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많은 모터사이클 및 자전거 라이더들이 스피드를 즐기기 위해 도로로 나선다. 신발을 신고 글러브를 착용하며, 머리에는 헬멧을 쓴다. 마지막으로 전체적인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완벽하다. 한껏 상기된 얼굴로 자신의 탈 것에 몸을 맡긴다. 이제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린다. 너무나도 멋진 모습으로 도로를 질주한다.

 

 

도시의 사람들은 자연스레 도로 위의 트렌드세터들에게 시선이 향할 수밖에 없다. 라이더마다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는 각양각색의 탈 것들과 머리를 감싸고 있는 헬멧이 가장 눈에 띈다. 특히 헬멧은 수많은 암탉들 사이에서 빛나는 수탉의 닭벼슬 마냥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과연 이 헬멧이란 라이딩 기어는 언제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누가 발명했으며, 어떠한 계기로 이러한 물품을 머리에 감싸는 것일까.

 

 

헬멧이 만든 안타까운 스토리

 

쉽게 말해 헬멧은 머리를 보호하는 모자다. 단순히 그 기원을 찾자면 옛 전투에서 쓰였던 투구가 헬멧의 원조다. 헬멧이란 단어의 출처를 알아보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는데, 헬멧(helmet)이란 단어 자체가 중세 유럽의 투구 헬름(helm)에서 파생 된 단어이기 때문이다.

 

 

그럼 더욱 본질적으로 다가가서 현재 라이더들이 사용하고 있는 헬멧의 기원은 무엇일까. 그 기원의 중심엔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장교 ‘아리비아 로렌스’가 있다. 아라비아 로렌스는 군인이기 이전에 모터사이클을 타고 스피드를 즐겼던 라이더다.

 

1935년 5월 13일, 그는 평소처럼 모터사이클을 타고 스피드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교차로에서 갑자기 튀어든 2대의 자전거 라이더들을 피하려다 그만 머리를 자신의 바이크 앞부분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그는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실려 오게 된다.

 

 

영국군 장교 ‘아라비아 로렌스’는 당시 영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던 유명인이었다. 그는 영국과 터키간의 전쟁에서 능숙한 아랍어로 터키 내 아랍민족을 영국의 편으로 서게 만들었으며, 그 결과 영국을 전쟁의 승리로 이끈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 ‘아라비아’라는 이름은 전쟁영웅이 된 로렌스에게 영국인들이 붙여준 애칭이다.

 

 

전쟁영웅으로서 국민의 추앙을 받고 있는 ‘아라비아 로렌스’를 살리기 위해 의사들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를 살리기 위한 의사들 중 휴 케언스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죽어가는 ‘아라비아 로렌스’를 살리기 위해 옆에서 가장 많이 애쓴 의사였다.

 

그의 극진한 진료에도 불구하고 입원 5일째 되는 날 ‘아라비아 로렌스’는 4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휴 케언스는 그를 살리지 못한 점에 매우 상심이 컸다. ‘다시는 로렌스 같이 헛된 죽음을 맞이하는 이는 없어야 된다.’라고 생각한 그는 머리 부상이 라이더에게 미치는 영향과 머리 부상으로부터 사망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휴 케언스는 라이더들의 사고 원인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머리 부상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참고로 ‘아라비아 로렌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할 당시 대부분의 라이더들은 라이딩 시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영국의 한 매체는 헬멧에 대해 ‘아라비아 로렌스의 죽음은 케언스가 평생토록 바이크 라이더의 머리 부상 방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산실이 되었고, 헬멧만 있었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로렌스의 죽음으로 인해 인류 헬멧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라고 평했다.

 

 

영국의 라이더 ‘아라비아 로렌스’의 안타까운 죽음, ‘또다시 이런 허망한 죽음은 없어져야 한다’라는 ‘휴 케언스’의 연구결과가 지금의 헤드기어, 헬멧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헬멧은 라이더의 멋을 살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라이더의 생명까지도 살려주는 매우 중요한 라이딩 기어다.

 

 

당신의 머리를 지켜주는 최고의 대비

 

 

로렌스의 죽음이 계기가 되어 발명 된 라이딩 기어, 헬멧의 탄생 기원과 마찬가지로 여타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는 헬멧들이 생겨난 기원도 매한가지다. 야구를 예를 들어보면, 야구 헬멧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팀의 포수 미키 코크가 공격 중 투수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고 야구계를 은퇴하는 사건이 계기가 되어 1936년 메이저리그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그는 사고 이후 뇌진탕 후유증으로 고생하다 결국 사망했다.

 

 

겨울 스포츠의 백미 스키 및 스노보드를 탈 때 헬멧을 쓰는 이유도 결국 빠른 속도로부터 머리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얼마 전 스키를 타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전 세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빠트린 F1 황제 미하엘 슈마허도 헬멧이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슈마허의 회복을 돕고 있는 프랑코이스 빠에 의사 역시 “만일 슈마허가 사고 당시 헬멧을 착용하지 않았다면 그는 지금 여기에 있지 않을 것"이라 말해 헬멧의 중요도를 다시 한 번 언급했다.

 

 

모터사이클 헬멧, 자전거 헬멧, 스포츠 헬멧 등 여러 분야의 헬멧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개발되고 발전되어왔다. 헬멧은 위험한 상황에 빠진 여러 사람들을 구해준다. 거추장스럽고 스타일을 구긴다는 이유로 헬멧을 사용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한 번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되면 결국 헬멧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용하게 된다.

 

세계 여러 나라들은 위험한 상황으로부터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2011년 미국 뉴욕 주의 한 모터사이클 라이더는 모터사이클 헬멧 착용 의무화 법에 항의하기 위해 헬멧을 미착용하고 라이딩을 하다가 예기치 못한 사고로 머리에 부상을 입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사건은 헬멧 착용 의무화 법이 통과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순간의 자유로움과 멋을 위해 평생을 병상에 누워있을 수도 있다’ 섬뜩한 말일 수도 있으나 엄연한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는 헬멧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라이더들이 꽤 많다. 수많은 라이더들이 헬멧 미착용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사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남의 일인마냥 치부하고 넘겨버리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현실이다.

 

앞서 필자가 쓴 글을 보고 ‘재수 없는 소리하지 마, 지금까지 헬멧 안 쓰고도 사고한번 없었어‘라고 말할 수 있다. 맞다. 앞으로 헬멧을 쭉 안 쓰고 타도 무사히 늙어서 편안하게 눈 감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신이 아닌 이상 사고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헬멧이 생겨난 기원을 다시 한 번 마음 속 깊이 되새겨 보자. 1935년 5월, 유유히 라이딩을 즐기고 있던 ’아라비아 로렌스‘도 자신이 사고의 당사자가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제공 : 문서우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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