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일반 사람들에게 자전거 가격이 천만 원을 넘는다고 말하면 "저게 천만 원이 넘는다고?’ 어이가 없네", "저런 쓸 때 없이 비싼 자전거 없이도 얼마든지 즐거운 자전거 생활을 즐길 수 있다"라는 대답을 듣기 쉽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단 돈 몇 만 원짜리 자전거로도 얼마든지 즐거운 자전거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 이런 고가의 자전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비싸면 비쌀수록 메이커가 자랑하는 첨단의 기술력과 디자인, 그리고 제작 공정에 엄청난 정성을 쏟아 붓는다. 때문에 값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전거 중 천만 원이 넘어가는 자전거는 생각보다 많다. 문화가 발전하고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고가의 자전거도 자연스럽게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사람의 취향은 모두 제각각이다. 그 모든 사람들을 고객으로 삼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다양한 제품들을 공급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들 중 남들과는 다른,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그런 자전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아무나 넘볼 수 없는 높은 레벨의 자전거가 필요하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자동차에 비유 하자면 벤틀리나 롤스로이스 급의 자전거 말이다.
몰튼 NS 더블 파일런 분할식 SS 프레임 킷 - 2650만원
무려 이천만원이 넘으니 무척 고가라 생각하겠지만, 이건 오직 프레임 가격이다. 즉 핸들, 안장, 휠 등 모든 컴포넌트들을 다 뺀 가격으로 완성차를 만들면 삼천만원도 쉽게 넘길 수 있다. 몰튼 NS 더블 파일런 분할식 SS 프레임 킷의 국내 소비자 가격은 2650만원으로 정말 초고가의 가격을 자랑한다. 사실 2650만원이면 웬만한 국산 중형차는 거뜬히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이니 만큼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지 가격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 본다. 몰튼이란 브랜드는 도대체 어떤 브랜드기에 이런 괴물 같은 가격표를 프레임이 붙였을까.
몰튼은 1962년 영국의 알렉스 몰튼 경에 의해 설립된 자전거 브랜드다. 그가 만든 자전거는 영국에서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몰이를 했다. 60년대 당시엔 찾아보기 힘든 작은 바퀴와 서스펜션을 이용한 최적의 승차감 구현, 남녀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프리 사이즈 프레임, 그리고 기존 자전거 못지않은 빠른 주행성능으로 혁신의 자전거라 불렸다.
이후에도 끊임없는 연구와 기술개발로 남들과는 다른 몰튼만의 길을 다져왔다. 최초의 미니벨로이면서, 고무 서스펜션, 스페이스 프레임, 더블 파일런 등 몰튼만이 해낼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을 자전거 안에 접목시켜 기능적인 장점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완벽한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때문인지 몰튼은 자전거계의 벤틀리라 불린다. 그만큼 가치가 높은 자전거란 뜻이다. 실제 벤틀리와 몰튼은 합작 자전거를 만든 적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단 3대만 만들어진 이 특별한 자전거는 그 희소성뿐만 아니라 명품 자동차 벤틀리의 로고가 자전거 곳곳에 부착되어있어 프리미엄 브랜드 몰튼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다졌다.
몰튼 NS 더블 파일런 분할식 SS 프레임 킷은 더 홀(The Hall)이라 불리는 몰튼가의 성에서 엄격한 품질관리 하에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몰튼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혁신적인 기술력, 그리고 장인들의 땀과 노력이 녹아든 이 프레임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충분하다. 몰튼 NS 더블 파일런 분할식 SS 프레임 킷은 유러피언 프리미엄 자전거 샵 르벨로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2014 캐논데일 에보 나노 블랙 - 1740만원 & 에보 하이모듈 사간 에디션 - 1500만원
캐논데일의 기함급 로드 레이싱 머신이다. 완성차 무게 5.5kg으로 극단적인 경량화와 수많은 테스트 속에서 만들어진 단단한 강성을 자랑한다. 완벽한 퍼포먼스를 구현하기 위해 디자인 된 이 모델은 벨리스텍 고강도 카본구조, 스피드 세이프, 리듀스드 프론탈 에리아 등 다양한 케논데일의 첨단 기술이 모두 녹아있다.
이와 더불어 크리스 킹 허브와 엔비 림, DT 스위스 스포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휠 세트와 시마노 듀라 에이스 9000 그룹 세트, 그리고 캐논데일의 첨단 기술로 제작된 할로그램 SiSL2 스파이더 체인링이 장착된다. 최고의 부품들이 만나 이뤄진 에보 나노 블랙은 맷 블랙 컬러와 골드 폰트 컬러로 페인팅 되어있어 한 층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에보 나노 블랙의 사이즈는 48, 50, 52, 54 총 4가지 사이즈로 구분되며, 국내 소비자 가격은 1740만원이다. 구입문의는 캐논데일 수입업체 산바다 스포츠로 문의하면 된다.
에보 하이모듈 사간 에디션은 캐논데일 프로 사이클링 팀의 간판선수 피터 사간이 지난 2013년 100번째 투르 드 프랑스에서 그린 저지를 수여 받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 된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이 한정판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단 100대만 제작되었으며 프레임 탑튜브에는 피터 사간의 서명이 각인되어 있다.
사간 에디션의 주인공 피터사간은 유럽의 작은 나라 슬로바키아 출생으로, 올해 24세의 영 라이더다. 2012년 처음 투르 드 프랑스를 출전하여 평지, 산악 구간 가리지 않고 뛰어난 실력을 보여줘 세상을 놀라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보통의 선수라면 평지면 평지, 산악이면 산악으로 특화되기 마련인데 피터 사간은 이 모든 것에 능통한 올라운드 형 선수다. 영국의 유명 스프린터 마크 카벤디쉬는 “피터 사간은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최고의 선수다”면서 “그의 퍼포먼스는 주변 선수들 모두 넋이 나가게 만든다”라고 전했다.
앞서 소개한 에보 나노 블랙과 이번에 소개하는 에보 하이모듈 사간 에디션의 프레임은 동일하다. 같은 소재와 디자인, 그리고 지오메트리를 보여준다. 다른 것은 오직 페인팅 디자인하나 뿐이다. 하지만 가격은 무려 200만원 넘게 차이난다. 프레임과 함께 자전거를 이루는 부품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프레임이라 할지라도 어떤 부품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완성차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이는 어느 자전거나 마찬가지다. 사간 에디션은 48, 50, 52, 54 총 4가지 사이즈로 구분되며, 구입문의는 에보 나노 블랙과 마찬가지로 캐논데일 수입업체 산바다 스포츠로 문의하면 된다.
2014 트렉 도마니 클래식 에디션 - 1362만원
지난 6일 열렸던 스프링 클래식 투어 오브 플랜더스에서 트렉 팩토리 팀의 파비앙 칸첼라라가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우승은 지난 2010년, 2013년 우승에 이어 3번째로 이룬 우승이라 그 의미가 깊다.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자랑하며 원데이 레이스의 최강자로 군림하는 그에게 ‘최고의 선수는 트렉을 탄다‘라는 말처럼 딱 어울리는 어휘는 없다.
트렉은 트렉 팩토리 팀의 간판선수 칸첼라라의 그간 업적을 기념하여 도마니 클래식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 자전거는 실제 그가 팀에서 사용하는 자전거의 지오메트리를 그대로 적용시켜 최적의 주행성능과 가속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그는 ‘거친 도로도 부드럽고 빠르게 달릴 줄 아는 진정한 로드 바이크가 바로 도마니’라면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도마니 클래식 에디션의 프레임은 전량 미국 위스콘신에 위치한 트렉 본사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국내 소비자 가격은 1362만원이다. 도마니 클래식 에디션에는 트렉이 자랑하는 10가지 이상의 첨단 기술이 녹아들어있으며, 시마노 최고의 그룹 세트, 듀라 에이스 Di2 그룹 세트와 본트레거의 하이엔드 컴포넌트들로 구성되어있다. 사이즈는 54, 56, 58, 60, 62 총 5가지 사이즈로 구분된다. 구입문의는 트렉 코리아로 문의하면 된다.
치넬리 레이저 프레임 세트 - 1450만원
전 세계적으로 21대가 생산되었으며, 아시아 단 1대(한국) 수입 된 프레임 세트, 치넬리 레이저. 프레임, 포크를 합한 가격만 무려 1450만원이다. 위에서 다룬 몰튼의 프레임 세트보단 저렴한 가격이지만 그래도 아무나 살 수 없는 가격이다. 치넬리 레이저는 80년대 처음 세상에 공개 된 이후로 많은 자전거인들의 사랑을 받아 온 모델이다. 날렵하면서도 유연한 바디 라인과 산뜻하고 화사한 느낌을 주는 컬러 페인팅이 조화를 이뤄 그 어떤 자전거의 프레임보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레이저의 가장 큰 특징은 크로몰리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매끄러운 용접 라인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통적인 크로몰리 프레임 제작 시 주를 이뤄 사용하던 러그를 버리고 각 튜브를 티그 용접으로 접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레이저가 첫 출시되었던 80년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기술이었다. 아무도 하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레이저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합쳐 총 28개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레이저는 디자인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던 희대의 프레임이었다.
첨단 기술들이 녹아든 카본 프레임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이런 시점에서 레이저는 퍼포먼스보단 역사와 감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프레임이 되리라 확신한다. 소장용으로도 만점이다. 얼마 전, 해외에서 판매 된 치넬리 레이저 완성차 가격이 인터넷 상을 뜨겁게 달군 적이 있었다. 판매 가격은 무려 4만 7천 달러로 우리나라 돈 5천만 원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가격이었다.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런 가격이 책정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나라에 단 한 대 있는 레이저 프레임의 사이즈는 50이다. 구입문의는 한세아이엔티로 문의하면 된다.
2014 에스웍스 에픽 & 타막 - 각각 1050만원
‘끝판왕‘이라는 단어는 바로 이 자전거를 두고 하는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해외 유명 자전거 매체들의 끊임없는 극찬이 이어지고 있는 자전거, 스페셜라이즈드 에스웍스 에픽을 두고 하는 말이다. 에스웍스 에픽은 스페셜라이즈드의 첨단 기술들이 모두 녹아든 머신이다. 풀서스펜션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2 런던 올림픽과 2013 월드 챔피언십(XC부분)에서 당당히 챔피언의 자전거로 거듭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거친 산악 라이딩에서부터 평탄한 평지 라이딩까지 모든 구간을 완벽히 소화해내는 에스웍스 에픽의 국내 소비자 가격은 1050만원이다. 비싼 가격이지만 없어서 못 판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에픽은 시마노의 최상급 그룹 세트인 XTR와 스페셜라이즈드의 하이엔드 컴포넌트들로 구성된다. 구입문의는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로 문의하면 된다.
수많은 선수들이 우승을 향해 경쟁하는 프로 무대에서 스페셜라이즈드 에스웍스 타막의 존재감은 분명하다. 평지와 산악 구간 모두에서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된 에스웍스 타막은 18개의 UCI 월드 투어 프로 팀 중 3개의 팀(아스타나, 오메가 파르마 퀵스텝 팀, 팀 팅크오프 삭소)에서 선택했다. 단일 브랜드로는 가장 많은 팀들의 선택받았다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자전거보다 가볍고 튼튼하며 날카로운 핸들링을 자랑하는 에스웍스 타막은 스램의 최상위 그룹 세트 레드와 스페셜라이즈드의 하이엔드 컴포넌트들이 만나 최고의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또 가볍고 튼튼한 프레임의 특성을 잘 살려 빠른 반응속도와 날카로운 핸들링을 라이더에게 선사한다. 구입문의는 에픽과 마찬가지로 스페셜라이즈드 코리아로 문의하면 된다.
어느 제품군에서나 고가의 제품들은 존재한다. 10억 원이 넘는 핸드폰에서부터 몇 백억을 호가는 시계 및 자동차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그야말로 억소리가 나올 정도로 비싼 제품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자전거라고 예외는 아니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말도 안 되는 고가의 제품들이 출시 될 수 있다. 이는 브랜드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서, 때론 정말 판매의 목적을 가지고 시장에 출시된다. 어쩌면 사람들의 끝임 없는 욕심 때문에 기괴한 가격표를 지닌 제품들이 출시됐을지도 모른다.
위에 소개한 자전거들 이외에도 비싼 자전거는 많다. 이러한 자전거들은 값비싼 가격표를 두르고 라이더의 마음 속 욕망을 자극시킨다. 누군가에겐 소유의 대상이자 누군가에겐 선망의 대상이다. 첨단의 기술과 그 어떤 자전거보다 세련 된 디자인, 그리고 아무나 넘볼 수 없는 특별함까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자전거’란 이러한 자전거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싶다.
제공 : 문서우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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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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