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크는 삼륜 모터사이클을 말한다. 즉, 바퀴가 3개다. 태생적으로 균형을 잡아야 서 있을 수 있는 바퀴 2개의 모터사이클과는 설계부터 다른 탈 것이다. 물론 트라이크 또한 자동차와 같은 4개의 휠로 스스로 균형을 잡지는 못하기 때문에 운전자의 균형 감각이 조금은 필요하다.

 

 

하지만 두 개의 바퀴가 달린 모터사이클에 앞 쪽에 바퀴 하나가 추가됨으로써 얻는 장점은 매우 크다. 주행 안정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되기 때문이다. 지면과 3개의 접점을 가지면서 삼각형 구조의 안정적인 접지력을 항상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따라서 비록 4개 바퀴만 하지는 못하더라도 노면의 불규칙함이나 급제동 상황에서 균형을 잡기가 훨씬 수월하다.

 

 

트라이크는 이와 같이 원론적으로 접근하면 장점이 수두룩하다. 특히 2개 바퀴의 모터사이클이 주는 불균형의 불안함이 영 거슬렸다면 트라이크는 이를 구조적으로 타파한다. 하지만 트라이크는 결정적인 단점이 몇 가지 있다. 메카니즘상 무게가 무거워지며 모터사이클 특유의 민첩한 운동성능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레저용 탈 것으로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게다가 복잡한 설계 구조상 생산비용도 크다.

 

 

이를 타파한 것이 야마하가 작년 모터쇼에서 콘셉트 모델로 내놓은 트리시티 125다. 보여주기식 콘셉트 모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상당히 현실적인 메카니즘과 파츠를 이미 모두 갖춘 상태였다. 당연히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즉각 양산 가능할 정도의 준비된 콘셉트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야마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올해 여름부터 트리시티 125의 판매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야마하는 트리시티를 혁신적인 통근수단의 대체재라고 홍보하고 있다. 얼핏 생각해도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 높다. 트라이크는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만큼 라이딩 스킬을 요구하지 않으며 자동차와 같이 한 사람이 타는 데 많은 공간을 낭비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연료효율은 자동차에 비할 바가 안 될 정도로 높다. 언뜻 부족해 보이는 배기량 125cc는 여러 가지로 납득이 되는 설정이다.

 

 

트리시티는 이제껏 보아 온 트라이크와 마찬가지로 뒤에 한 개의 바퀴와 앞에 두 개의 바퀴를 갖췄다. 하지만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면 기존의 방식보다는 한결 단순하게 완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야마하가 개발한 멀티 휠 메커니즘은 완전히 독립된 서스펜션 링크를 가졌던 기존 트라이크와 조금 다르다.

 

 

설명하자면 바퀴 당 2개의 텔레스코픽 포크 상단이 스윙 빔으로 묶여 있는 구조다. 머릿속에 평행 사변형을 그리면 이해하기 쉽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트라이크와 마찬가지로 두 개의 바퀴가 나란히 기울여 지며 일반적인 모터사이클처럼 코너링 할 수 있다. 이 구조는 적절한 민첩성을 확보하면서도 비교적 구조가 간단하며 생산비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전륜에만 4개의 포크가 충분히 완충작용을 하기 때문에 좋은 승차감도 확보할 수 있다.

 

 

트리시티는 수랭 4스트로크 125cc 엔진을 사용해 11마력을 발휘할 수 있다. 변속 방식은 기존의 스쿠터와 같은 무단 변속기(CVT)를 채용해 스쿠터와 같은 감각으로 운전하면 된다. 브레이크 시스템도 충분한 수준을 갖췄다. 앞바퀴에는 각각 220밀리미터 디스크 로터를 장착했고 230밀리미터 디스크를 사용한 뒷바퀴와 연동되는 통합 브레이크 시스템(UBS)을 사용한다.

 

 

이 통합 브레이크 시스템은 유명한 혼다의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CBS)과도 유사하다. 리어 브레이크만 작동해도 전/후 브레이크가 모두 작동되어 긴급 제동 시 약 15퍼센트에 가깝게 제동 거리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트리시티를 개발한 야마하 개발진은 무엇보다도 기존 트라이크가 구조상 가질 수밖에 없었던 지나치게 무거운 차량중량을 낮추기 위해 애썼다. 트라이크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기 위해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해 스쿠터 특유의 기민한 조작성을 실현하는 것이 큰 목표 중 하나였다고 한다.

 

 

전천후 통근 수단으로써 중요한 것은 콤팩트 한 차체 크기도 무게만큼 중요했다. 전장/전폭을 최대한 압축해 복잡한 도심에서 높은 기동성을 발휘하도록 설계했다. 동시에 주조 알루미늄 합금 휠을 사용해 운전자 의지대로 빠르게 반응하는 민첩성을 살렸다. 뼈대가 되는 섀시는 가벼운 강관 프레임을 사용해 차량 중량을 일반 스쿠터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 152킬로그램으로 억제했다.

 

 

계기반은 한 눈에 차량 상태를 알 수 있는 와이드 디지털 액정이 사용됐다. 화려한 치장이나 별도의 부가기능이 없는 핸들 둘레는 필요한 버튼만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는 담백한 모습이다. 수납공간도 평범한 수준이다. 하프 페이스 헬멧을 수납할 수 있는 시트 밑 메인 트렁크가 준비되어 있다. 앞바퀴의 복잡한 구조적 특성상 별도의 글러브 박스와 같은 보조 수납공간은 없는 것이 아쉽다. 수납공간에 대한 부재는 탑 케이스 등 별도의 옵션으로 채워야 한다.

 

 

트라이크의 실질적 대중화를 이끌 트리시티는 태국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그리고 태국 내 발매를 시작으로 몇 개월 안에 유럽 및 일본 시장에 공급되며 점차 판매 범위를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대중화’를 노릴 수 있는 제품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격이다. 유럽 시장에 판매 될 예정 가격은 4,000유로 미만, 즉 3,000유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5백만 원 중반 정도로 계산된다. 물론 시장성을 감안해 국내 판매가가 책정되겠지만, 대략적인 가격만 추정해도 기존의 피아지오 등 유럽제 트라이크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저렴하다.

 

 

기존 유럽제 트라이크와 구조가 다름을 인정하더라도 가격 대 성능비 측면으로 봤을 때 무척 설득력이 높다. 그동안 트라이크의 안정성이 탐났던 사람이라면 구매 리스트에 넣어도 괜찮을 것이다. 모터사이클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도 트리시티는 추천할 만하다. 최소의 공간만을 차지하면서도 기존 모터사이클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주행안정성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트리시티가 품은 수랭 125cc 엔진은 현존하는 엔진 동력 이동수단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출력대비 효율을 발휘하는 배기량을 가졌다. 통상적으로 실제 연비 리터당 30킬로미터~40킬로미터는 우습게 기록한다. 게다가 도심에서 통근을 주목적으로 운용할 경우 125cc 엔진이 가진 출력이라면 부족함을 느끼기도 쉽지 않다. 자동차의 느긋한 가속감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에 이처럼 잘 어울리는 이동수단도 없을 것이다. 야마하가 목표한 것처럼 트리시티가 도심의 새로운 대표 이동수단으로 발돋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서울 도심 도로들의 숨통이 트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지 않을까?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라이드매거진(www.ridemag.co.kr)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문매체입니다. 각 탈것들의 전문적인 시승기부터 국내외 관련뉴스, 행사소식, 기획기사, 인터뷰, 칼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