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5일 잠실 탄천 변에 위치한 스피드트랙에서 대림자동차가 운영하는 KSRC 3전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올해 KSRC를 마무리 짓는 마지막 일정이기도 했고 그간 대림자동차가 KSRC라는 이름으로 레이스를 진행한 장장 9년 역사의 마무리이기도 했다.

 

물론 대림자동차가 모터사이클 레이스를 시작한 역사를 제대로 따져보자면 지금으로부터 2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는 1991년이란 아주 먼 옛날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때문에 올해가 대림자동차가 KSRC라는 이름으로 레이스를 진행한 것이 정확하게 9년째인지 10년째인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림자동차가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모터사이클 관련 레이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금 대림자동차가 우리나라에서 만큼은 모터사이클 관련 레이스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이는 표현을 달리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모터사이클 관련 레이스에서 대림자동차가 가장 많은 투자를 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

아마도 국내 모터사이클 레이스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이 부분에 대해 이견이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 본다. 왜냐하면 국내에서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이렇게 오래 그리고 꾸준하게 모터사이클 레이스에 투자를 하고 있는 메이커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메이커의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하고 있지 않지만 과거 어떤 모터사이클 메이커도 레이스를 주최했었고, 또 어떤 모터사이클 메이커도 레이스에 투자한 적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고객들과 서킷을 찾아가 트랙 데이를 진행하고 원메이크 레이스도 개최하며 지금도 약소하나마 선수들에게 용품이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림자동차만큼 무식할 정도로 우직하게 레이스에 투자해온 메이커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깟 125cc 모터사이클로 잠실 탄천의 조그만 서킷을 뺑글뺑글 도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레이스냐고 말하는 사람이 존재할지도 모르겠는데, 모터사이클 레이스라고 해서 무조건 대배기량에 모토GP가 열릴 수 있는 대형 서킷에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 전 얘기이긴 하지만 과거 대림자동차 관계자들과 KSRC가 끝나고 가진 술자리에서 대림자동차 내부에서도 KSRC를 계속 진행해야 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는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 매년 의무처럼 혹은 하나의 의식처럼 KSRC를 진행해오고 있기는 하지만 내부에서도 KSRC의 투자대비 마케팅 혹은 홍보 효과에 대해 내부 평가가 엇갈린다는 얘기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대림자동차 담당자들은 모터사이클 전문지 기자들에게 KSRC를 계속 해야 하는지 아니면 여기서 그만 멈춰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물어보기도 했다. 술자리에서 나온 결론은 그간 얼마나 어렵게 명맥을 이어온 KSRC인데 쉽게 그만둘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고 어떻게든 이어나가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 결국 술자리는 KSRC의 발전과 번영을 위해 건배를 하며 마무리 됐다. 그것이 어림잡아도 5~6년 전 이야기니 지금까지 대림자동차가 매년 KSRC를 이어온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과정이었을 것인지는 굳이 자세한 내부 얘기를 듣지 않아도 대략 짐작이 간다.

 

매년 KSRC를 운영해 온 것은 아마도 무척이나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대림자동차가 계속 장사가 잘 됐다면 KSRC를 매년 운영해나가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겠지만 안타깝게도 KSRC를 계속 유지해오는 동안 대림자동차의 매출 그래프는 그리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겠지만 대림자동차는 매년 일본산, 유럽산, 대만산 모터사이클에 기술력에서 밀리고 싸구려 중국산 모터사이클에 가격 경쟁력으로 압박을 받으면서 어려운 시간들을 겪었다. 대림자동차 담당자들이 이 글을 보면 조금 서운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모터사이클 레이스에 투자를 했다고 해서 상황이 어려운 메이커를 두고 상황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앞서 말했듯 현재 대림자동차는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다. 국내 이륜차 시장이 워낙 장기 불황의 터널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대림자동차도 결코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SRC란 끈을 놓지 않고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미련해 보일 정도로 우직하니 레이스를 수십 년째 끌고 나가고 있는 모습이 모터사이클을 즐겨 타고 모터사이클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입장에서 참으로 고맙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하다. ‘차라리 그 돈이면…’ 하고 다른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대림자동차보다 모터사이클을 수십, 수백 대 더 팔고, 매출이 잘 나오는 메이커들도 이런 고생을, 이런 투자를 하고 있지 않는데 왜 하필 대림자동차가 이런 가시밭길을 가고 있는지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현장에 가서 KSRC를 참관하고 있노라면, 주말도 없이 행사가 끝나고 난 후까지 행사장을 정리하느라 고생하는 대림자동차 직원들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들이 오고간다.

 

 

게다가 KSRC 뿐인가? 대림자동차는 대림모토스쿨이라는 이륜차 안전운전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모터사이클 메이커에서 운영하는 것으로는 국내에서 유일하고 또 가장 전문성이 있기로 정평이 나있다. 현재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을 타는 사람들 중 대림모토스쿨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 그 곳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KSRC와 비슷한 맥락이다. 다른 메이커에서도 자사의 모터사이클을 구입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초보자 교육이나 초심자 투어 정도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대림자동차처럼 이렇게까지 제대로 하고 있지는 않다. 대림모터스쿨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공간, 장비, 인력, 교육시스템 중 하나도 허투루 운영되는 부분이 없다. 이는 분명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물론 KSRC나 대림모토스쿨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 대림자동차 모터사이클의 성능이나 상품성을 언급하며 한데 싸잡아 평가절하 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럴 돈이 있으면 모터사이클을 만드는데 투자해서 더 좋은 제품을 내놓는 것이 대림자동차에게도 고객들에게도 더 좋은 일이라 말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 말도 일리는 있지만 그것과 그것은 결과적으로 다른 영역이다. 칭찬 받을 것은 칭찬 받고 혼날 것은 혼나는 것이 맞다. 대림모터사이클의 기술력이나 상품성이 타사대비 우수하지 못하다고 해서 매년 상당한 금액을 투자해 KSRC를 진행하고 대림모토스쿨을 운영해 나가는 것을 한 대 싸잡아 낮게 평가해선 안 된다는 소리다.

 

아마도 대림자동차는 내년 2016년에도 변함없이 KSRC를 진행할 것이다.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 KSRC를 중단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사실은 매출이 좋거나 나쁘거나를 떠나서 대림자동차가 KSRC를 계속 운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과거 모터사이클 레이스와 관련해 투자 했던 메이커들은 대부분 매출이 어려워지면 투자를 축소하고 미루거나 결국 접었다.

 

하지만 대림자동차 만큼은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터사이클 레이스에 입문했고, 모터사이클 레이스의 즐거움과 우승의 희열을 맛보게 된 것이다. 아마 내년에도 그런 사실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KSRC와 대림모토스쿨을 오랜 시간 유지해오고 있는 대림자동차의 그런 모터사이클 정신이 바로 이 힘든 이륜차 시장을 지탱해주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다.

 

 

글 모터사이클 편집부

사진 임성진 기자, 대림자동차

제공 라이드매거진

라이드매거진(www.ridemag.co.kr)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문매체입니다. 각 탈것들의 전문적인 시승기부터 국내외 관련뉴스, 행사소식, 기획기사, 인터뷰, 칼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