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스트리트 파이터를 기다려 온 사람이라면 이 모델에 주목하는 게 좋다. 아프릴리아는 리터클래스 슈퍼바이크를 벗겨놓은 최강의 스트리트 파이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는 투오노로 이어졌다. 슈퍼바이크 엔진이 V형 2기통 엔진이었던 RSV1000R이었을 때도 그랬지만, RSV4를 베이스로 하는 지금의 V형 4기통 엔진 투오노는 현존하는 로드스터 중에 가장 성격이 안 좋은 기종 중 하나다. 한마디로 광포하다는 뜻이다.

 

첫 인상부터 그렇다. 마치 슈퍼바이크를 분리해 놓은 듯한 인상은 매끄럽게 매만지고 다듬어 날카로운 이미지를 연출한 동종 로드스터들과 비교해도 단숨에 분위기를 압도한다. 어찌 보면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하는 거친 이미지는 투오노만의 공식 마스크가 됐다.

 

사실 이미 충분히 강력했던 투오노 V4R

 

기존 V4엔진을 강하게 다듬은 투오노 1100은 이름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배기량이 더욱 커져 1,077cc에 달한다. 또한 섀시가 보강되었고 실시간으로 스마트폰과 연동하는 기능이나 블루투스를 이용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도 추가했다. 올린즈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댐퍼를 추가한 팩토리 버전도 여전히 건재하다.

 

77cc가 늘어난 배기량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피스톤은 400그램을 경량화 한 신품이 탑재됐다. 크랭크로드 저널 직경은 36밀리미터로 감소되었고 엔진 케이스의 상부에서 큰 중량 감소가 이뤄졌다. 마력과 토크가 상승해 더 큰 짜릿함을 주면서도 전과 같은 매끄러운 회전질감도 그대로 살려 낸 셈이다. 최고 출력은 무려 175마력에 달한다.

 

투오노는 첨단 전자 장비를 가득 담았다. 왼쪽 핸들 레버로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는데, ATC(트랙션 컨트롤)을 무려 여덟 단계로 조절하는 등 APRC(통합 라이딩컨트롤)를 손가락 하나로 주무를 수 있다. AWC(윌리 컨트롤)은 세 가지 단계로 작동하며 강하게 가속하더라도 앞바퀴가 뜨지 않게 돕는다. 이는 AQS(퀵 쉬프터)와 조합해 폭발적인 출발 가속을 가능케 한다. 사실 공도에서 이런 상황이 자주 오지 않겠지만 기본 엔진 파워가 워낙 강한데다 배기량 증가로 한 단계 더 올라선 만큼 전혀 필요 없다고 보기도 어려운 장비가 됐다.

 

투오노는 단 2킬로그램을 추가하면서 보쉬의 지능적인 레이스 ABS를 기본 장비한다. 레이스 ABS는 RLM(리어 휠 들림 방지)를 동반하며 3단계에 걸쳐 그립 상태에 따라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원한다면 레이스 ABS를 해지할 수도 있다고 한다. APRC는 이 모든 장비들을 통합 관리해 라이딩 모드(레이스, 스포츠 등)에 맞춘 적절한 설정을 분류한다. 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있는지 아니면 별개로 움직이는 지는 꽤 큰 차이가 있다. APRC가 높게 평가받는 이유다.

 

섀시의 베이스는 2015년형 RSV4 RR. 투오노와 달리 배기량은 여전히 1리터 미만.

 

섀시는 더욱 보강되며 약간의 지오메트리가 변경됐다. 스티어링이 좀 더 안정성을 갖췄고 스윙암 길이는 6밀리미터가 늘었다. 노멀 버전은 쟉스 포크와 리어 쇽을 사용하지만 고급버전인 팩토리는 43밀리미터 올린즈 포크와 리어 쇽, 그리고 스티어링 댐퍼를 기본 장비한다. 좀 더 높은 수준의 라이딩을 즐기고 싶다면 조금 더 투자해 팩토리를 선택하는 편이 현명하다. 별도로 구비하면 더욱 값을 측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브레이크시스템은 브렘보 M432 모노 블록 래디얼 마운트 캘리퍼가 들어가며 320밀리미터짜리 대구경 스테인리스 스틸 디스크에 물린다. 물론 팩토리는 한 수준 위인 알루미늄 소재가 쓰인다.

 

전체적인 바이크 무게를 줄이는 데에는 있으나 없으나 한 페어링도 조금 공헌했다고 한다. 헤드라이트 어셈블리는 전체 1.5킬로그램을 감량했는데 그렇게 하고도 전 보다 나은 에어로 다이내믹 성능을 가져왔다고 한다. 시트 높이는 기존 모델보다 15밀리미터 낮아져 탑승하기가 편해졌다. 파이프 핸들은 폭이 좁아져 라이딩 포지션이 조금 더 아담해졌다.

 

마지막으로 놀라운 점은 듀얼 퍼포즈 바이크인 카포노드 1200과 마찬가지로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다양한 디스플레이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평소의 라이딩 데이터는 물론 GPS를 이용한 다양한 데이터 집계 및 통계도 가능하다. 각종 전자 장비를 스마트폰으로 컨택해 운영 관리 할 수도 있다. 옛날 같았으면 꿈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를 이제 버젓이 양산품에 적용한 것이다.

 

아프릴리아의 간판스타는 슈퍼바이크 RSV4가 맞다. 원래부터 레이스로 흥한 브랜드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RSV4는 첫 등장부터 이슈가 됐던 고성능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투오노는 슈퍼바이크를 단지 ‘벗겨놓은’ 모델임에 불과했지만 다른 의미로는 사람들이 가장 원했던 형태의 모터사이클이기도 하다. 고성능을 편안하게 다룰 수 있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과연 사람들의 반응을 즐기듯 만들다만 듯 한 디자인이 오히려 특색이 됐고 투오노의 상징성이 됐다. 국내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디자인이지만 스트리트 파이터의 본고장 유럽 현지에서는 꽤 인기가 많다고 한다. 배기량을 필두로 성능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한 신형 투오노, 과연 내년에도 잘 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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