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 막 모터사이클을 접하기 시작했을 무렵엔 최고만을 꿈꿨다. 가장 높은 마력, 가장 빠른 속도 같은 것들 말이다. 이런 경쟁은 시장 전반에 걸쳐있던 것인지 한 때 시장에서는 300km/h를 넘어 누가 더 빠른지를 놓고 경쟁하다가 안전을 위해 경쟁을 멈추기로 결정했던 적도 있었을 정도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모터사이클에 추구하는 목표 역시 바뀌었다. 여러 이유가 있고 그중에는 나이가 먹으면서 욕심이 사라진 부분도 있을 것이다. 예전처럼 초고속을 꿈꾸지도 않고, 성능도 너무 높은 것보다는 필요할 때 적당한 만큼 힘을 낼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느낀다.

이런 라이더들에게 딱 맞는 게 바로 미들 클래스에 속하는 모델이다. 너무 높은 성능은 오히려 다루기 까다롭게 느껴지지만 적당한 성능으로 조금 거칠게 다뤄도 울컥거리는 일 없는, 하지만 교외에서 적당히 달릴 수도 있고, 반대로 시내에서 출퇴근이나 등하교 등 일상용으로 타더라도 높은 연비와 가벼운 무게로 부담없이 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BMW F 시리즈의 첫 번째 모델 F 650 ST

BMW에서 이 시장을 담당하는 모델이 F 시리즈다. 1993년 네이키드 스타일의 F 650 ST로 시작된 F 시리즈는 이듬해 어드벤처 스타일의 F 650으로 이어졌고, 2000년 두 모델은 각각 F 650 CS와 F 650 GS라는 지금과 비슷한 이름으로 이어졌다. 2008년 F 시리즈의 이름은 798cc 병렬 2기통 엔진을 탑재한 F 800 S에게 물려주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기존 F 650 GS는 혼동을 막기 위해 G 650 GS라는 이름으로 바뀐다.

2017년에는 대대적인 업데이트와 함께 이름의 숫자에 50이 더해져 F 850/750 시리즈로 바뀐다. 오래간만의 업그레이드였지만, 타이밍 계산을 잘못했던 것일까. 유로 5 환경규제 도입을 앞둔 2019년 말 단 2년만에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져 F 900/800 시리즈로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F 900 GS

그동안 다양한 장르의 모델로 F 시리즈가 선보여 왔지만, 현재 판매되는 F시리즈는 4종이다. 대표 모델로는 BMW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 중 하나인 어드벤처에 속하는 F 800 GS와 F 900 GS로, 배기량은 895cc로 동일하지만, 온로드 지향의 F 800 GS와 오프로드 지향의 F 900 GS 각각의 특성에 맞춰 엔진 세팅과 성능 수치, 휠 종류의 크기 등 다양하게 변화를 주었다. F 900 GS는 R 시리즈 GS와 마찬가지로 장거리 주행을 염두에 둔 F900GS 어드벤처 사양도 함께 선보인다. 그리고 모터사이클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네이키드 중에서도 스포츠성을 강조한 로드스터인 F 900 R, 편안한 포지션으로 온로드 투어링 등을 목적으로 어드벤처를 선택하는 라이더들을 겨냥해 선보이는 크로스오버 모델 F 900 XR도 있다.

F 900 XR

BMW에서 R 시리즈나 K 시리즈, S 시리즈처럼 보다 높은 성능의 모델도 선택할 수 있지만, 이 모델을 시내에서 탄다면 편하게 탈 수 있을까? 확 낮아지는 연비는 물론이고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는 자칫 잘못 조작하면 쉽게 울컥거리는 엔진, 상당한 무게 등으로 적잖이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반대로 시내에서 다루기 쉬운 G310 시리즈를 선택한다면 어떨까? 가벼운 무게와 다루기 쉬운 성능으로 부드럽게 라이딩을 할 수 있는 점은 좋겠지만, 지인들과 어울려 가까운 교외라도 나간다면 쿼터 클래스의 부족한 성능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모터사이클을 죽자자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적당한 성능과 무게, 연비까지 특출나진 않아도 중간 이상은 하는 실력을 갖춘 F 시리즈라면 ‘똘똘한 하나’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꽤나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본다.

 

<F 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는 모델들>

 

F 900 R / F 900 XR

F 900 R

같은 엔진을 사용해 F 900 이라는 이름을 갖추고 있지만, 지향하는 목표가 달라 형상 역시 차이가 있어 이름도 R과 XR로 나뉜다. 물론 두 모델 모두 일반도로용 모델이지만, R은 클래식 네이키드와 스포츠 네이키드 사이에 위치해 스포티함도 보여주면서, 정통 네이키드의 맛도 느낄 수 있는, 마치 짬짜면 같은 모델인 셈이다. XR 역시 비슷한 맥락의 모델로, 어드벤처와 투어러 사이에 위치해 어드벤처의 편한 포지션과 장거리 주행에서도 편안함을 주는 투어러의 장비를 더해 둘의 장점을 모두 취한 ‘온로드형 어드벤처’, 혹은 ‘크로스오버’ 모델인 것이다.

F 900 XR

공통으로 탑재되는 2기통 엔진은 이전 853cc에서 업그레이드된 895cc 배기량으로 최고출력 105마력/8,750rpm, 최대토크 92Nm/6,500rpm의 성능을 갖췄다. 중저속에서 다루기 쉽도록 세팅하는 추세에 발맞춰 두 모델 역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4,500rpm부터 90% 이상의 토크를 발휘하도록 했다. 여기에 새로운 배기 시스템으로 감성적인 사운드를 제공한다고.

안전을 위해 전후 ABS는 물론이고 커브에서 차체가 기울어져도 안정적으로 제동할 수 있게 하는 ABS 프로, 자동 안정성 제어, 트랙션 컨트롤, 브레이크 컨트롤 등이 있고, 갑작스럽게 과도하게 스로틀을 감거나 다운시프트 등으로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엔진 드래그 토크 컨트롤이 새로 추가됐다.

서스펜션은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와 쇼크 업소버를 조합했는데, 포크는 압축(컴프레션)과 신장(리바운드), 예압(프리로드)를 모두 조절할 수 있는 방식이다. 단 세팅은 다른데, 좀 더 스포츠성을 강조하는 F 900 R은 작동 범위를 줄이고, 반대로 편안함에 초점을 두는 F 900 XR은 작동 범위를 늘리는 식으로 세팅했다. 이와 함께 옵션으로 전자 서스펜션 조정(ESA)는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어 상황별 서스펜션 감쇠력을 빠르고 손쉽게 조절할 수 있다.

계기판은 6.5인치 TFT 디스플레이를 적용하고, 커넥티비티 기능도 갖추고 있어 스마트폰을 연결해 전화, 음악 감상, 내비게이션 등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동 중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는 USB-C타입 충전 포트도 있다. 헤드라이트는 LED 방식으로 높은 광량을 제공하며, 커브에서 기울어진 방향으로 조사각을 자동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코너링 라이트를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은근히 차량에 무게를 더하는 배터리도 0.8kg 경량화된 신제품이 기본으로 적용되고, 기온이 낮아져도 손의 조작감을 유지할 수 있는 열선 그립도 기본 사양이다. F 900 XR에는 핸드 프로텍터도 함께 더해져 열선 그립 성능을 높일 뿐 아니라 손을 이물질로부터 보호한다. F 900 R은 핸들바와 풋레스트 위치를 조절해 이전보다 더 공격적인 포지션을 취할 수 있게 했고, 핸들바, 풋레스트, 레버를 모두 새로 디자인했다.

 

F 800 GS / F 900 GS / F 900 GS 어드벤처

배기량이 높으면 오프로드에서도 더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지만, 다카르 랠리에 참가하는 거의 대부분의 모터사이클이 450cc 단기통 엔진을 탑재하는 모습에서 오프로드에선 배기량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BMW의 GS 시리즈가 걸출한 어드벤처 모델인 것은 분명하지만, 임도나 황무지, 비포장도로 등 오프로드에서의 우수한 주파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R 보다는 F 시리즈가 정답에 가깝다.

이름이 다른 것은 배기량이 달라서가 아니다. 배기량은 두 모델 모두 2기통 895cc로 동일하다. 다른 점은 세팅이다. F 800 GS는 초심자에게도 적합하고 도로에서의 사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다루기 한결 수월하도록 최고출력 87마력/6,750rpm, 최대토크 91Nm/6,750rpm의 성능을 내고, F 900 GS는 오프로드에서의 주파성을 위해 최고출력 105마력/8,500rpm, 최대토크 93Nm/6,750fpm의 성능을 갖췄다. 라이딩 모드는 로드와 레인 2가지가 마련되어 상황에 맞게 출력 특성과 각종 전자장비 개입도를 손쉽게 선택할 수 있고, ABS 프로와 트랙션 컨트롤도 표준 사양으로 채택됐다. 옵션으로 프로 라이딩 모드를 추가하면 2개의 모드를 추가로 선택할 수 있고, 브레이크 컨트롤과 엔진 드래그 토크 컨트롤이 더해진다.

F 800 GS

F 800 GS는 앞서 소개한 F 900 XR과도 맥락이 비슷하지만, 하이브리드 형태의 XR과 달리 F 800 GS는 정통파 스타일에 가깝다. 다만 도로에 좀 더 초점을 둔 어드벤처인 만큼 편의성을 위해 앞뒤 17인치 캐스트휠이 장착된다. 반대로 F 900 GS는 오프로드 지향 모델에 걸맞은 앞 21인치, 뒤 17인치 크로스 스포크 휠이 적용된다. F 900 GS는 쇼와의 조절식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가 장착된다.

F 900 GS

헤드라이트는 모두 LED가 적용되며, F 900 GS에는 로우 빔 조사각을 넓혀 차량 전방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준다. 계기판은 6.5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며, 전화통화와 음악감상, 내비게이션 등의 사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F 900 GS는 액션캠 등 각종 장비를 장착할 수 있는 12mm 홀더가 기본 적용되어 영상 등의 촬영에도 유용하다.

F 900 GS 어드벤처

F 900 GS도 충분히 오프로드에서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지만 조금 더 긴 주행거리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른 R 시리즈 GS와 마찬가지로 어드벤처 모델이 함께 발매됐다. 조절식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 LED 헤드라이트, 열선 그립 등 F 900 GS와 대부분 동일한 사양이 채택되지만, 알루미늄 엔진 가드, 신규 사이드 패널, 라이드 프로 옵션 장비 패키지 등 기본형에서 업그레이드된 장비들이 추가되고, 연료탱크는 기본형의 14L에서 23L로 늘어나 1회 주유로 더 긴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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