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자동차는 매년 레이스를 꿈꾸는 꿈나무들을 위한 코리아 스쿠터 레이스 챔피언쉽, 이른바 KSRC를 개최해왔다. 잠실에 위치한 탄천 옆 카트 경기장을 본거지로 열린 지난 10월 25일 KSRC 3전 또한 초심을 잃지 않은 경기 운영과 즐거운 이벤트로 가득했다.

 

대림자동차는 자사의 스쿠터 및 매뉴얼 모터사이클을 활용해 다양한 라이딩 테크닉이 요구되는 카트 경기장에 레이스를 개최해 왔다. 얼핏 보면 작은 크기의 경기장에서 뭘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막상 경주가 시작되면 생각이 달라진다. 좁은 면적의 미로와 같은 코스에서 펼치는 선수들의 경쟁이 큰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경주는 크게 보면 씨티 에이스, 비본, VJF250 세 개의 클래스로 나눌 수 있다. 매번 다양한 선수들이 새로 도전하거나 챔피언자리를 방어하기 위해 애쓴다. 오전에는 사전 검차가 실시되고 선수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메디컬 체크, 그리고 참가할 머신에 대해 공정성을 부유하기 위한 검차가 있다.

 

곧 이어지는 라이더 브리핑에서는 레이서로 참가하기 위한 최소한의 교육을 진행해 첫 출전하는 아마추어 레이서도 운영 방식을 쉽게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곧바로 시작된 예선전, 선수들은 몸을 풀며 긴장감을 늦추어 본다.

 

타임 트라이얼 예선전, 유리한 고지를 위한 스스로와의 싸움

본 경기는 씨티에이스전 부터 시작되는데 약 20분간 타임 트라이얼 형태로 달리며 개인 기록을 재는 형식이다. 이는 MotoGP의 퀄리파잉과 마찬가지 방식이다. 20분 간 낸 자신의 최고기록을 집계해 가장 빠른 선수에게 결승전에서 앞 자리에서 출발할 우선권을 주는 것이 규칙이다. 씨티 에이스전은 가장 많은 20명의 참가선수들이 촌각을 다퉜다.

 

국내에서의 씨티에이스는 흔히 배달용 모터사이클로 접할 수 있자만 레이스를 위한 튜닝이 된 머신들은 더 이상 흔한 모터사이클로 보이지 않는다. 처음 보는 이들은 이런 장면들이 진귀해 보일 수 있으나 사실 모터사이클 레이스가 발전하는 나라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클래스로써 이와 같은 ‘언더본 클래스’가 이미 성황리 운영 중이며 규모도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만큼 크다.

 

이어진 비본전. 비본(B-Bone)은 대림자동차가 만든 독특한 형태의 노출형 프레임 스쿠터다. 125cc 배기량으로 충분한 파워를 가졌으며 앞/뒤 연동브레이크가 기본이다. 레이스에서는 이를 해지하고 달릴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양산형 모델에는 독특한 디자인과 더불어 상품성을 두루 갖춘 셈이다. 비본 출시 이후 지속적으로 개최된 이 경주는 꽤 전통이 깊은 레이스가 됐다.

 

VJF250은 대림자동차가 선보인 가장 큰 배기량의 스포츠 바이크다. 250cc 수랭 엔진으로 충분한 파워를 가진 것이 특징이며 고속 주행능력도 좋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기본 더블 디스크로 가벼운 차중과 더불어 제동력이 탁월하며 라이딩 포지션도 위화감이 없어 많은 모터사이클 입문자들이 찾는 기종이다.

 

VJF250전은 대림자동차 KSRC에서만큼은 가장 높은 베테랑 클래스다. 더욱이 좁은 테크니컬 코스의 경기장에서 250cc 대형 풀사이즈 바이크가 레이스를 펼치는 장면은 꼭 봐둘만하다. 큰 덩치의 스포츠 바이크를 이리저리 눕히며 코스를 공략하는 모습은 슈퍼바이크 레이스 못지 않은 흥분과 긴장감을 불러온다.

 

다양한 이벤트, 이색 레이스로 물든 여유로운 오후

점심시간에는 식사를 위한 푸짐한 피자 제공과 함께, 일반 관람객들을 위한 각종 공연이 이어졌다. 특히 대림 자동차 동호인끼리 펼치는 타임 트라이얼 대회는 서킷 주행의 즐거움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흥미로운 이벤트다. 무대에서는 가족이 출전해 장기자랑을 펼치는 이벤트도 벌어지는 반면, 옆 서킷에서는 모터사이클 스턴트 묘기가 동시에 진행되어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색 레이스도 펼쳐졌다. 롯데리아, 파파이스, 피자헛, 미스터피자와 같이 스쿠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의 자존심을 건 타임트라이얼 레이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각 업체명을 달고 함께 달리는 선수들에게서 묘한 경쟁심이 느껴졌다. 이는 속도전이라기 보다는 배달을 주업으로 하는 선수들의 서킷 문화와 레이스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이 기초되는 이벤트였기에 의미가 크다.

 

긴장감 넘치는 결승, 베테랑 라이더들 접전 펼쳐

각종 이벤트가 끝나자 경기장에 다시 긴장감이 맴돌았다. 결승전이 남아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먼저 씨티에이스전이 시작됐다. 총 25랩을 돌며 결승에 진출한 가장 빠른 선수들이 앞자리를 다퉜다. 작고 가벼운 차체로 이리 저리 코스를 누비며 부딪히고, 넘어지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성능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선수의 기량이 승패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에 체커기를 가장 먼저 받은 선수는 S-OIL 토탈 모토그레시브 팀의 이영준 선수다. 그 뒤로 같은 팀 유병호 선수, 그리고 KixxPAO 대림관악 머신팩토리의 이승환 선수가 골인했다. 언더본 레이스의 새로운 묘미를 알게 해준 화끈한 경기였다.

 

125cc 스쿠터인 비본 레이스는 참가인원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각 선수의 기량도 꽤 차이나 보였다. 가장 먼저 결승라인을 통과한 S-OIL 토탈 모토그레시브의 채종화 선수는 베스트 랩 타임 37.567을 기록하며 여유있게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 뒤로 KixxPAO 대림관악 머신팩토리의 장진영 선수, 또 우승 선수와 동일 팀 정성용 선수가 뒤를 이었다.

 

대망의 마지막 레이스 VJF250전은 가장 큰 배기량의 스포츠 바이크인만큼 이목이 크게 집중됐다. 길 가던 행인들은 물론 자전거를 즐기는 라이더들도 자리에 멈춰 쥐죽은 듯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사뭇 속도감이 달랐던 이 레이스는 강력한 우승후보 MRT 황성철 선수의 연이은 활약이 돋보였다. 그 뒤로 SNURC 김형철 선수가 바짝 꼬리를 물며 쫓았고 좁은 트랙에서 실수없이 완벽한 테크닉을 이어가는 자가 우승컵을 들 것처럼 보였다.

 

숨막히는 경쟁 끝에 2위와 단 1.5초 차이로 우승한 황성철 선수는 “지원하고 응원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2위를 했지만 베스트 랩은 오히려 빨랐던 김형철 선수는 1랩 32.304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그 뒤로는 S-OIL 토탈 모토그레시브 팀 채종화 선수가 3/4위 그룹에서 가장 빠르게 달려 최종 3위를 기록했다.

 

모터사이클 레이스 대중화 이끄는 KSRC의 존재 가치

메인 레이스가 끝나고 참관한 관객들을 위한 경품 추첨이 이어졌다. 애플 아이패드와 대림자동차 스쿠터 한 대가 걸린 푸짐한 경품은 많은 이들을 환호하게 했다. 더욱이 1등 경품인 스쿠터를 받아 간 관람객은 부모님과 함께 행사장에서 하루를 즐겁게 보냈던 초등학생이어서 많은 이들이 함께 기뻐하며 박수를 쳐주기도 했다.

 

대림자동차의 KSRC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일반인 누구나 함께 즐기고 참여할 수 있는 가장 친절한 레이스이기 때문이다. 레이스란 시속 300킬로미터로 달리는 긴박감이 있어야만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다. 잠실이라는 경기장 위치의 근접성과 더불어 많은 관람객이 한눈에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경기장 구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더불어 모터사이클은 위험한 탈 것이라는 인식과는 상반된 이미지의 안전한 테두리 안에서의 긴박감 넘치는 경주는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시각으로 모터사이클을 인지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동시에 평소에 쉽게 보기 힘든 신기한 볼거리이기도 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KSRC의 운영은 안정감이 넘친다. 아직 완벽하다고 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국내 모터사이클 레이스 중에서는 베테랑이라 할 만한 운영이다. 사고, 돌발 상황, 안전에 대한 문제를 항상 가져야 하는 레이스인 만큼 앞으로 더욱 흥미롭고 안전한 볼거리를 만들기 위한 대림자동차에 꾸준한 노력을 기대한다. 한편으로는 적잖은 시간을 노력하며 모터사이클 레이스와 대중의 벽을 허물어 낸 대림자동차 이하 모든 선수와 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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