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는 일본 4대 메이커 중에서도 독특한 철학과 발상으로 유명하다. 특히 고집스런 마인드로 스즈키만의 독특한 모터사이클 색깔을 갖춰 오늘날까지 달려왔다. 과거 GSX-R 시리즈는 레이서 레플리카를 대표하는 동급 최고 성능의 스포츠 바이크였다. 지금은 한층 경쟁이 덜하지만, 한 때는 1마력이 더 높거나 혹은 1킬로그램이 덜 무거운 수치 경쟁에 목숨 걸었던 시절이 있었다. 항상 그 선두에 서있었던 것이 스즈키 GSX-R이었다.
그만큼 지기 싫어하는 기질로는 4대 메이커 중에서도 가장 심했다. 따라서 지금도 스즈키라는 이름을 걸면 타협하기 싫어하는 고성능 모터사이클 이미지가 남아있다. 물론 그 기술력은 진보되어 지금까지도 성능의 왕좌는 쉽사리 내어주지 않고 있다.
스즈키는 한 치 양보 없던 GSX-R 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장르에서 사랑받아 왔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듀얼퍼포즈 시장은 특히 미들클래스 부문에서 V-STROM 650이 독보적으로 약 10여 년 간 세계 최대 판매량을 자랑한다. 이 모델은 국내에서 수입되고 있으나 기대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스쿠터도 마찬가지로 버그만 시리즈가 유럽에서는 큰 인기다. 현지 시장에 적절히 대응한 고품질 상품성과 안락함을 무기로 많은 이들에게 선택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점차 입지를 넓혀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버그만 125/200이 풀 체인지 되어 수입되면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토크로스 부분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옐로우 매직이라는 별명이 생길정도로 스즈키가 모토크로스에서 세운 업적은 대단하다.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는 모토크로스 분야에서 스즈키 RM-Z를 모르면 간첩이나 다름없다.
이번에 소개할 모델은 크루저인 인트루더 시리즈 중에서도 투어링 패키지를 기본 장비한 C1500T다. 오랜 시간 인트루더 시리즈는 M1800R 등 퍼포먼스 크루저를 선두로 고성능 이미지와 함께 일제 크루저의 개성을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해 왔다. 드래그 머신으로 볼만큼 엔진 파워에 있어 비교대상이 없었으며 육중하면서도 스포티한 매력이 넘친다.
반면 C1500T는 클래식 스타일 크루저다. 54도로 기울어진 2개의 V트윈 실린더 안에서 피스톤이 쿵쾅거리는 맛으로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즐거움이 있다. 대부분 이 장르가 공랭식 엔진을 선택하는 이유는 클래식한 감성을 위해서다. 스즈키는 수랭 엔진을 사용해 공랭과 또 다른 고동감을 연출한다.
1,462cc에 이르는 배기량은 어지간한 준중형 자동차에 가까운 토크를 가졌다. 성능 위주의 모델이 아니지만 최대출력도 79마력에 달한다. 원하는 대로 가속할 수 있는 파워가 넘치고도 남는다. 동급 중에서도 무척 파워풀한 편에 속하지만 연료효율도 좋아 ‘잘 만든’엔진으로 통한다.
투박한 미제 크루저와 달리 스즈키는 정교한 메카니즘을 통해 안락하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가졌다. 스즈키 듀얼 스로틀 밸브 시스템도 그에 한 몫 한다. 32비트 ECU에 의해 최적의 연료 혼합비를 계산해 연료효율을 최고로 올리고 매끄러운 스로틀 반응을 이끌어낸다.
특히 캠 베어링 캡에서 분리된 실린더 헤드 캠 커버와 실린더 헤드 사이에 사용된 고무 가스켓이 소음을 감소시킨다. 오토 아이들링 시스템은 냉간시 낮은 회전으로 인트루더의 박동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데 일조한다.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한 대형 피스톤은 낮은 회전영역에서 두툼한 토크로 강렬한 가속감을 선사한다. 반면 높은 회전영역에서는 빅 트윈 엔진임에도 불쾌한 진동을 최소화 해 피로감을 줄이도록 설계했다.
클러치 보조 시스템(SCAS)은 클러치 레버를 당기는 압력을 줄여준다. 시내 주행에서 특히 무거운 클러치 레버가 주는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하다. 배기량이 큰 인트루더는 클러치 조작으로 인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최소화 했다. 또 기어를 내릴 때 클러치판에 걸리는 압력을 낮춰 부드러운 감속을 돕는다.
계기반은 대부분 크루저가 그렇듯 연료탱크 상단에 위치한다. 커다란 아날로그 속도계를 중심으로 간단한 램프류 인디케이터가 있고 그 아래로 작은 디지털 액정 화면에 현재 기어 포지션, 주행거리, 시계 등 정보가 표시된다.
특히 기어 포지션 인디케이터는 스즈키 모터사이클이라면 거의 대부분 차종이 채용하고 있는데 이를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타 브랜드와 차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심지어 레이서 레플리카에도 기어 포지션 인디케이터를 전 기종 채용하고 있다.
투어링 패키지가 기본인 C1500T는 대형 윈드스크린도 함께 포함된다. 공기로 인한 저항과 진동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적절한 각도로 디자인 되어 기능성이 높다. 저속에서의 안락한 크루징은 물론 고속 영역에서도 대부분 주행풍을 헬멧 뒤로 흘려보내 쾌적하다.
제작부터 전체 차량 디자인의 일부로 포함된 대형 사이드 케이스도 기본이다. 클래식한 스타일의 견고한 사이드 케이스는 높은 내구성을 갖추기 위해 충격에 강한 ABS 플라스틱으로 제작됐다. 가죽과 유사한 느낌으로 가공된 표면 처리가 터프한 크루저의 느낌을 물씬 더한다.
C1500T의 박력 넘치는 뒷모습은 광폭 타이어 덕이 크다. 200밀리미터에 이르는 뒤 타이어가 압도적인 안심감과 높은 직진 주행성을 확보해 준다. 앞 타이어도 130밀리미터로 대형 사이즈다. 휠 스타일도 멋지다. 커스터마이징 된 듯한 7스포크 알루미늄 휠이 멋을 더해준다. 서스펜션은 앞 텔레스코픽 대구경 정립 포크, 뒤 링크 타입 쇽 옵저버를 채용해 터프한 인상과 대조적으로 승차감이 매우 부드럽다.
크루징 용 대형 스텝 보드도 기본 채용됐다. 바 형태의 스텝은 장거리 여행에 있어 진동에 취약하며 안락함이 덜하기 때문이다. 널찍한 사이즈로 편안히 발을 올려놓으면 마치 자동차에 앉아있는 듯 긴장감이 없어진다.
시트도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졌다. 앞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상은 정차시 발을 땅에 내리기 편하게 된 설계다. 평평한 각도로 다듬어진 시트는 오랜 라이딩속에서도 처음 앉을 때의 편안함을 지속 유지시켜준다. 두꺼운 가죽 질감은 크루저만의 마초 인상을 잘 드러낸다.
연료탱크 용량은 18리터로 먼 거리를 추가 주유 없이 이동할 수 있다. 낮은 회전을 주로 사용하는 크루저는 배기량이 크더라도 의외로 연비가 좋은 경우가 많다. 인트루더 C1500T는 동급 크루저 중에서도 연료탱크 용량이 큰 편인데, 연료 잔량게이지를 수시로 살필 필요 없을 정도로 넉넉한 부분은 장거리 투어링을 즐기는 라이더라면 환영할만한 장점이다.
헤드라이트는 전통적인 총알 모양의 크롬 도금 케이스를 사용해 클래식한 멋이 넘친다. 테일램프도 클래식한 디자인 흐름을 그대로 이었으나 LED를 내장해 야간 주행시 다른 차량의 눈에 잘 띄도록 했다.
LONG & LOW 스타일을 추구한 섀시 설계 덕에 주행 안정감이 뛰어나다 13.4kgm의 강력한 순간 토크를 내는 인트루더 C1500T는 파워, 스타일, 기계적인 완성도 그 어느 하나 빼먹지 않은 훌륭한 크루저다. 게다가 투어링 패키지를 모두 기본 채용해 추가 지출이 불필요 한 점도 매리트가 크다. 사이드 케이스와 윈드 스크린만 해도 옵션 장착시 수 백 만원이 우습게 지출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상당한 이점이다.
인트루더 C1500T는 전통 클래식 크루저의 스타일과 파워풀하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스즈키 기술이 만난 크루저다. 매 순간 부드러우면서도 묵직한 토크로 가속할 수 있고 매끄러운 승차감과 엔진필링이 심리적인 안정감을 더한다.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을 만큼 착실히 구비된 투어링 옵션들이 기본 장착된 C1500T는 여유로운 주말을 기다려지게 하는 든든한 힐링 모터사이클로 삼기에 충분하다.
제공 : 임성진 기자 /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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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드매거진 sjlee@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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