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 아구스타는 이탈리안 브랜드 중에서도 콧대가 높기로 유명하다. 모델 라인업은 많지 않지만 한 모델 모델마다 디테일이 무척 섬세하다. 마치 조각칼로 도려낸 듯한 섬세한 질감은 아구스타만의 상징이자 자랑거리다. 그런 아구스타가 최근 조금씩 세력 확장을 하고 있다. 800cc 병렬 3기통 라인업을 하나씩 추가하더니 기존 상식에 없던 독특한 스타일을 개척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를테면 이번 시승에 함께 한 리발레 800이 그렇다.
리발레 800은 네이키드 바이크 브루탈레, 슈퍼스포츠 F3가 쓰는 800cc엔진을 공유한다. 심장은 완전히 같다는 소리다. 반면 맵핑과 라이딩 포지션, 차체 디멘션을 수정해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변모했다. 한 눈에 봐도 리발레 800의 외모는 화려하고 유기적이다. 보통 새로운 모터사이클이 등장했을 때 ‘이건 타사 어떤 모델과 닮았다’는 등 비교할 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리발레와 비교할 모델은 없다시피 하다. 실루엣이나 라이딩 포지션 등이 두카티 하이퍼모타드와 닮아있지만 섬세한 디테일을 살펴보면 전혀 다른 바이크다.
타 기종과 비교하기 어려운 점은 디자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시동을 걸고 엔진음을 들어보면 확연하다. 전에 없던 3기통 엔진음은 포효하는 맹수 같다. 다른 말로 앙칼진 목소리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확실한 건 그간 귀에 익었던 2기통이나 4기통 엔진과는 소리부터 진동, 성격마저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것이라는 사실이다.
엔진음을 뒤로하고 1단부터 기어를 넣고 가속해보면 저속부터 의외로 부드럽게 다룰 수 있는 특성에 놀란다. 최대출력은 12,000rpm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아이들링 부근인 2,000rpm 부터도 다루기 어렵지 않다. 실용 영역대는 4,000rpm에서 8,000rpm까지다. 어느 영역에서나 강력하고 날카롭게 가속하는 맛이 일품이다. 3기통 엔진만의 갸르릉거리는 듯한 엔진의 굉음이 매력 넘친다.
문제는 실용 영역대를 벗어나면서 시작된다. 8,000rpm부터 최대출력 발생 시점인 12,000rpm까지는 ‘워프’하기 때문이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타코미터를 살펴볼 겨를도 없이 무섭게 가속하는 차체를 붙들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새삼 라이딩 테크닉의 기본부터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기본 장비된 옵션인 퀵 쉬프터를 사용해 클러치는 건들이지 않은 채로도 변속할 수 있다. 10,000rpm 근처에서 연달아 기어를 올리며 풀 스로틀하면 시속 200킬로미터까지 쏜살같다. 라이딩 포지션은 마치 의자에 슬쩍 걸터앉은 듯한 감각이다. 시트고는 무려 885밀리미터에 달하지만 워낙 가볍게 느껴지는 차체 덕에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저 수치도 사실 후에 제원표를 보고 놀랐을 정도로 체감 높이는 낮다. 풋 스텝은 슬쩍 엉덩이 뒤 쪽에 위치한다. 핸들 바는 자연스럽게 팔을 내려 뻗으면 닿는 정도로 어깨에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스티어링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조작/통제하도록 연출되어 있다.
브레이킹 능력은 과할정도로 충분한 수준이다. 독특한 라이딩 포지션 덕에 니그립을 단단히 하지 않으면 제동 성능을 모두 사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리어 브레이크도 섬세하게 작동하는 편이다. 시트에 대부분 하중이 가 있기 때문에 슬쩍 조작해 줘도 원하는 만큼 디스크 로터를 주물럭거릴 수 있다.
깃털같은 움직임의 와인딩은 리발레만의 장기 중 하나다. 시트 포지션이 높아 어느 한쪽으로 시선만 응시해도 어지간한 코너를 헤집는 건 일도 아니다. 차체에 단단히 밀착하고 핸들바를 원하는 쪽으로 슬쩍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고갯길을 화끈하게 달릴 수 있다. 숏 코너를 공략하는 즐거움은 최근 등장한 바이크 중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롱 코너를 섬세하게 주무르는 모양새도 만만치 않다. 속도가 높은 상태로 진입하더라도 뱅크 한계가 워낙 높아 두려움이 없다. 게다가 넓은 핸들바를 이용해 잠깐의 슬립이 발생하더라도 반사적으로 흔들림을 제어할 수 있다. 언제든 라인을 핸들바로 교정할 수 있고 리어 휠은 오른손이 스로틀을 제어하는 대로 따라온다. 이 정도면 와인딩의 마법사라 해도 될법하다.
코너를 탈출해 직선을 향해 달리는 가속도 일품이다. 고회전형 엔진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종종 오기 때문이다. 퀵 쉬프터와 고회전 3기통 엔진의 조합은 상당히 좋다. 힘든건 오히려 운전자가 풍압에 견디는 과정뿐이다. 운전자 근력이 리발레를 못 따라가는 기분이 들어 죄스럽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시속 250킬로미터에 달한다. 과연 낼 수나 있을까 싶은 속도이긴 하지만 리발레 800이 가진 엔진의 잠재력을 충분히 시사 하는 바다.
라이딩 모드는 세 가지가 있지만 스포츠 모드 외에는 다 싱거워진다. 스포츠 모드야말로 리발레를 가장 잘 표현한 맵핑이다. 그 외의 모드는 체력이 달리거나 컨디션이 평소같지 않을 때나 필요하다. 맵핑마다 트랙션 컨트롤과 ABS 개입 수치가 달라진다. 물론 취향에 맞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도 있다. 워낙 잘 다듬어져 있어서 둘 다 언제 개입했다 빠지는 지 파악하기 어렵다. 중요한 건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고도 즐겁고 화끈하게 달릴 수 있게 도와준다는 사실이다.
서스펜션은 스포츠성이 강한만큼 단단한 세팅이다. 라이딩 포지션을 유동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시내 주행 시 큰 불편을 느끼기 어려웠지만 잦은 요철에서는 조금 피곤해 질 수도 있다. 대신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서는 대부분 사람들이 만족할만한 세팅이라 생각할 수 있다.
유기적인 실루엣의 리발레는 디테일의 품질이 더욱 가치를 높인다. 정면에서 바라보면 양 쪽 너클 가드 끝에 포지셔닝 LED 램프가 눈에 띈다. 어디서나 리발레 존재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리어 테일램프는 양쪽으로 나뉘어 세로 배치되어 있으며 테일 섹션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요소로 연출됐다. 타이어를 슬쩍 가리는 리어 휀더는 방향지시등과 함께 자리잡고 있으며 덕분에 리어 페어링의 날카로운 뒷모습을 완성한다.
한 쪽 휠이 훤히 드러난 리발레는 3기통임을 표현하는 3개의 사일렌서 파이프와 함께 아구스타 혈통임을 드러낸다. 리발레는 3기통 800cc 클래스 엔진을 얹은 아구스타 시리즈 중 가장 튀는 모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운동성에 대한 대답을 일축하는 아구스타의 대표 스프린터다. 화려한 아름다움 뒤에 가려진 화끈한 달리기 성능이 매혹적인 리발레. 앞으로 모터사이클을 평하는 데 있어 ‘파격’이라는 표현을 아껴야 할 것 같다.
글
임성진 jin@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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