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1일 전라남도 영암 국제 서킷에서 한중일 슈퍼바이크 레이스가 열렸다. 세 개 나라 레이서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합을 펼치는 레이스 축제였다. 하지만 더 주목되는 것은 부대행사로 마련된 메이커들의 이벤트였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행사가 있었는데, 야마하 모터사이클 수입원인 YSK에서 주최한 ‘키즈 라이딩 스쿨’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키즈, 즉 아이들에게 모터사이클 타는 법을 알려주는 이벤트다. 그런데 그냥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려준다. YRA(Yamaha Riding Academy)는 일본 야마하 본사에서 지정한 전문 교육 기관이다. 해당 기관에서 교육 강사 과정을 수료한 인스트럭터들만이 이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이 날 또한 전문 교육관들이 투입돼 모터사이클의 구조 설명을 비롯, 아이들이 두 바퀴인 모터사이클의 기본적인 움직임과 다루는 법 들을 정확히 교육했다.

 

교육이라고 하니 왠지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이날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의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해 부모가 아닌 기자의 마음이 뿌듯할 정도로 온종일 화기애애한 시간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부터 교육장을 정비했던 인스트럭터들은 곧 찾아올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완벽한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 철저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교육은 예약 등록제로 진행됐다. 해당 순서와 시간이 되자 약속됐던 교육생들이 부모님의 손을 잡고 교육장에 찾아왔다. 성명과 순번을 확인하고 아이들이 자리에 앉자 가장 중요한 이론교육부터 시작했다. 인스트럭터는 준비된 교육 자료를 들고 아이들에게 나긋한 어조로 모터사이클에 대해 이야기했다. 두 바퀴를 가진 모터사이클이 도로에서 달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위험한지, 그리고 안전하게 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단한 설명을 시작했다.

 

그림과 함께 한 샘플 자료를 보는 아이들의 눈동자가 생동감 넘쳤다. 장난없이 진지하게 설명을 듣는 아이들의 얼굴을 지그시 지켜보는 어머니들도 흐뭇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이 자료에는 모터사이클을 타는 것 뿐 아니라 길가에서 모터사이클을 마주쳤을 때 어떻게 해야 안전한지 설명하는 부분도 포함돼 있어 유익했다. 어른 뿐 아니라 아이들 또한 일상생활에서 생각 외로 많은 상황에서 모터사이클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골목으로 많이 다니는 배달용 모터사이클과 마주하는 일이 가장 많다. 돌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사고를 피할 수 있는지도 설명했다.

 

약 15분간 이론 교육을 마친 교육생들은 실기 연습에 앞서 몸을 풀었다. 모터사이클은 자동차 운전과 달리 다양한 동작으로 몸을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드시 몸을 유연하게 해야만 한다. 이동수단 이전에 일종의 스포츠 도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준비 운동을 통해 몸을 따뜻하게 한 아이들은 안내에 따라 라이딩 기어(안전장비)를 착용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헬멧 착용만이 의무사항이지만, 만일의 상황에서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호대가 필수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모터사이클을 타보는 기회다. 이 날은 완벽히 통제된 교육장 내 코스에서 저속 주행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이런 부분은 아이들에게 평생 남을 좋은 습관을 길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부모님이 직접 아이들에게 헬멧을 씌우고 보호 장갑, 팔꿈치/무릎 보호대를 입혀주는 모습에서 따뜻한 자식사랑이 느껴지기도 했다.

 

교보재로 사용된 이날 모델은 야마하 PW50. 아이들이 처음 모터사이클을 접하고 운행하기 아주 적합한 모델이다. PW50은 오프로드 미니 사이클로 구분되며 49cc 2스트로크 엔진으로 연습하기 적당한 파워를 가졌다. 무게는 39킬로그램으로 어른의 경우 양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가볍다. 출발에 앞서 모터사이클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시작했다. 시동을 거는 법, 그리고 핸들을 조작하는 법, 액셀레이터를 개도하는 법,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법 등이다. 과연 아이들이 잘 해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게다가 이 모델은 킥 스타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요령이 필요하다.

 

기자의 걱정과 달리 한 두 번의 설명에도 아이들은 곧잘 따라했다. 엄청난 습득력이었다. 특히 걱정했던 킥 스타터는 여자아이조차도 스스로 아주 가볍게 시동을 걸어 놀라게 했다. 인스트럭터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브레이크 작동을 집중적으로 알려주었다. 비상시 설 수 있어야만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로틀 조작법도 아주 중요하다. 부드럽고 섬세한 스로틀 조작이야말로 모터사이클을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그렇지만 조기교육이 잘 되면 그 이후는 말할 것도 없이 일사천리다.

 

운행 전, 탑승했을 때 팔꿈치는 얼마나 벌리는 것이 좋은지, 발은 스텝에 어떻게 올려야 하고 어느 부분에 힘을 주어야 하는지 등 섬세한 부분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려주었다. 아이들은 처음 접하는 부분 인만큼 그대로 따라주었고 이후 주행에서도 꾸준히 올바른 습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일단은 직선 주로에서 부모님과 교육관이 함께 옆에서 잡아주며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스스로 균형 잡을 수 없는 모터사이클을 타고 전진하며 첫 발을 떼는 순간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났다. 처음 맛보는 자유로운 감각이었을 것이다. 기자 또한 처음 모터사이클을 배웠을 때를 생각하니 저절로 공감이 돼 미소 지어졌다.

 

환한 얼굴로 부모님과 함께 모터사이클이라는 새로운 물건과 친해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부모님 또한 모터사이클을 처음 접하는 경우도 있었겠지만 함께 신기해하면서도 주행에 익숙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이제는 혼자 슬슬 달려도 될 만큼 익숙해지자 교관은 모두를 모터사이클에서 내리게 한 뒤, 자유주행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제부터는 정해진 코스를 혼자 달려야 한다.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고 혼자서 직선 및 곡선, 지그재그 코스를 달리며 모터사이클과 친해져야 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방금 전 모터사이클을 배운 아이들이 스스로 코너를 돌고 지그재그 코스를 완벽히 달리고 있는 모습이 펼쳐졌다. 아이들은 너무나 유연하게 대처했다. 우왕좌왕하는 일 없이 앞 친구가 천천히 달리자 속도를 조절하기도 했다. 코너에서도 능숙하게 핸들을 조작하며 코스를 빠져나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교육생 아이들의 얼굴에 자신감과 즐거움이 가득 담겼다.

 

확실히 아이들이 어른보다 빨리 배우고 빨리 적응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섬뜩했다. 이렇게 빨리 배우고 30분도 안 되어 자기 주행습관으로 만드는 아이들이, 만약 제대로 된 교육이 없었다면 과연 모터사이클을 어떻게 배웠을까 싶은 것이다. 조기 교육은 정말, 정말 중요하다. 교육을 주최하고 있는 YSK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경기장을 지나는 행인들도 멈춰 서 이 진귀한 장면을 함께 지켜봤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시동 거는 법을 배우고 있던 아이들이 슬라럼 코스를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잘 짜여진 교육프로그램의 힘이기도 했다. 순서에 맞게 가장 중요한 것부터 익히기 쉽도록 아이들에게 알려주니 흡수도 빠르다. 교육이 끝나고 교육 수료증을 증정했다. 친필 서명이 들어간 소중한 교육 수료증은 아이들에게 상장과 같이 느껴졌을 것이다.

 

수료증을 건네며 교관과 악수를 하며 아이들의 어깨가 떳떳이 펴졌다. 아마도 작지 않은 성취감 때문 아닐까? 이날의 기억은 이 아이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날 교육받은 모터사이클 타는 습관이 평생 이들의 몸에 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여간 감동스러운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교육받고 난 아이와 부모님을 붙잡고 물었다. 이 교육에 왜 참가했는지, 그리고 교육이 끝난 지금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잠시 아이 얼굴을 바라보던 어머니가 말했다. “우리 아이는 무언가 타는 걸 굉장히 좋아해요. 특히 자전거를 좋아하고 자동차 옆에 타는 것도요. 그런데 이런 기회를 얻게 돼서 아주 보람차요. 생각보다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뿌듯해요. 실은 저도 교육 지켜보면서 모터사이클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었어요. 실은 애 아빠가 참가하자고 해서 못이기는 척 따라온 거였거든요.” 아이는 대답하는 내내 기회를 엿보다 기자에게 한 마디 던진다. “또, 또 타고 싶어요!”

 

약간 현실적인 시각으로 이 현장을 다시 보자. 수입 모터사이클을 판매하는 수입 업체는 사실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남기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굳이 예산을 배당해 나중에 고객이 될지도, 아닐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 따위 매출에 직접 상관없는 일이다. 하지만 범 시장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는 다르다. 특히나 자연스럽게 모터사이클을 제대로 배울 시간이나 기회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절실한 일이다.

 

당장의 대가가 없는 일이라 누구도 투자하지 않지만, 이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현존하는 대한민국의 모터사이클에 대한 저급한 인식을 바꾸는 데 작게라도 도움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아이들이 탄 야마하 모터사이클은 그런 접점에서 좋은 도구가 되고 있다. 주최한 야마하 모터사이클 수입처 YSK는 얼마 전 트리시티 안전운전 캠페인을 비롯, 키즈 라이딩 스쿨로 비상업적인 측면에서도 업계 공익을 위해 투자한다는 좋은 이미지를 대내외로 얻었다. 성장을 위한 모터사이클 꿈나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이란, 실은 최고 200마력을 발휘하는 YZF-R1의 런칭보다도 굵은 글씨로 보도되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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