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 GSX-R 시리즈가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지금은 누구나 알고 있는 스즈키 모터사이클을 설명할 때 GSX-R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들이 지금 위치에 서게 된 큰 흐름 속에는 그들 손으로 직접 만든 모터사이클에 대해서라면, 집착이라 할 정도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GSX-R이 있다.

 

하마마츠는 도쿄에서 남서쪽으로 약 240km떨어진 산업도시로 스즈키 모터 그룹 본사가 위치해 있다. 이 회사는 100년이 넘는 세월을 제조업에 전념하고 있다. 1980년대 이르러서도 스즈키 엔지니어들은 이미 30여 년간 모터사이클을 생산해왔다.

 

당시 열의와 열정이 넘쳤던 사내 엔지니어들은 개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직접 레이스에 참가했다. 그들이 레이스트랙에서 얻은 모든 경험과 피드백은 스즈키의 차세대 모터사이클 개발에 밑거름이 됐다. 8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도 개발팀은 이러한 노력을 이어나갔고 끝내 스즈키 모터사이클 역사를 흔들 머신을 만들었다.

 

GSX-R시리즈의 30년간 이어져온 역사가 바로 그것이다. 30년 전 GSX-R750은 진정한 레이스 머신으로 각광받으며 슈퍼스포츠 바이크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오늘날, 당시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이 열정을 쏟았던 초대 GSX-R을 하마마츠 스즈키 본사에서 만날 수 있다.

 

GSX-R의 역사를 함께 한 팀

이제 스즈키에 입사한지 어언 40년이 된 시미즈 타테시. 그는 처음 입사당시 엔진설계부서에서 근무하며 프로젝트 리더인 요코우치의 지도를 받았다. 직접 레이스에서 활동했던 그는 요코우치의 지휘아래 최초의 GSX-R을 개발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도전을 했다. 당시 프로젝트 리더였던 요코우치는 팀원들에게 최대 100마력, 최고속 235km/h를 낼 수 있는 엔진을 만들자고 선언했다.

 

팀을 이끌었던 요코우치는 1934년 미야자키현 출생했다. 1957년 미야자키 대학 공학부를 졸업하고 같은 해 스즈키 주식회사 입사, 2륜차 개발 그룹에서 종사하기 시작했다. 1976년 부터는 시판 차량 개발을 담당했고, 이후 GSX1100S 카타나, GSX-R750 등 수많은 히트 모델을 개발해 온 전설적인 스즈키 인이다. 1978년 제 1회 스즈카 8시간 내구레이스에 요시무라와 함께 타도 혼다를 외치며 초대 우승한 전적도 있다.

 

그렇다면 잠깐 스즈키의 오랜 파트너 이야기를 해보자. 요시무라와 스즈키는 지금도 연이 깊다. 그 이유는 과거에 있다. 현재 애프터마켓 회사로 알려진 요시무라는, 당시 혼다와의 비즈니스에서 차질이 발생되자 독자적으로 레이스를 참가하기로 마음먹고 미국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연이은 사업 실패와 공장 화재로 부상을 당하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좌절하던 요시무라에게 당시 이륜차 사업 설계 담당자로 프로젝트 리더를 역임하던 에츠오 요코우치가 다가왔다. 2행정 엔진 기술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던 그는 신모델 GS1000을 요시무라에게 보내며 함께 혼다를 이겨보자고 건의하게 된다. 요시무라는 이같은 스즈키와의 인연을 통해 재기에 성공했고, 이 인연은 자손들이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다시 GSX-R이야기로 돌아오자. 요코우치는 엔진과 프레임 개발부서에 현 문제점에 대한 개선을 위해 끊임없는 도전을 독려했다. 우선 최대출력과 최고속도 목표치를 세우고, 경량화가 설계상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요코우치는 팀원들에게 1983년식 GSX750E를 완전히 분해해 엔진과 프레임 각 부분마다 적색 혹은 청색 중 하나로 마킹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적색의 의미는 빨리 마모되거나 내구성이 약한 것들, 청색의 의미는 파손되지 않는 높은 내구성을 기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나씩 부품 강성을 보강해 나가자 마침내 모든 부품이 청색 마킹으로 바뀌었다. 이는 당장은 무게가 무겁긴 하지만 내구성 높은 머신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됐다. 이렇듯 스즈키의 접근방식은 아주 보수적이었다.

 

엔진 설계부서에 있던 히라타 치아키는 개발초기 E4와 GSX-700 모델로 선행실험을 진행했던 때 에피소드가 있다고 했다. 당시는 미국에서 배기량 700cc 이상의 대형 바이크에 대해 규제를 심화했던 때였는데, 대응책으로 보어를 넓히고 스트로크를 줄인 신형 750 엔진을 만들어 실험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 이후에는 흡기/배기 테스트를 거쳐 97마력까지 마크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출력을 높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보니 점화플러그에서 열로 손상된 알루미늄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실린더 슬리브도 헐거워지고 밸브도 뒤틀렸다. 최고출력은 충분했지만 양산 차량으로 출시하기에 어렵겠다고 그는 판단했다.

 

당시 엔진 담당 부서가 직면했던 문제는 냉각성능이었다. 당시 수랭 방식은 중량이 무거워지기 때문에 사용할 수조차 없는 대안이었다. 고민을 거듭했던 요코우치와 엔진 그룹리더인 후지이는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봤다. 대안으로 공기와 오일 쿨링 시스템을 강화한 방식을 설계했다. 쉽게 말해 공/유랭 엔진이다. 당신이 알고 있는,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GSX-R750의 공유랭 엔진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2편>에서 계속.

 

 

글 임성진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라이드매거진(www.ridemag.co.kr)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문매체입니다. 각 탈것들의 전문적인 시승기부터 국내외 관련뉴스, 행사소식, 기획기사, 인터뷰, 칼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