 취향이라 선택이 갈리겠다.

핵심인 eSP+ 엔진은 최고출력 9.2kW(12.5마력)/8,750rpm, 최대토크는 11.7Nm/6,500rpm, 연비 47.6km/L(WMTC 기준)로 큰 변화는 없다. 특유의 저마찰 기술이 적용되어 동력 손실을 최소화해 효율성을 높인다. 엔진 쪽에서의 변화는 주로 유로 5+ 환경규제 충족을 위한 것으로, ECU 설정을 변경하고 새로운 산소 센서, 촉매 위치 변경, 배기 시스템 재설계 등이 있다.

DX 모델은 서스펜션과 계기판에서 차이를 보이는데, 우선 기본형은 기존처럼 LCD 계기판이 적용되지만, DX 모델의 경우 5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여기에 혼다 로드싱크 기능이 더해져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해 턴 바이 턴 방식의 내비게이션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구글 맵을 통해 내비게이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국내는 구글 맵의 내비게이션 기능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로드싱크 기능 역시 사용할 수 없다. 서스펜션은 기본형은 트윈 쇼크 업소버가 적용되는데, DX는 피기백 타입의 쇼크 업소버가 적용되어 더 향상된 충격 흡수력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앞 포크의 각도(레이크)가 26.5도로 살짝 바뀌었다.

이전 세대에서 적용된 편의 기능들은 그대로 이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스타터 모터와 제너레이터의 역할을 겸하는 브러시리스 모터를 이용한 아이들링 스톱 기능으로, 신호 대기 등 정차 상태가 되면 엔진이 정지해 불필요한 공회전을 막아 연비를 높인다. 다만 엔진 온도가 낮거나 배터리 전압이 일정 이하로 내려가는 경우엔 작동하지 않는다. 엔진이 다시 동작하게 하려면 브레이크 레버를 잡은 상태에서 스로틀 레버를 살짝 비틀어주면 되고, 기능 작동 중 배터리 전압이 일정 이하로 내려가도 다시 작동이 되지만, 전압이 일정 수준을 회복할 때까지는 방전 방지를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

브레이크의 경우 국내는 일찌감치 앞뒤 모두 디스크 방식이 적용됐지만, 유럽 사양은 직전 모델까지 뒷브레이크가 드럼 방식이었다가 이번 신형부터 뒷브레이크까지 모두 디스크로 바뀌며 제동력이 크게 향상됐다. 그리고 안전을 높이기 위한 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HSTC)도 그대로 이어진다. 편의 장비로는 스마트기가 적용되어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낼 필요 없이 시동이나 시트 개폐 등이 가능해 편리하고, 시트 아래에는 30.4L의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헬멧과 각종 장비 등을 보관할 수 있다. 그리고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글러브 박스가 있으며, 내부에 USB-C타입 충전 포트를 마련해 이동 중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

국내에는 오는 22일 출시행사와 함께 본격 판매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며, 국내 출시 사양이나 가격 등의 정보는 행사 당일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최근 혼다에서 출시한 모델들이 공격적인 가격 책정이 이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PCX 역시 이전 모델에서 크게 오르지 않는 수준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스쿠터의 판매량은 가장 높지만, 매뉴얼 모터사이클에 비해 재미면에선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판매량이 높은 건 모터사이클 특유의 높은 기동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편하고 경제적인 이동 수단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국가, 다양한 형태의 스쿠터들이 즐비한 이 레드오션 속에서도 출시 이후 지금까지 십수 년에 걸쳐 단 한 번도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PCX의 완성도에 새삼 감탄할 수밖에 없다. 2025년,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한 신형 PCX가 등장하는 만큼 경쟁자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내며, PCX의 아성을 꺾기 위해 더 부단한 노력을 펼쳐주길 바란다. 그만큼 쉽지 않은 강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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