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릴리아는 이탈리안 메이커로써 수많은 월드 그랑프리 우승 경력을 가진 레이스 기반이 주 무기다. 무려 38번의 챔피언 타이틀, 5번의 슈퍼바이크 타이틀, 9번의 오프로드 타이틀을 거머쥔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특히 슈퍼바이크 타이틀은 아프릴리아의 특별 프로젝트였던 V4 엔진 탑재 RSV4가 등장하면서 따 낸 것이 전부다.

 

 

아프릴리아는 2004년 피아지오 그룹의 일원으로 소속되면서 슈퍼바이크는 물론 오프로드 경기에도 지속 참전하며 많은 경력을 쌓아 올리고 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도전해 온 아프릴리아는 마침내 2009년 RSV4 프로젝트를 완성해 공개하면서 이듬해인 2010년에서 작년인 2013년까지 챔피언 타이틀과 매뉴팩처러(제조사) 타이틀을 포함 단기간에 다섯 번이나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짧은 기간에 슈퍼바이크 부문에서 이토록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것은 단 하나, RSV4의 기계적 성능이 유난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아프릴리아가 슈퍼바이크로 명성을 날렸던 것은 GP 250 스트로크 부문에서 뿐이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양산형 모델로 RS125나 RS250을 발매해 아이콘화 되기도 했지만 곧 환경 규제 등으로 영원한 인기를 끌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RSV4의 저력은 어마어마했다. 등장한 첫 해부터 기록적인 서킷의 레코드 타임을 깨부수기 시작했는데, 완성차가 아닌 테스트 단계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BORN TO WIN, 이기기 위해 태어났다는 말이 무색치 않았다. 65도 V형 4기통 엔진은 이상적인 머신의 밸런스를 구성한 심장이었다. 라이드 바이 와이어나 런치 컨트롤 등 다양한 전자장비와의 하모니도 훌륭했다.

 

 

작은 머신 차체는 말 그대로 125cc 클래스와 비교될 정도였는데, 섀시나 모든 디멘션이 애초부터 최대한 컨트롤하기 쉬운 차체를 완성하기 위한 설계로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슈퍼바이크 챔피언쉽에 출전하는 사양도 양산형을 기본으로 다듬어지고 튜닝되었을 뿐 크게 다른 점을 찾기 힘들었다. 레이스 머신만 채용했던 값비싼 전자제어 기술은 APRC라는 전자장비 패키지로 묶어 제공했다.

 

 

공들여 독자 개발한 V65도로 기울인 엔진은 사실 RSV1000R의 V2 모델에서 근간한 것이었다. 아프릴리아가 고안한 65도로 기울여진 실린더 배치는 최고의 밸런스와 최소의 엔진 사이즈, 매끄러운 고회전에서의 감각이 슈퍼바이크로써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2기통 엔진으로 뽑아낼 수 있는 출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그들은 더욱 고출력을 실현하기 수월한 4기통 엔진을 개발하기로 했다.

 

 

반면 V2 65도 엔진이 가졌던 민첩한 핸들링 특성을 그대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최대한 폭을 2기통에 가깝게 설계해야만 했다. 고출력과 민첩성을 한 번에 잡아야만 했던 그들이 내린 결론은 V형 65도 기울기의 4기통 엔진이었다. 최대출력은 184마력, 11.7kgm 최고 토크를 발휘하는 강력한 파워를 얻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폭이 좁은 엔진을 만들어 섀시를 비롯한 모든 구성품을 콤팩트하게 맞출 수 있었다.

 

 

아프릴리아의 전통적인 알루미늄 프레임은 강도와 유연성 면에서 GP 250 부터 다듬어져 세계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완성되어 있었다. 각 용접 부위도 섀시의 순간 동적 효율성을 위해 새롭게 고안됐다. 스윙암 또한 메인 프레임과 동일한 구조로 설계되어 매우 유연한 움직임을 갖췄다. 양산형 슈퍼바이크 역사상 가장 응축된 형태의 엔진과 섀시가 만들어진 것이다.

 

 

성능은 말할 것도 없었다. 가볍고 작을수록 컨트롤하기 쉬운 것은 슈퍼바이크의 절대 명제다. 그것에 가장 가까이 간 슈퍼바이크가 바로 RSV4였다. 앞서 말한 전자장비 패키지 APRC는 거기에 힘을 더했다. ATC(트랙션 컨트롤)은 스로틀을 개도한 상태에서도 왼쪽 핸들의 조이스틱을 이용해 8단계 설정으로 조절할 수 있다.

 

 

AWC(윌리 컨트롤)은 3단계로 조작하며 코너 탈출 혹은 직선 구간에서 과도한 스로틀 개도에 앞 타이어가 지면에서 너무 많이 떨어지지 않도록 제어 해 주는 장치다. ALC(런치 컨트롤)은 레이스 트랙에서 신호를 받고 출발할 시 갑작스런 클러치 연결에도 앞바퀴가 들썩거리며 폭발적인 가속을 방해하지 않도록 출력을 순간 제어하는 고급 장비다. 공도에서는 거의 쓸 일이 없을 정도로 레이스에 특화된 장비다.

 

AQS(퀵 쉬프터)는 요즘 대부분의 상급 슈퍼바이크가 채용한 퀵 쉬프터로써 클러치를 사용하지 않고도 순간 동력을 끊어 기어를 올릴 수 있는 장비로 가속력을 끊임없이 분출할 수 있다.

 

 

세 가지 모드를 지원하는 RSV4는 스포츠, 레이스, 레인 모드를 지원하는데 각 모드별로 속도계 우선, 랩 타임 우선 등 운전자의 마음을 읽은 듯 계기 레이아웃을 바꾼다. 세심한 듯 당연한 배려를 담아낸 아프릴리아가 기특하게 느껴질 정도다. ABS를 기본 탑재한 2014년형 RSV4는 단 2킬로그램 내로 묶어 둔 9MP 보쉬 시스템을 사용한다. 연료 탱크 용량은 구형 17리터였던 점에서 18.5리터로 늘었지만 연료가 가득 찬 상황과 모자란 상황에서도 동일한 무게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시트 아래에 탱크를 위치시켰다.

 

 

기본 모델인 RSV4 R의 경우는 서스펜션 구성에서 차이가 있다. 초기하중, 신장, 압축측 모든 댐핑력을 조절 가능한 쟉스 서스펜션이 앞/뒤로 채용되어 있는 반면, 상위 버전인 팩토리 모델은 쟉스가 아닌 올린즈를 사용했다. 쟉스 서스펜션으로도 이미 최고의 밸런스를 실현해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더 높은 트랙션 성능을 맛보고 싶다면 서스펜션 패키지의 공인된 실력가 올린즈 제품이 기본 채용된 팩토리 버전을 택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처음 RSV4의 등장에 많은 경쟁자들이 긴장했던 이유는 단순히 RSV4의 전투력이 이미 공인받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콤팩트한 섀시와 충분한 파워를 내는 V4 엔진의 조합은 막강했다. ‘최대한 작게’라는 명제에 대응한 RSV4의 연이은 우승 행진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데뷔는 노장 맥스 비아지와 함께 했지만 현재 2014년 시즌을 달리는 슈퍼바이크 챔피언쉽 참전 라이더는 마르코 멜란드리(33)와 실베인 귄톨리(50)다. 82년생인 두 라이더는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무서운 기세로 RSV4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신형 RSV4 슈퍼바이크 머신은 은색 불덩라는 의미의 ‘실버 파이어볼’이라 불린다. 새로운 2014년 머신의 페인팅이 그런 탓도 있지만 은빛 알루미늄 프레임 속에 감춰진 응축된 파워를 표현한 닉네임이다.

 

 

아프릴리아는 그동안 다양한 라인업으로 이탈리안 제조사 특유의 화끈한 성능을 기반으로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대형 모델 라인을 고수해왔다. 스트리트에 잘 어울리는 네이키드 모델 쉬버750이나 CVT를 사용한 무단변속 마나850, 대형 850cc 2기통 스쿠터인 SRV850외에도 RSV4의 매력을 그대로 스트리트에서 경험할 수 있는 투오노, 오프로드도 들어갈 수 있는 듀얼퍼포즈 카포노드, 그리고 하이파워 슈퍼모타드를 대표하는 도르소듀로까지. 아프릴리아 대형 모터사이클 라인에는 빼놓을만한 모델이 단 한 개도 없다.

 

 

그 선두에 서 있는 메인 모델은 역시 RSV4다. 애초부터 슈퍼바이크를 상징했던 기술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차세대 슈퍼바이크다. 최근 200마력을 넘는 슈퍼바이크도 속속 등장하지만, 무엇보다도 라이더의 개입이 많은 모델일수록 최고출력보다 중요한 것이 밸런스다.

 

 

잠재 된 가능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전자장비가 돕고, 결국 마지막에는 라이더가 모든 상황을 종합 컨트롤할 수 있게 말이다. 초고성능을 자랑한다 하더라도 결국 주체인 사람이 조종하지 못하면 아무짝에 쓸모없는 파워가 되어 버린다. 라이더와 함께 하드웨어를 뛰어넘는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는 머신, 그래서 RSV4가 가진 가능성은 무한하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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