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는 2008년 혼다가 정의한 새로운 개념의 미래지향적 퓨전 크루저인 DN-01을 내놓은 적이 있다. 전에 없던 화려한 디자인은 물론이고 특히 HFT(Human Friendly Transmission)를 접목해 변속의 새로운 즐거움을 가진 획기적인 모델이었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DN-01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나라에도 화려한 런칭과 함께 일본 혼다 본사 DN-01 LPL(Large Project Leader)이 직접 방문해 개발 스토리를 설명하며 '혁신'이라는 단어를 목에 힘주어 강조했지만 그 분위기를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물론 바이크 자체는 정말 훌륭했다. 시대를 앞선 혁신적인 메커니즘과 미래 세계에서 날아온 듯한 디자인, 그리고 무려 '인간 친화 변속기'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아 이목을 집중시켰고 또 기대만큼 상당히 정교한 메커니즘을 가져 감탄하게 했던 신기술의 적용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것이 없을 정도로 상품성이 높았다.

 

 

반면 모호한 포지셔닝이 DN-01을 어둠속에 갇히게 했다. 미래지향적 디자인은 젊은 소비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정도로 신선했지만, 유유낙낙 달리기에 적합했던 빈약한 엔진 파워, 그리고 아메리칸 차퍼를 연상할 정도로 크루저틱한 포지션은 스포츠성이라고는 전혀 배려되지 않은 설정이었다.

 

 

결과적으로 화려한 디자인에 반한 소비자들이 고성능 이미지에 반해 한 순간 '혹'했다가 실망하게 된 경우다. 소비자가는 당시 미들급 슈퍼스포츠 바이크를 구입하기에 충분한 가격이었는데, 이러한 점도 판매 부진에 한 몫을 했다고 본다. DN-01만의 진보한 메커니즘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비운의 바이크가 확실하다.

 

 

이번에 등장한 NM4 Vultus야 말로 DN-01의 새로운 지향점을 나타냈다. 젊은이들에게 확실히 어필할만한 로봇 같은 디자인에 곳곳은 근육과 같은 강인한 스타일이 가미됐다. 이전 DN-01이 유선형 심해 동물을 연상시키던 유려한 디자인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첫 사진이 등장하자마자 많은 외신들이 환호한 것도 디자인 덕이 크다.

 

 

엔진도 업그레이드 했다. 다소 약해보였던 이미지의 병렬 2기통 680cc에서 745cc로 바뀌었다. 신형 NC750이 품은 엔진과 동일한데 끈기 있는 토크와 황홀한 연비가 큰 장점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활용성 높은 엔진 베스트로 꼽힐 정도로 호평인 파워 유닛이다.

 

 

HFT에 이어 이번에는 좀 더 평범한 이름인 DCT(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로 채용된 변속기도 기대가 크다. 다양한 드라이브 모드와 패들 쉬프팅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는 DN-01도 플러스/마이너스 버튼식 기어변속을 지원했던 점과 동일하다. ABS는 기본 장착이며 앞바퀴는 18인치 휠을 사용해 사이드 뷰가 멋들어지며 뒷바퀴는 17인치 휠에 무려 200밀리미터 초광폭 타이어를 신겼다. 엔진 파워에 비하면 오버 사이즈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멋을 위한 적절한 절충선의 희생이라고 볼 수 있다.

 

 

육중한 타이어 덕에 뒤에서 보면 드래그스터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낮고 길게 웅크린 차체가 더욱 그러한 인상을 굳혀 멋지다. 정면 모습은 더욱 가관이다. 과감한 숄더 라인이 마치 갑옷을 입은 전사의 어깨 장식 같다. 투구와도 같은 헤드램프 부분도 꽤 진지하게 느껴진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로봇 사이클 같은 이미지가 강하게 풍긴다. 재미있는 것은 마치 디자인실에서 개발했을 것 같은 이 모델도 전면 슈라우드 페어링를 열어 물건을 수납할 수 있도록 실용성을 가미했다는 것이다. 공간 활용을 기막히게 했다.

 

 

콕핏은 3개의 LCD 디스플레이로 나뉘어져 있다. 배경 색도 블루/화이트/레드로 바꿀 수 있어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계기반은 특별할 것이 없이 최신 모터사이클이 즐겨 채용하는 구조다. 가운데 스피드미터와 타코미터가 위치하고 양 쪽으로 각종 인디게이터가 모여있다. 이 구조가 짧은 찰나에 정보를 재빨리 습득하기에 가장 좋다.

 

 

독특한 장비는 다름 아닌 시트다. 싱글시트로 활용할 때는 운전자용 등받이로 틸팅 할 수 있고, 뒤로 젖히면 간단하게 동승자용 텐덤 시트로 사용할 수 있다. 기능면에서 실용적이고 디자인적으로도 문제없이 포용할 수 있는 범위다. 운전자용 발판은 여전히 평평한 플랫 보드로 구성됐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매뉴얼 모터사이클이라기 보다 스쿠터의 감각에 가깝다.

 

 

엔진을 정지하면 중립(N)으로 기어를 빼기 때문에 파킹 브레이크도 장비되어 있다. 덕분에 오르막 내리막 고민 없이 아무렇게나 세워도 신경이 안 쓰인다. 하지만 매뉴얼 모터사이클만의 맛을 살리기 위해 뒤 브레이크는 오른쪽 발판에 위치한 풋 브레이크를 이용해야 한다. DN-01을 런칭할 당시에는 '자동차 감각'을 구현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했는데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스쿠터라면 양손으로 브레이킹을 하던 습관 때문인가 싶다. 실제 의도는 패들 쉬프트가 왼쪽 핸들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변속에 집중하란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전신인 DN-01이 질타를 당했던 부분 중 큰 것은 수납공간의 협소함이었다. 아니 거의 수납공간이 없다고 봐야했다. 그래서 순정 새들 케이스를 별매 하는 등 옵션 전략을 썼지만 디자인이 다소 엉뚱해져 설득력이 없었다. 신형인 NM4도 마찬가지로 순정 새들 케이스를 옵션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아직 디자인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직선미를 강조한 전반적인 디자인 흐름과 잘 어울린다면 납득될 수도 있겠다.

 

 

외신은 이 신형 퓨전 크루저를 독보적인 장르로 가치를 높이 인정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두카티 디아벨과 같은 퍼포먼스 크루저와 대형 스쿠터를 섞어 놓은 것 같아 애매 모호한 포지셔닝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확실히 엔진만 놓고 보면 고출력 바이크 축에 끼우기는 어렵다. 다만 완성도 높은 듀얼 클러치가 함께 하고 저중심 설계의 NC750 엔진이 접목된다면 전혀 새로운 스포츠성을 발휘할 수도 있다. 편안하게 달리는 것은 일상이고 마음먹으면 스포츠 모드를 눌러 경쾌하게 달리거나 매뉴얼 모드로 바쁘게 변속하며 와인딩을 달리는 재미도 줄 수 있다.

 

 

뭐든 섞어 놓은 것은 단번에 좋은 평가를 얻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도 저도 아닌 제품으로 평가되기 쉽게 때문이다. 반면 각 요소의 장점들만 모아 놓은 제품은 사용자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기 마련이다. NM4가 그런 위치를 노리고 있다. 크루저의 자유로움과 스쿠터의 편안함, 그리고 듀얼 클러치를 이용한 약간의 스포츠성을 더한 퓨전 크루저를 지향한다.

 

 

실차 페인팅이 고급스럽다면 많은 소비자들이 감탄할만한 분위기를 가진 바이크임은 확실하다. 기존에 모터사이클을 달갑지 않아하던 일반인들에게도 시선을 빼앗을 수 있을만큼 개성적이고 자극적이다. 소비자 가격은 이전 DN-01이 1,690만원에 책정되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 예상된다.

 

 

전에 없던 새로운 차원의 탈 것을 만든다는 취지로 개발됐던 혁신적인 DN-01의 뒤를 이은 NM4 Vultus는 일단 화려한 스타일로 시선을 잡아끄는 데는 성공했다. 과연 이토록 대단해 보이는 바이크의 실제 성능은 어떨지가 관건이다. 뭘 해도 '기본은 하는 혼다' 이미지가 강하지만 그런 고루함에서 탈피하려 한 몇 안 되는 모델이 바로 NM4 Vultus다. 미래에서 날아 온 바이크, NM4의 실제 성능 또한 미래의 기술을 연상할 수 있을 만한 것일지 무척 궁금해진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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