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루더는 ‘침입자’ 혹은 ‘불청객’이란 뜻. 스즈키는 이런 식으로 공격적인 네이밍 센스를 가졌다. ‘얼마나 대단하길래...’ 흘깃 웃으면서 인트루더를 마주 대하는 순간 잠시 말문이 막힌다. 한 눈에 봐도 웅장함이 느껴지는 차체, 압도적인 엔진 사이즈의 퍼포먼스 크루저가 그 실체다.

 

디자인은 전통적인 크루저와 거리가 멀다. 미래지향적이며 전투적으로 달리고자 하는 고성능 스포츠 크루저의 성향이 짙다. 특히 중세 기사의 투구와도 같은 형상의 헤드라이트 커버가 더욱 단단한 이미지를 굳힌다. 스타일 하나만으로 드래그 머신이미지가 강하게 교차된다.

 

엔진은 수랭 4사이클 DOHC 방식으로 54도로 기울어 놓은 V형 2기통이다. 놀라지 마시라, 배기량은 무려 1,783cc. 대충 2등분해보면 실린더 당 891cc라는 계산이 나온다. 양산차 중 이렇게 큰 직경의 피스톤은 찾기 힘들다. 직경 112mm 단조 알루미늄 합금 피스톤을 장비했으며 낮은 회전영역에 막강한 토크 특성을 집중시켰다. 최대토크는 무려 16.31kgm이며 단 3,200rpm에서 발휘되는 수치다. 스로틀을 확 감기 두려운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퍼포먼스 크루저답게 최고속도는 무려 240km/h에 달한다. 크루저라는 이름표를 달기는 했지만 다른 느긋한 녀석들처럼 바람을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바람을 갈기갈기 찢으며 달릴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셈이다. 최고출력은 125마력으로 6,200rpm에서 발휘된다.

 

이 정도면 스포츠 바이크와 고속 주행을 함께해도 전혀 손색없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32비트 ECU를 탑재, 연료 효율을 높이려 노력했다. 또 넘치는 순간 토크로 자칫 다루기 어려운 거친 특성이 될 것을 감안해 부드러운 특성으로 인젝션을 매만졌다.

 

엔진과 섀시 모두 힘이 넘치는 구성

스포츠성이 넘치는 파워풀한 엔진 특성을 잘 써먹으려면 뼈대도 바침이 되어야만 한다. 서스펜션도 일반적인 크루저의 세팅과 크게 다르다. 베이스는 46mm 가야바 카트리지 방식의 도립 프론트 포크와 링크식 모토 리어 쇽이다. 스즈키 개발진은 인트루더 개발시 크루저 특유의 여유 있는 승차감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스포츠 바이크에 준하는 조종안정성이나 민첩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후문이다.

 

제동 관련 파츠도 구성이 좋다. 슈퍼바이크 GSX-R1000과 동일한 래디얼 마운트 시스템을 기본으로 했다. 디스크로터는 290mm가 양쪽으로 한 쌍이고, 토키코 복동식 4피스톤 캘리퍼로 강력한 파워를 컨트롤할 만한 제동력을 갖췄다. 리어 디스크는 275mm이며 2피스톤 캘리퍼로 무장했다. 파워도 좋지만 차량중량이 347kg에 이르니 이와 같은 높은 수준의 제동 파츠들은 사실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건이었을 것이다.

 

거대한 엔진과 더불어 박력 있는 스타일을 내는 데에는 굵직한 타이어도 한몫 거든다. 리어타이어는 무려 240mm 사이즈다. 강력한 토크를 받아내기 위함이기도 하겠지만 스타일면에서 강인한 인상을 주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앞 타이어는 130mm로 휠은 모두 18인치로 일반적인 양산 모터사이클이 가진 17인치 사이즈보다 약간 크다. 휠 사이즈가 크면 모터사이클의 옆모습이 크고 우람해 보이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계기반은 크롬 도금 마무리로 번쩍번쩍하다. 계기반은 두 개로 나누어져 있는데, 연료 탱크에 위치한 속도계는 퓨엘미터, 시계와 ODO미터 등이 함께 보인다. 멀리 핸들바에 위치한 계기부에는 엔진 회전을 나타내는 타코미터와 디지털 속도계가 위치해 있다. 크루저는 라이더 승차위치로부터 보다 가까운 연료탱크에 계기반을 위치시켜 시인성을 확보하는 목적이 있다. 또 타코미터는 생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인트루더는 퍼포먼스 크루저로써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마초 향기 풀풀나는 근육질 크루저

연료탱크는 넓고 둥그런 디자인으로 19.5리터 연료를 수용할 수 있는 대용량이다. 실은 엔진이 큰 만큼 연료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대용량이라고 하기도 어렵지만 동급 대비 넉넉한 편이라고 할 수는 있다. 최종 구동방식은 체인이 아니라 드라이브 샤프트다. 이 방식은 체인 구동에 비해 내구성이 압도적으로 높고 반영구적으로 차주의 관리가 불필요하다는 점에서 간편하다. 무겁고 비싼 단점이 있지만 크루저는 비교적 이런 단점이 덜 드러나는 장르이기 때문에 즐겨 장착하고 있다.

 

헤드라이트는 180mm 직경으로 거대하다. 독특한 인상의 헬멧 모양 비키니 카울은 인트루더의 강인한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 첫 데뷔한지는 오래됐지만 아직도 스즈키 인트루더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드래그 바이크와 같은 공격적인 면모를 드러낸 중요한 디자인 요소다. 듀얼 머플러는 칼로 벤 듯 슬래쉬 컷 되어 있고, 테일램프는 LED를 기본 장착해 피시인성과 존재감을 모두 잡았다. 시트는 넓은 모양으로 일반적인 대형 크루저 와 비슷하지만, 리어 시트는 언제든 캐노피를 탈부착해 레이시한 이미지를 더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넉넉한 파워를 바탕으로 기어는 5단까지만 갖췄다.

 

색상은 글래스 스파크 블랙, 블랙/펄 블루 투톤, 매트 그레이 3가지가 있으며, 국내 판매가격은 2,150만원이다. 투톤 스페셜 컬러는 50만원이 추가된다. 1cc에 1만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통했던 시절이 있었다. 약 1,800cc에 육박하는 엔진이 기본인 인트루더는 그 시절을 떠올릴 만큼 가격대비 가치 면에서 훌륭한 구성을 갖췄다. 웬만한 중형 자동차 배기량에 가까운 넉넉한 배기량과 토크를 가졌으며 화려한 수치들에 상응하는 사나이다운 존재감도 충분하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한 모델이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