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쥬라기 월드가 국내 개봉했다. 쥬라기 공원 이후 후속편들은 크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그저 그런 공룡 시리즈가 또 하나 개봉했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포스터를 보는 순간 마음이 달라졌다. 랩터와 크리스 프랫, 그리고 결정적으로 클래식한 외형의 모터사이클이 눈에 띄었다. 문득 공룡과 어우러지는 묘한 빛깔의 머신이 궁금해졌다.

 

 

 

모터사이클 마니아라면,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간혹 영화 속 등장하는 모터사이클에 탄성을 질러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쥬라기 월드에서 랩터와 정글을 질주하며 이러한 탄성을 자아내는 모델은 바로 영국 트라이엄프사의 스크램블러다.

 

 

소개하는 머신의 모델명이기도 하지만 모터사이클의 한 장르인 스크램블러는 공도는 물론 거친 험로에도 높은 주파력을 발휘한다. 때문에 극 중 크리스 프랫이 스크램블러를 타고 정글을 헤치며 달리는 모습은 크게 어색하지 않다. 물론 극적인 요소를 가미했지만 말이다.

 

 

비슷한 성향의 듀얼퍼포즈와는 달리 캐주얼하게 전천후로 쓰임새가 좋아 요즘 같이 편리를 따지는 시대에 스크램블러는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어찌 보면 하이브리드 타입이라 실생활에 두루 사용하기에 이만한 물건은 없어 보인다.

 

 

쥬라기 월드 속 스크램블러는 영국 트라이엄프 사 특유의 클래식한 감성이 깃든 모델이다. 고유의 디자인에 장르적 특성이 잘 버무려져 있다. 트라이엄프의 유서 깊은 모델 본네빌에서 파생된 만큼 당연한 결과다. 차체 곳곳에는 온오프로드를 아우를 수 있는 요소도 갖췄다.

 

 

장애물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높게 위치한 배기부, 충격 완화에 유리한 스포크 와이어 휠, 노면 그립력이 뛰어난 오프로드 타이어, 조종하기 쉬운 하이 마운트 핸들 등은 이를 드러낸다.

 

 

공랭을 알리는 촘촘한 냉각핀으로 둘러싸인 865cc 병렬트윈 엔진은 6,800rpm에서 59마력, 4,750rpm에서 6.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수치를 보면 뛰어난 출력과 토크풀한 특성으로 승부하는 모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고르지 못한 노면 환경에도 충분한 돌파력은 갖췄다.

 

 

KYB 제 서스펜션은 프론트 120밀리미터, 리어 106밀리미터 트래블로 노면 대응력을 고려했다. 브레이크는 전륜 310밀리미터, 후륜 255밀리미터의 싱글디스크가 니신 2피스톤 캘리퍼와 맞물린다. 칼 같진 않지만 브레이킹 포인트만 제대로 파악한다면 무리 없이 제동 가능한 정도다.

 

 

영화 속 등장 머신은 쥬라기 월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모델이다. 무광 국방색은 순정 스크램블러에서 찾을 수 없는 색깔이다. 랩터와 함께 달리기에 이보다 조화로운 컬러가 없어 보이긴 하다. 뿐만 아니라 애로우 머플러와 솔로 시트, 크롬 리어 캐리어 등도 영화 속 머신만이 가진 특징이다.

 

 

이렇게 쥬라기 월드를 위해 준비한 스크램블러는 단 3대였다. 그 중 한 대는 영국 트라이엄프 본사 박물관에 전시, 또 다른 한 대는 크리스 프랫에게 선물로 전달됐다. 그리고 나머지 한 대는 얼마 전 이베이 경매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낙찰가는 무려 28,000파운드(한화 약 5,115만원)로 순정 모델이 현지에서 7,900파운드(한화 약 1,443만원)에 팔리는 것을 고려하면 꽤 높은 가격이다. 크리스 프랫이 자신의 바이크를 온전한 상태로 내놓는다는 보장이 없어 희귀성의 가치가 작용했을 것이다. 이로 인한 수익은 전립선 암 연구를 위한 기금으로 쓰인다고 하니 나름 의미 있는 경매로 판단된다.

 

 

이 머신을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잠깐이다. 그러나 존재감만은 강렬하다. 영화의 분위기를 압축해 대변하는 포스터에 등장할 정도니 말이다. 트라이엄프 스크램블러로 인해 60년대 할리우드 스타 스티브 맥퀸이 아직도 추억되듯, 크리스 프랫 또한 훗날 회자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쥬라기 월드에서 스크램블러가 씬스틸러로 톡톡한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랩터와 함께 질주하는 진녹색의 스크램블러는 포스터와 함께 머릿속 깊이 각인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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