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업디자인계의 거장으로 불리던 에쿠안 겐지가 지병인 심장병으로 지난 2월 8일 도쿄에서 별세했다. 향년 85세의 고령의 나이였지만, 그는 일본에서 GK 산업디자인 그룹이란 회사를 차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곤 했다. 그의 업적 중 대표적인 디자인으로는 킷코만의 간장병과 야마하 V-MAX 등이 있다.
▶ 브이맥스를 디자인한 에쿠안 겐지. 개인 박람회가 열릴 정도로 일본 내 산업디자인계의 저명한 인사였다.
겐지는 1985년 발매한 브이맥스 그리고 2007년 도쿄 모터쇼에서 공개한 Tesseract 콘셉트 모델 디자인에 참여 하는 등 야마하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브이맥스는 동양 미학 특유의 굵은 선으로 표현한 근육질 형태를 취하고 있어 지금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유지 하고 있는 모델이다.
이 모델은 1985년부터 큰 변화 없이 많은 모터사이클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곤 했다. 브이맥스가 많은 변화 없이 지속적인 관심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V-부스트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엔진의 회전수가 5,750rpm을 넘기기 시작하면 작동한다. 시스템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브이맥스의 진정한 파워를 느낄 수 있었다.
높은 출력은 구동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모터사이클이 통상적으로 사용해 왔던 체인 구동방식을 탈피해 더 높은 내구성을 가진 샤프트 드라이브 시스템을 사용했다. 샤프트 방식은 체인구동보다 메카니즘으로 보면 한 단계 진화된 시스템이다. 실질적으로 메인터넌스로부터 해방되며 반영구적인 내구성, 부드러운 승차감 등이 강점이다. 물론 반대편에는 높은 제작비용이나 부담되는 파츠 무게 등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V-MAX에는 잘 어울리는 방식이었다.
▶ 첫 출시부터 북미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초기형 V-MAX 이미지를 재현한 신형 모델
강력한 파워를 상징하던 브이맥스는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드래그 레이스에 종종 참가하곤 했다. 레이스에 참가한 브이맥스는 부스트 시스템과 강력한 V4 엔진을 이용해 당시 400미터 드래그 레이스에서도 피니시라인을 10초대에 통과해 우수한 성능을 입증해냈다.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는 브이맥스는 긴 시간 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빠르게 변화하는 모터사이클 업계에서 오랜 기간 큰 변화 없이 한 모델을 고수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많은 모터사이클 애호가들은 강력한 파워와 부스트 시스템을 갖고 있는 브이맥스의 매력을 여전히 추억하며 음미한다. 2008년 풀 체인지 한 신형 모델은 강점을 더욱 다듬고 강인한 이미지를 추가, 긍정적인 변화를 겪었다.
연료분사 시스템은 정교한 인젝션으로 교체됐다. 인젝션으로 교체 후 과거 이 모델의 최대 특징인 부스트 시스템이 사라졌지만, 자사 레이스 기술을 활용해 에어 인테이크를 통해 공기의 흐름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가변형 흡기시스템(YCC-I)을 적용한 신형 브이맥스는 과거의 부스트 시스템 없이도 최대 200마력의 화끈한 파워를 제공했다.
야마하의 장수 모델로 꼽히던 브이맥스는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특별히 카본 스페셜 에디션도 공개됐다. 스페셜 모델은 탱크 커버, 휀더 등 많은 카본 파츠들을 다양히 적용해 고성능 크루저 느낌을 더욱 높였다.
또한 이번 스페셜 에디션에는 아크라포비치 배기시스템도 함께 제공된다. 브이맥스 전용 배기시스템을 제공한 아크라포비치는 애프터마켓에서 가장 유명한 배기 시스템 제조사 중 하나다. 늘 야마하 신형 모델과 합작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던 그들이 브이맥스와 찰떡궁합인 시스템을 선보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포함된 배기 시스템 덕분에 별도의 파츠를 염두에 둘 필요가 없을정도로 여러 면모로 보강된 모습이다.
30주년을 맞이한 야마하 브이맥스가 가져다주는 의미는 크다. 앞서 밝혔지만, 동일한 디자인 큐가 무려 20년 이상 유지된 독특한 모터사이클이기 때문이다. 보통 2년 혹은 3년 주기로 디자인을 풀 체인지 혹은 마이너 체인지하는 풍조와는 전혀 다른 행보다. 바꿔 말하면 에쿠안 겐지가 디자인한 1985년형 초기 브이맥스 디자인은 그의 창의력과 야마하의 콘셉트가 절묘하게 어울려 장수할만한 요소가 충분했다는 해석도 된다. 에쿠안 겐지가 새로운 모터사이클을 디자인하는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하지만 그가 남긴 브이맥스의 강렬한 이미지는 야마하의 상징성 높은 머슬 크루저로써 전세계 모터사이클리스트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되고도 남을만하다.
글
김종현 kjh@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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