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야마하 공식 수입원 ㈜한국모터트레이딩(이하 YSK)이 봉천동 본사에서 라이딩원에 YZF-R1 레이스 베이스 머신을 전달했다. YSK와 라이딩원은 함께 ‘팀 YSK 코리아’라는 레이싱팀을 꾸려 ARRC(아시아 로드레이스 챔피언쉽) AP(아시아 프로덕트) 250cc 클래스에 YZF-R25로 도전하며 국내 모터스포츠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YSK는 국내 레이스 산업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발판 마련의 일환으로 다양한 지원에 힘쓰고 있다.
▶ 김희철 YSK 대표와 임호곤 선수
YSK가 준비한 YZF-R1 전달식을 위해 ARRC 2전을 끝마치고 돌아온 팀 YSK 코리아의 모든 관계자가 함께 모였다. 전달식에는 팀 YSK 코리아 단장을 겸하고 있는 김희철 YSK 대표와 앞으로 R1과 호흡을 맞출 라이딩원의 임호곤 선수가 기념 촬영에 나섰다. YSK는 ARRC 참가머신 YZF-R25를 비롯해 레이스베이스의 YZF-R1을 지원하는 등 모터스포츠 활성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국내 최초로 유일하게 ARRC라는 세계무대에 나선 팀과의 뜻 깊은 자리라 인터뷰도 함께 진행했다. 임호곤, 백민석 두 선수를 비롯해 조성태 라이딩원 대표와 지강석 미캐닉, 구기복 팀 매니저가 함께한 가운데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 선수는 1전을 끝냈을 때와 달리 2전을 마치고 온 현재 눈에 띄게 체중감량을 이룬 모습이었다.
ARRC 1전은 말레이시아의 세팡, 2전은 인도네시아 센툴 서킷에서 펼쳐졌다. 지난 6월 4일부터 7일까지 열린 2전은 그들이 목표하던 바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처음으로 아시아권 세계무대에 진출한 만큼 순차적인 성장을 위해 중위권을 목표로, 보다 구체적으로는 15위 내에 들겠다던 당초 목표를 코앞까지 당긴 것이다.
이제 곧 일본 스즈카에서 펼쳐질 3전을 비롯해 앞으로 4라운드의 경기가 남았다. 세계 진출의 첫 포문을 연 의미 있는 그들의 구체적인 행보와 심정,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먼저 선수들의 간단한 이력을 소개해 달라.
임호곤 선수(이하 임 선수): 나이는 32살이며 현재 KSBK SB1000클래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2년 라이딩하우스가 창설되면서 ST250, ST600, SB1000 클래스 순으로 시합에 참가하며 선수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백민석 선수(이하 백 선수): 현재 나이 28살이며 KSBK ST600 클래스에서 뛰고 있다. 서울에서 모터사이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Q. 1전에 이어 2전까지 치르고 왔는데 어땠나?
백 선수: 2전이 열린 인도네시아 센툴 경기장은 우리나라 태백 서킷보다 노면이 좋지 않아 어려웠다. 서킷 적응이 관건인 만큼 빨리 적응한 선수들이 유리한 결과를 획득했다. 예선 당시에는 말레이시아 세팡 서킷보다 좋은 느낌으로 주행했다. 그러나 경기 중 발생한 추돌사고로 인한 누유로 결승 때 슬립을 하면서 생각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임 선수: 노면 상태가 불규칙해 첫 주행 당시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초기에는 바이크 세팅 값을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1전과 달리 2전은 올린즈코리아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후원 및 무로이 감독의 적절한 세팅으로 안정적인 머신 컨트롤이 가능했다. 덕분에 애초 목표했던 성적에는 못 미쳤지만, 빠른 적응으로 선두권 공략이 수월했다. 해외 선수들과도 친분이 생겨 정보를 공유하는 등 1전보다 많은 노하우를 얻었다. 무엇보다 이번 경기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향상된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Q. 국내레이스와 ARRC를 비교했을 때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조성태 대표(이하 조 대표): ARRC는 FIM에서 주관하는 아시아에서 제일 큰 국제 대회다. WSBK나 모토GP에서 활동하며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선수도 고전을 면치 못할 만큼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실제 250클래스에서 예선 탈락한 레이나라는 일본인 선수는 국내 대회 동일 클래스 우승자 김인욱 선수보다 빠를 정도다. 특히 해외는 언더본 클래스에서 활동하던 선수들이 250클래스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경기를 뛰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던 선수를 선발한 만큼 요령과 집념이 남다르다.
Q. ARRC에 참가 기준은?
조 대표: 호주, 카타르, 인도네시아 등 ARRC 규정 국가가 있다. 그 국가들은 두 개의 부문으로 분리된다. 한국이 속한 부문은 참가신청만 하면 바로 참가할 수 있지만, 미얀마의 경우 팀을 꾸려 참가신청을 해도 선별을 통해 참가 유무가 판가름 난다. 국내 선수가 참가를 희망할 경우 국내 레이스 포인트를 바탕으로 연맹에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참가비를 내면 된다. 그러나 참가기준보다 중요한 것은 모터사이클 브랜드의 후원이다. 실제 각국의 참가팀은 브랜드에서 차량을 후원받는다. 예상보다 비용 문제가 만만치 않다. 우리 팀 또한 2전을 치르는 동안 6번의 경기가 치러지는 이번 시즌에 투입할 총 예상 비용을 전부 소모했다. 참가 기준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인 부분과 인력배치에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 인도네시아 센툴 서킷에 적합한 전략을 짜고 있는 모습
Q. 레이스 위크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임 선수: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총 3일간 경기가 진행된다. 화요일에 입국하고 수요일과 목요일 경기 준비에 대한 세팅을 마친다. 금요일 2타임, 토요일 오전 1타임 연습을 한 뒤, 토요일 오후에 예선전이 치러진다. 연습 시간은 각 타임 당 30분으로 실상 연습이 가능한 시간은 한 시간 반 정도다. 그리고 일요일에 본격적인 결승전이 열린다. 타이어는 시합 당 2세트로 운영, 그 안에서 1세트는 레인 타이어다. 서킷이 낯선 데다 연습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그에 비해 서킷 경험이 풍부한 현지 선수들은 연습 때부터 본선 기록을 앞당기기 위해 치열하다.
▶ 무로이 감독과 모니터링 하고 있는 임호곤 선수
Q. 앞으로의 전략이나 목표는?
구기복 팀장(이하 구 팀장): 이전까지는 기본적인 머신 세팅의 차이로 선수들 간 베틀에서 불리했다. 그러나 2전부터는 많은 후원 업체의 도움을 받아 머신의 상당 부분이 개선됐다. 조금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춘 만큼 연습 때부터 선수들 간의 경쟁을 통해 목표 선수를 잡고, 그들을 뛰어넘어 시간을 단축하는데 주력할 것이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백 선수의 경우 호주 선수가 추월하며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 올려 도발을 했다. 우리보다 선두 그룹에 있는 만큼 다음 경기에는 그 선수를 뛰어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경기 중 느꼈던 애로사항이 있었다면?
지강석 팀장(이하 지 팀장): 우리 선수들은 KSBK SB1000과 ST600클래스에서 뛰다보니 주행법이 그들과 많이 다른 것 같다. 보통 국내 선수들은 한국에 돌아오면 다시 대배기량 머신으로 활동한다. 그러나 현지 선수는 언더 본 클래스에서 각축전을 벌이던 선수들인 데다 250클래스라 운동 성능이 근접해 머신과의 친화력 부분에서 유리하다. 더불어 언더 본 경기는 몸싸움이 많은데 국내 대배기량 클래스 특성상 몸싸움이 치열하지 않고 공기저항에 대한 문제도 비교적 덜해 많은 차이가 난다. 작은 체형으로 민첩하고 빠른 템포로 주행을 펼치는 해외 선수들에 비해 국내 선수는 상대적으로 대배기량 머신을 다루듯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인다. 게다가 해외 선수들 대부분 공격적인 주행이 익숙한 반면, 국내 선수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다.
Q. 경기 전후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임 선수: 같은 주행 환경 속에서 달리는 만큼 타 선수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라이더 각자 체력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체중 감량이 중요하다. 중량은 머신의 성능에 적잖은 부분을 차지한다. ARRC 250클래스의 경우 차량 무게 132킬로그램, 라이더와 장비까지 합쳐 192킬로그램이 기준이다. 선수 최소 중량은 60킬로그램인 셈이다. 백선수의 경우 꾸준한 체중감량을 통해 현재 7킬로그램 이상 뺀 상태고 꾸준히 노력 중이다. 스스로도 6킬로그램 정도를 감량해 최소기준에 근접하게 맞출 것이다.
Q. 그렇다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구 팀장: 2전에는 올린즈와 HJC, 겔스피드와 도그파이터 등 후원 업체 덕분에 머신 스펙의 많은 부분이 향상됐다. 머신 무게가 기준치 미달로 나와 웨이트를 붙였을 정도다. 그러나 시합 중 머신이 파손될 경우 발생하는 비용문제가 만만치 않다. 백 선수의 경우 총 4번의 슬립이 있었는데 이로 인한 데미지가 축적되고 있다. 기록을 위해 넘어지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는데 자금 문제로 쉽지 않다. 이 외에 각 나라로 이동하기 위한 항공편이나 숙박에 관한 부분도 스폰서 유치가 쉽지 않아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인력도 부족하다. 우리나라 팀은 6명의 최소인원으로 한 사람이 다양한 업무를 처리해 낸다. 적어도 15명 정도가 돼야 분업이 가능하다. 해외의 경우 미캐닉, 코디네이터, 협력사, 홍보사 관련 20~30명의 팀 크루들이 각 파트별로 배정돼 분업화가 잘돼있다. 현재로썬 첫 진출에 큰 의미를 두고 자체적으로 사력을 다해 운영하고 있다. 이미 YSK 측에서 최선을 다해 많은 도움을 주고 있고, 팀원들은 자기 부담을 하면서까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국내 업체의 지원이 있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 88번으로 참가한 백민석 선수
조 대표: 예산과 협력사를 비롯해 다양한 부분의 보완이 필요하다. 심지어 선수들이 다쳤을 때를 대비한 보험도 해외에서 가입해야 한다. 현재 KMF 프로모터 역할을 하는 만큼 내년에는 전라남도 영암 서킷에서 ARRC를 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사이에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중간에 한국에서 경기가 펼쳐질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선수가 와일드카드로 출전할 수 있으며, 국내 선수들에게 익숙한 서킷에서 경기가 진행되면 유리할 것이다. 곧, 전남도청 직원들과 함께 ARRC 프로모터와 미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Q. ARRC에 있어 ‘팀 YSK 코리아’ 출전 의미는?
구 팀장: 최초로 참전하는 만큼 닦여있지 않은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라 힘든 것이 사실이다. 선수들은 서킷마다 주행 노하우를, 미캐닉은 경기장 별 세팅 값을 파악해야 한다. 훗날 ARRC 대회 참전을 위한 데이터 수집 차원에서 상당히 의미 있고 꼭 필요한 일이다. 국내 모터사이클 발전을 위한 큰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몸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많이 깨닫고 있다. 이를 통해 추후 국내 모터스포츠 팀이 참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 팀장: 2전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각국 서킷의 특성이나 환경에 맞춰 선수가 최대한 안정적인 세팅의 모터사이클로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끔 도울 것이다. 1전에 비해 2전은 이미 이러한 과정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빠른 세팅을 기본으로 다음 경기에도 선수들이 좋을 리듬을 갖고 탈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
임 선수: 일단 여러 방면으로 도움 주신 스폰서 분들께 감사드린다. 아직 월등한 실력이 아닌 만큼 스스로 노력하여 좋은 결과와 함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일본에서 열리는 스즈카 전은 다른 경기장에 비해 풍부한 데이터를 갖고 있으므로 많은 이미지 트레이닝과 함께 팀 목표인 15위 안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겠다.
백 선수: 우선 YSK코리아와 경기에 참가할 수 있게 도와준 모든 스폰서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번 2전 경기에서는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운 결과를 냈는데, 3전 때는 더욱 열심히 준비해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 국내 레이스의 발전을 이뤄 더 많은 젊은 선수들이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
김정아 kja@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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