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날이 풀리기 시작하니 모터사이클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다양한 브랜드, 다양한 장르의 제품들 속에서 그 사람이 어떤 걸 원하는지를 듣고 그에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데, 보통 40대 이상인 경우에는 고려할 요소 중 하나가 자세의 편안함이다. 젊을 때야 바짝 숙이는 슈퍼스포츠 같은 모델도 문제없지만, 나이가 일정 이상 넘어가기 시작하면 네이키드 정도의 살짝 숙이는 자세도 부담되기 시작한다. 투어러나 크루저면 자세가 편하지만 가격이 만만찮은 것이 문제고, 크루저는 운동성이 아쉽다.

이런 이유로 고를 모델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적당한 모델이 있다. 바로 어드벤처. 사실 본래의 목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목적으로 사는 사람보다는 일반도로에서 편한 자세로 다니려는 사람들의 선택이 대부분인 장르다. 그렇다보니 많은 브랜드에서 아예 온로드용 어드벤처 모델을 따로 내놓을 정도다. BMW는 대표 어드벤처 모델인 GS 시리즈가 있는데, 이 중 미들급인 F 시리즈에 온로드에 대응하는 어드벤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바로 BMW F 800 GS가 그 주인공. 시승차를 받아 외관은 무엇이 다른지, 성능은 다른 온로드 모델을 대체할만 한지 직접 확인해봤다.

GS란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외관 곳곳에서 어드벤처의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 라이트 아래로 짧게 튀어나온 부리(비크)라던가, 손을 보호하기 위한 너클가드, 윈드스크린 등의 요소들은 어드벤처 모터사이클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분명히 차이를 보이는 곳이 있는데, 바로 휠이다. 오프로드 지향의 F 900 GS는 스포크 휠을 적용해 오프로드에서의 주파성을 향상시킨 반면, 온로드 지향의 F 800 GS는 캐스트 휠로 온로드 중심의 모델임을 분명히 했다. 물론 여행 도중 잠깐씩 만나는 비포장길 정도는 너무 속도만 내지 않는다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달리고자 한다면 주파성능이 높은 F 900 GS쪽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휠이 바퀴면서 앞 타이어도 21인치에서 19인치로 크기가 줄었는데, 그만큼 이점도 존재한다. 먼저 온로드 모델인 만큼 시트가 너무 높으면 키가 작은 사람들은 시내 주행에서 상당히 불편할 것이다. 같은 GS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시트 높이를 F 900 GS보다 55mm 낮춘 815mm로 구성해 타기 쉽게 했으며, 여기에 옵션 시트로 55mm를 더 내릴 수 있으니 발이 땅에 안 닿을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트는 앞뒤 분리형이 아닌 굴곡으로 구분한 방식이며, 이 단차가 상당한데 이를 운전자 엉덩이를 받쳐주는 구조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계기판은 6.5인치 TFT 디스플레이가 적용됐으며, 스마트론을 연결해 음악 제어나 전화 수신이 가능하다. 계기판 우측으로 USB 충전포트를 배치해 이동 중 스마트폰 등의 충전이 가능해 방전될 염려가 없다. 열선 그립이 장착되어 우측 핸들바 버튼을 이용해 켤 수 있고, 3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현재 단계가 계기판 하단에 표시된다. 스마트키가 적용되어 키박스 자리의 메인 스위치를 눌러 전원을 켤 수 있다.

차량을 살펴봤으니 이제 달려볼 차례. 시동을 걸 때 R 시리즈는 좌우로 크게 요동치는데, F 800 GS는 그런 진동이 없는 점이 좋다. 클러치를 연결하며 스로틀을 열자 부드럽게 출력이 솟는다. 계기판을 확인해보니 주행모드는 레인. 한 단계 높은 로드로 바꾸고 조금전과 비슷하게 스로틀 레버를 비틀자 아까와는 달리 난폭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거칠게 튀어나간다. 잠시 간과한 것이 F 800 GS나 F 900 GS 모두 895cc라는 적잖은 배기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성능 수치는 조금 다른데, F 900 GS는 최고출력 105마력/8,500rpm이고, F 800 GS는 87마력/6,750rpm으로 온로드 중심인 F 800 GS의 엔진을 실제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중저속 위주로 세팅한 것이다. 덕분에 출발할 때부터 상당한 파워로 차량이 스포티하게 쭉쭉 뻗어나간다.

여기에 재미를 더해주는 것이 바로 시프트 어시스턴트 프로로, 쉽게 말하자면 퀵 시프트가 적용되어 있다. 가속할 때 엔진음에 맞춰 박자감 있게 착착 변속해주면 흐름이 끊기지 않고 빠르게 속도를 올려붙인다. 반대로 코너에 진입하기 전이라면 반대로 하단으로 변속해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줌과 동시에 코너에서 더 빨리 탈출할 수 있는데, 이 때 자칫 하단 변속으로 뒷바퀴의 안정성을 잃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슬리퍼 클러치를 더해놓았다. 이 정도면 교외에서의 투어링이든, 와인딩 코스를 공략하든 어떤 곳에서도 거뜬하다.

어드벤처라면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를 잘 달려야 하고, 따라서 온로드에서도 잘 달리기 위해 운동성능 역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서스펜션은 앞 41mm 역방향 텔레스코픽 포크, 뒤 모노 쇼크 업소버 구성인데, 쇼크 업소버의 경우 조절식이 탑재되어 동승자 여부나 짐 등 상황에 맞춰 감쇠력 조절이 가능한 다이나믹 ESA가 적용되어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전자식 서스펜션인 것. 좌측 핸들바의 스프링 모양 버튼을 이용해 조절할 수 있고, ‘로드’와 ‘다이나믹’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스포티한 주행에서는 다이나믹을 선택해 타이어 접지력을 높이고, 일반적인 주행이라면 로드를 선택해 승차감을 높이면 된다. 온로드에 초점을 둔 만큼 앞뒤 서스펜션의 작동 범위는 모두 170mm다. 확실히 로드 모드에선 노면의 자잘한 진동이 존재감 정도로만 전해져 불편하지 않았고, 다이나믹 모드에선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도 타이어가 노면에 밀착해 달리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안심할 수 있었다.

브레이크는 앞 305mm 디스크에 2피스톤 캘리퍼를 좌우 양쪽으로 달았고, 뒤 265mm 디스크에 1피스톤 캘리퍼를 달았다. 2피스톤이면 약하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제동력이 기대 이상으로 우수해 원하는 지점에 멈춰세우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여기에 ABS로 안정성을 확보했는데, 시내 주행 중 갑작스럽게 바뀌는 신호로 두어 번 급제동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이 정도로는 ABS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 밖에 장거리 투어에서 사용하기 좋은 크루즈 컨트롤, 타이어 공기압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RDC 기능 등 여러 편의 기능이 더해져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에도 좋겠다.

이런 구성에도 F 800 GS의 가격은 1,720만 원으로, 대표 어드벤처인 R 1300 GS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물론 ‘배기량과 성능은 다다익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배기량이 큰 만큼 연비는 반비례하기 마련이어서 장거리를 타는 것을 선호한다면 오히려 이쪽이 더 나을 것이다. 그리고 퀵시프트나 전자 조절 서스펜션 등 각종 편의기능과 장비들까지 두루 갖추고도 이 정도 가격으로 BMW를 탈 수 있으니 꽤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차량의 실물이 궁금하다면 가까운 BMW 모토라드 딜러나 인천 정서진에 위치한 아르떼파인을 방문해 직접 살펴보고 시승도 가능하니 관심이 있다면 꼭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아무리 좋은 모터사이클도 타는 사람이 불편함을 느낀다면 나쁜 모터사이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탑승자가 편하게 탈 수 있는 모터사이클이 대세인데, 여러 다른 종류의 모터사이클을 보유할 수 없다면, 그래도 딱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이 좋은 선택지다. 필요에 따라 안정적으로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으면서도 평소에는 일반도로에서 편하게, 즐겁게 달릴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 패니어 케이스를 추가하면 투어러 못지 않은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윈드스크린으로 약간이지만 주행풍을 막는 것도 가능하다. 능력치가 모두 만점은 아니지만, 여러 면에서 두루두루 준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 온로드 어드벤처, BMW F 800 GS라면 하나의 모델로 여러 가지를 하고 싶은 욕심쟁이에게 정답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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