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으로 가기>

 

시트도 라이더 시트와 탠덤 시트를 분할하는 분리(세퍼레이트) 타입으로, 라이더 시트는 두 단계 조절 식으로 기획했다. 시트를 가변식으로 한 것은 발 착지성 향상은 물론, 시트 포지션에 의한 승차감의 변화를 제안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낮은 시트 위치를 선택하면 업라이트 포지션이 강조되어 보다 쾌적한 사양이 되고, 높은 시트 위치를 선택하면, 핸들-시트-스텝의 위치 관계가 MT-09에 접근해 보다 공격적인 포지션으로 스포츠 주행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동시에 라이더의 시선을 높은 위치에 두고 장거리 주행의 쾌적성 향상도 도모했다. 라이더의 시선을 올리려면 라이딩 포지션 변경이 필요하며 전후 중량 밸런스가 크게 바뀐다. 그러나 트레이서는 MT-09 개발 시 중량 집중화를 철저히 한 덕분에 큰 수정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차세대 표준 스포츠 바이크를 만들고 싶었다. MT-09의 토탈 밸런스를 철저하게 연마해 트레이서 개발에 있어서도 높은 스포츠 성을 살릴 수 있었다.

 

기능을 상상시키는 형태

 

 

앞에서 트레이서는 투어링 기능을 충실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애초에 투어링용 바이크를 목적한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그것은 차체 디자인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공통 플랫폼을 채용하는 모터사이클에게 바디 디자인은 그 캐릭터를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 그러나 트레이서는 MT-09 시리즈에 공통되는 경쾌함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트레이서가 요구한 경쾌함은 마치 오프로드 바이크와 같이 프론트 타이어를 중심으로 차체를 휘두를 것 같은 공격적인 이미지였다. 그것을 증폭시키기 위해 프론트 포크 주위에 볼륨감을 모았고, 리어 주위는 더욱 경쾌한 이미지로 설계했다.

 

 

투어링 기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형 프론트 카울의 장착을 생각할 수 있지만, 편안함과 기능성을 모두 가지면서도 반드시 요구되어야 하는 것은 경쾌함이었다. 충분한 투어링 기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레이어 구조의 디자인을 활용해 MT-09가 가진 경쾌함을 잃지 않고 연출하고 있다. 또한 캐릭터를 부각시키기 위해 야마하 스포츠 모터사이클의 아이콘인 MotoGP 머신, YZR-M1을 방불케 하는 덕트를 카울 전면에 디자인했다.

 

 

다양한 부품이 겹치는 이미지를 위해 건축 구조물을 연상시켜 근육과 같은 강력함을 느끼게 하는 것도 중요한 디자인요소 중 하나다. 프론트 카울에서 탱크로 흐르는 라인은 바로 그 이미지다. 그러나 외장 파트의 심미성이 전부가 아니다. 기능적인 부품의 형상과 배치를 고려하면서 아슬아슬하게 조형미를 챙기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라이트 유닛으로 소형 LED 헤드라이트를 채용해 프론트 주위의 디자인 자유도를 높였다. LED 헤드라이트는 높은 광량을 확보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 형태와 이미지를 보면 단번에 트레이서로 인식할 수 있을 만한 특징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헤드라이트 주위와 탱크 측면에 채용한 페어링 디자인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장의 상처에 대응하기 위해 페어링을 덧대는 방법을 사용하지만, 카본 패턴을 차체의 방향이나 조형에 맞게 조정함으로써 공격적인 퍼포먼스를 연상시키는 외장 부품으로 경쾌함을 강조하도록 했다.

새로운 시도로 핸들 가드를 들 수 있는데, 기존 오프로드 바이크의 그것과는 크게 다르다. 험로 주행시나 전도시에 그립과 레버류를 보호하는 가드 역할 외에도 방풍 성능을 포함시켜 일반 1조각 구조를 3조각으로 나눠 전도시 뿐 아닌 주행 중에도 라이더를 보호하도록 했다. 이로써 오프로드와 온로드 주행 모두 높은 기능성을 추구하도록 했다.

 

 

또 하나 자연스럽게 하지만 차분히 계획적으로 넣은 부분이 있다. 패니어 케이스의 설치 스테이션이다. 패니어 케이스를 장착하면 보이지 않게 되는 부분이지만, 케이스를 분리하고 달릴 때에는 의외로 이 부분이 눈에 띈다. 우리는 그 부분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보이는 그대로 디자인해 트레이서의 캐릭터를 두드러지게 하고자 했다. 무엇인가 하면, 스테이 그 자체로 투어링 백 등을 적재할 수 있는 후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디자인 한 것이다. 멀티 툴 같은 디자인은 보는 것만으로 기능 확장성을 연상할 수 있고 트레이서 가 가진 높은 기능성을 아주 심플하고도 강하게 표현할 수 있다.

 

모든 상황에서 활약할 수 있는 모터사이클로

 

 

개발 초기 단계에 트레이서라는 이름도 붙어 있지 않은 시절, 우리가 지향하는 모터사이클의 형태는 어떤 것인지 찾을 수 있도록 유럽 시장 현지 조사를 갔다. 그리고 알프스에서 스트리트까지 실컷 뛰노는 유럽 모터사이클 사정을 몸으로 느끼고 왔다. 오래된 거리와 복잡하게 구성된 버블스톤 도로는 접지력이 낮고 비라도 오면 무척 달리기 까다롭다. 알프스를 달리면 날씨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은 물론, 지대에 따라 한 자릿수의 기온으로 내려가 땀나는 여름인데도 길가에 눈이 남아 있기도 했다. 그리고 국경을 넘으면 사용하던 언어는 물론 도로를 둘러싼 문화까지 모조리 바뀐다.

 

 

일본에서도 생활권을 달리다 상황이 바뀌어 리조트를 목표로 달리면 유럽만큼 변화가 극심하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환경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을 잘 파악해 때로는 라이더를 흥분시키고 때로는 편안하게 만들어주거나, 때로는 안정감을 주는 모터사이클을 만들어 나가야한다고 생각했다. 그 때 신세를 진 스위스 딜러에게 기념으로 멀티 툴(일명 맥가이버 칼)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바로 그 때 문득 ‘그래, 이거다!’ 라고 생각했다.

 

 

마술 지팡이를 주머니에 숨겨둔 것 같은 설레임, 다양한 장면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고 여행 친구가 될 만한 안심감, 그리고 정밀함. 우리는 이런 모든 것들에 대해 막연히 느끼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말이 떠오르지 않았지만, 멀티 도구를 손에 넣은 순간, 거기에 개발 직원 모두가 같은 무언가를 느꼈다. 멀티 도구처럼 각 장면에서 스포츠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모터사이클. 트레이서가 내건 ‘스포츠 멀티 툴 바이크(Sport Multi Tool Bike)’라는 개념은 그런 생각에서 태어났다. 꼭, 모든 다양한 상황에서 트레이서를 즐겨준다면 좋겠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개발자 입장에서의 트레이서 이야기는 이 바이크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이 크다. 특히 모터사이클 하나를 새롭게 개발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경험이 필요한지 사뭇 느끼게 되는 대목이 많다. 트레이서는 지금 국내에도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고 호평이 많은 모델이다. 강력한 심장과 다목적성, 개성 넘치는 디자인요소가 잘 조화된 모델로 상품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트레이서가 이런 호황을 누리는 것은 철저한 시장조사와 소비자의 심리 파악, 무엇보다도 진심어린 모터사이클에 대한 고민과 개발입장에서의 열정이 담겨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MT-09의 기본기를 이어받은 짜릿한 로드 어드벤처 바이크 트레이서가 얼마나 롱런할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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