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의 외침은 두카티 신형 디아벨이 우리에게 던지는 말과 같다. 본디 크루저는 유유자적 느긋한 마음으로 산들바람 느끼며 대륙을 달리는 모터사이클 장르다. 때문에 굳이 강력하고 매서운 동력성능이 필요 없다. 장거리를 스트레스 없이 달릴만한 넉넉하고 부드러운 파워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두카티는 애초부터 그러한 크루저의 틈바구니에 끼고 싶어서 디아벨을 만든 것이 아니다. 슈퍼바이크인 1198의 엔진을 활용한 ‘가볍고 잘 달리는 크루저’를 기획했던 것이다. 이를테면 퍼포먼스 크루저라 칭할 수 있는 디아벨은 타사 메이커의 크루저들과 성능을 비교하기 난감할 정도로 차이가 컸다. 그런 디아벨이 2014년형으로 탈바꿈하면서 더욱 완성도를 높였다는 소식이다.

 

 

얼핏 봤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형 헤드라이트를 둘로 쪼갠 듯한 형상의 기존 램프가 완전히 바뀐 점이다. 신형 디아벨은 풀 LED를 사용한 신형 헤드램프를 채용해 세련미가 넘친다. 그동안 몬스터 시리즈와 유사했던 헤드램프와 잘 구별되는 인상으로 바뀐 것이 특징이다. 둥그런 이미지 대신 다소 투박한 형상으로 다듬어진 모서리도 매력적이다.

 

 

LED 헤드라이트는 멋뿐만 아니라 광량이나 반응성에서 일반 할로겐 램프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쉽게 알 수 있는 예로 순간 상향등(Passing)을 몇 번만 작동해 보면 차이를 금방 느낄 수 있다. 디아벨을 상징해 온 수직 LED 스트라이프 테일램프는 그대로 유지된다.

 

 

둘째로는 세련된 형태로 다듬어진 배기 사일렌서다. 기존보다 더 날카롭게 깎인 사일렌서는 애프터마켓 파츠처럼 디테일이 살아있는 하이퀄리티를 자랑한다. 58밀리미터 직경의 대구경 배기 파이프는 효율적인 파워 공급을 가능케 하며 동일한 길이의 파이프로 2-1-2 시스템을 완성했다. 낮게 땅을 울리는 듯한 배기음은 대배기량 L트윈 엔진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마르케시니 9스포크 휠도 더욱 화려하게 변모했다. 경량 퍼포먼스 휠을 만드는 마르케시니가 OEM으로 공급하는 이 휠은 알루미늄을 아름답게 가공해 가벼운 무게는 물론이고 시각적인 황홀함마저 느끼게 한다. 마치 수제작으로 만든 듯한 높은 품질감과 금속 재질감이 강한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

 

 

연료 탱크에 달린 컬러 TFT LCD 디스플레이에서는 라이딩 모드, 기어 포지션, 트랙션 컨트롤 및 주행거리 등 표시한다. 그 외에 엔진 회전계나 속도계는 핸들바에 달린 계기반에 표시되어 시인성을 높였다. 연료탱크에 별도의 계기부가 존재하는 것은 전통적인 크루저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담아내고 있다는 표현이다. 즉 고성능 크루저이긴 하지만 본연의 의미에 어울리는 여유로운 주행 스타일도 함께 구현했다는 뜻이다.

 

 

그 의미는 버튼으로 간단히 조작할 수 있는 라이딩 모드 셀렉터를 활용해보면 금방 이해된다. 스포트, 투어링, 어반 모드로 바꾸면 최대 162마력을 발휘하던 슈퍼바이크 엔진을 순한 양처럼 바꿀 수도 있다.

 

 

스포트 모드로 주행하면 기민한 스로틀 반응과 함께 최대 출력을 경험하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다. 버튼 하나로 파워가 변하는 라이딩 모드 시스템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식화 되어있다. 트랙션 컨트롤을 수치로 개별 설정해 사용자 정의 모드로 세팅할 수도 있다. 나만의 세팅을 저장할 수도 있어 맞춤형 디아벨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디아벨의 심장은 현존하는 2기통 엔진 중 가장 부드럽기로 유명한 테스타스트레타 11도 듀얼 스파크 엔진이다. 두카티 슈퍼바이크의 성능을 고스란히 옮겨왔지만 일상 영역에서 최대 토크를 발휘하도록 파워 밴드를 더욱 낮췄다. 풀 파워 162마력이지만 다루기에 어렵지는 않다.

 

 

스포트 모드로 두면 시속 0-100킬로미터 가속은 단 2.6초에 끊을 수도 있다. 물론 클러치를 잘 다뤄야 낼 수 있는 기록이지만 몇 번 연습하면 3초대는 어렵지 않게 기록할 수 있다. 디아벨은 양산 모터사이클 중에서도 가장 빠른 가속 기록으로 유명하다.

 

 

라이드 바이 와이어는 전자 제어식 스로틀 기술을 말하는데, 이것 또한 최신 모터사이클에는 상식처럼 적용되고 있다. 그 덕에 라이딩 모드 등 다양한 세팅 변경이 가능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오른손과 엔진의 직결감이다. 오랜 시간 아날로그식 스로틀 케이블의 감각에 물든 사람도 적응하기 시작하면 정말 마음 먹은대로 엔진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 부드럽게도, 또 저돌적인 파워를 만끽할 수도 있다.

 

 

마르조키 50밀리미터 프론트 포크는 커다란 차체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믿음직한 존재감을 가졌다. 위 아래로 작동할 때에도 마찰력이 적도록 감안한 DLC(Diamond Like Carbon) 코팅이 부드러운 작동을 유지해 오랜 시간 승차감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준다. 프리로드, 압축, 리바운드 댐핑은 별도의 공구 없이 손으로 다이얼을 돌려 간단히 조절 가능하게 해뒀다. 좀 더 민첩한 프론트 엔드 조종성을 위해 세부적으로 세팅할 수 있는 것도 퍼포먼스 크루저를 목표한 디아벨답다.

 

 

위에 말했듯 부드러운 승차감 제공을 제공하는 크루저임에도 두카티의 이탈리안 DNA를 100% 농축해 둔 엔진 덕에 제동력 또한 강력해야만 한다. 이는 두카티 세이프티 팩을 적용해 해결했다. 브렘보 모노블록 캘리퍼는 슈퍼바이크 급에 적용되는 상급 시스템인데, 거기에 보쉬 9MP ABS 시스템을 적용해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높였다. 또 높은 메탈릭 질감의 합금 대용량 마스터 실린더로 브레이크 작동성을 좀 더 다듬었다.

 

 

강력한 가속에도 의지할 수 있는 인체공학적 형상의 시트는 푹신한 승차감을 우선으로 설계됐다. 높이도 무척 낮아 여느 크루저와 마찬가지로 여유 있게 양 발을 땅에 딛을 수 있는 설계다. 동승자를 위한 텐덤 그랩바는 경첩식으로 꺼내어 쓸 수 있으며, 텐덤 스텝 또한 마찬가지로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방식으로 디자인 요소를 상당히 고려했다.

 

 

블랙, 레드, 화이트 프레임을 가진 두카티 디아벨은 이탈리안 퍼포먼스를 그대로 담아냄과 동시에 편안하고 안락한 승차감도 충분히 고려된 재능꾼이다. 뭐니 해도 디아벨의 근육질 디자인이 가진 존재감은 다른 모터사이클을 충분히 압도할 만하다. 세워두는 것만으로 소유욕이 생기는 몇 안 되는 모터사이클이 디아벨이며, 생김새만큼이나 화끈한 성능을 내포한 것이 바로 디아벨이다. 풀 LED 헤드라이트로 더욱 강인한 인상을 완성한 신형 디아벨은 곧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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