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 레이스. 모터사이클과 라이더, 그리고 팀 크루들이 하나처럼 움직이며 힘을 합쳐야만 하는 레이스다. 다른 선수와 직접 경쟁하거나 타임어택처럼 가장 빠른(Fastest) 랩 타임을 다투는 솔로 레이스에 비하면 훨씬 다양한 변수가 끼어들기 마련이다.
▶ 야마하 내구레이스 팀이 제작한 르망24 2015 영상
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팀 크루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총괄 지시해야하는 책임 감독으로 시작해 머신을 타고 달리는 선수만 3명, 그 외 급유나 긴급 정비를 맡는 크루, 또 랩타임을 체크하며 컨디션을 조절해주고 전략을 짜는 인원까지. 팀은 경기 중 다양한 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해야 한다.
▶ 내구레이스는 전통에 따라 라이더가 직접 발로 뛰어가 머신에 탑승하는 것이 시작
38번째를 맞은 이번 2015 내구레이스 시즌은 1년간 총 4회 개최한다. 1전은 전통적인 내구레이스의 상징적인 성지, 프랑스 르망(Le Mans)서킷에서 열렸다. 지난 4월 16일부터 닷새간 56개 팀, 168명의 라이더가 서킷을 달렸다.
규칙은 간단하고도 가혹하다. 무려 24시간 쉬지 않고 번갈아가며 서킷을 달려야 한다. 24시간동안 가장 많은 랩을 달린 팀이 우승이다. 랩 수가 같아 그것으로 가리기 곤란하다면 최종 랩 타임으로 순위를 가린다.
라이더는 팀당 3명씩 배정할 수 있으며 다른 라이더가 달리는 동안 팀 피트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고 잠을 자도 된다. 마사지사를 배치해 라이더가 다음순서에 달리기 전까지 피로를 풀어주기도 한다.
말하자면 라이더의 체력이 큰 관건인 레이스다. 머신도 지쳐서는 안 된다. 스페어 부품들이 항상 대기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만약의 상황에 재빠르게 교체를 필요로하는 부품만 바꿔 장착하고 다시 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라이더가 넘어져 다친다면 다른 라이더로 공백을 메워 달려야 한다. 만약 더 이상 주행 불가한 라이더가 생긴다면 나머지 두 명 라이더가 더 달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팀 동료 간 협동심이 무척 중요하며 체력 관리가 필수다. 머신에 대한 내구성도 충분히 뒤따라줘야 한다. 라이더가 준비되어도 머신이 비실비실해 나가떨어지면 곤란하다.
정비사들은 팀 피트에서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언제 머신이 트러블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해당 메이커들의 머신 내구성과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야마하는 YZF-R1을 풀 체인지 해 이번 년도 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확실히 머신은 파워가 높고 새롭게 바뀐 섀시는 더욱 레이스 지향적인 성향으로 바뀌었다고 호평이 자자하다.
▶ 스즈키는 유독 내구레이스에 강하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내구 레이스에서는 스즈키가 대세다. 스즈키는 GSX-R1000으로 연이어 출전하고 있는데, 큰 변화나 업그레이드 없이도 이번에 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2위와 3위는 가와사키 머신인 ZX-10R이 가져갔다. 파워가 높기로 유명한 BMW S1000RR도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다. 단지 파워를 겨루는 경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종종 나온다.
▶ 2015 르망 24시간 내구레이스 하이라이트
우승한 SERT(스즈키 내구레이싱 팀)는 24시간 1분 35초를 쉼 없이 달려 르망 서킷을 833바퀴 달렸다. 2위를 한 SRC 가와사키 팀과는 일곱 바퀴가 차이난다. 전력으로 한 두 바퀴만 돌아도 지치기 마련인 레이싱 트랙을 이 정도로 달릴 수 있다는 건 역시 ‘선수’들답다. 하루 밤을 꼬박 새고 동이 틀 때까지 달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다음 레이스는 일본 스즈카에서 펼쳐진다. 프랑스 르망과 달리 24시간 아닌 8시간짜리다. 이 경기 또한 무척 유명하다. 전통적으로 강한 팀은 요시무라 스즈키 팀과 하크프로 혼다 팀이다. 또 은퇴한 그랑프리급 레이서들이 돌아와 선수로 달리는 경우가 많아 볼거리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내구레이스의 큰 매력은 ‘인간이 주축이 된다’는 점이다. 긴 24시간 동안 로드레이스의 다양한 면모를 함축해 즐길 수 있기도 하다. 선수, 팀 크루, 관중이 함께 숨 쉬는 협동 레이스. 오는 7월 25일 스즈카 서킷을 가득 메울 엔진음이 귓전에 아른거린다.
글
임성진 jin@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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