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트레드의 타이어, 하이 마운트 배기시스템, 편안한 안장. 스크램블러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시골 길은 물론 오프로드 주파 능력까지 갖춘 확장된 범위의 새로운 R나인티가 바로 스크램블러 버전. 195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많은 이들이 널리 탔던 스크램블러를 재해석했다. 스크램블러는 순수한 오토바이 말 그대로의 모습이다.

 

스크램블러를 타는 사람들은 어떠한 규칙에 구속되지 않는다. 그리고 거의 모든 곳에서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자갈길, 시골길, 잘 깔린 임도, 산, 그리고 심지어 해변의 모래사장까지 모두.

 

BMW 모토라드의 역사는 스크램블러 개념에 기본 뿌리를 두고 있다. 1951년형 BMW R 68이 그렇다. 스크램블러는 그 당시 경주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외관이 과거 레이서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대부분 BMW 모터사이클이 낮은 위치에 배기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지만 당시 레이서의 독특한 모양을 흉내 내기 위해 하이마운트 머플러를 재현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

 

BMW 나름의 스크램블러 시대를 부활시키는 촉진제가 바로 이 모델. 새로운 기술이 조합된 높은 품질의 복각모델을 그린 R나인티 스크램블러는 꼭 필요한 파츠만을 장비했으며 순수한 모양의 파츠들로 꾸며졌다. 진정으로 오토바이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특별한 모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클래식 마니아들을 가슴 뛰게 할 만한 모습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 기본 R나인티가 로드스터라면 이 모델은 그에 파생되는 새로운 라인이라 봐도 좋다.

 

여전히 강력한 토크와 고전 공기 냉각 방식을 사용한 전통의 박서 엔진. 1170cc의 배기량을 가진 공유랭 엔진이 그 심장이다. 7750rpm에서 110마력을 내며 기존과 다른 새로운 엔진 매핑 및 연료 시스템을 넣었다. 6000rpm에서 약 11.6kgm 최대토크를 낸다. 저 중속에서 더욱 두툼한 토크를 발휘하는 스크램블러 특성을 재현해 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R나인티와 마찬가지로 창조성을 발휘해 자신의 개인 취향에 따라 나만의 바이크를 만들 수도 있다. 다양한 순정 액세서리 부품을 더하면 더욱 클래식하게, 혹은 더욱 모던하게 바꿀 수도 있다. 하이마운트 된 배기시스템은 기존 모델대비 차체를 더욱 슬림하게 마무리한 느낌이다. 박서 고유의 두툼한 엔진음을 더욱 잘 살려 다듬었고 새로운 소음 규제도 만족하게끔 수정됐다. 대형 촉매 컨버터는 더욱 효율적으로 배기가스를 정화한다.

 

19인치 전륜 휠은 기존의 텔레스코픽 방식이긴 한데 전통적인 정립으로 바뀌었다. 전반적인 프레임과 섀시 능력이 유연하게 바뀌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강철 강관 프레임은 하중 요소로 복서 엔진을 이용하고 강성과 연성을 적절히 조절했다. 아스팔트 온로드 하드라이딩이 주제였던 로드스터와는 다른 세팅이 필요했기 때문.

 

스크램블러 또한 2인 승차가 가능하며 중립적인 핸들링 특성으로 더욱 다루기 쉽도록 개선됐다고 한다. 세팅 및 파츠 변경으로 오프로드에서도 스티어링 응답성이 부드럽고 노면충격을 잘 걸러내어 즐거운 라이딩에 지장이 없도록 한 것이다.

 

클래식 스타일의 이 모델은 앞 포크 오염을 막는 러버 포크 부츠를 장착해 더욱 멋스럽다. 정립식 텔레스코픽 포크는 최대 125mm로 움직이며 평범한 온로드 오토바이의 그것과 같다. 다만 후륜은 다른 복서 엔진 모델과 다를 바 없이 패러레버를 쓴 외발 스윙암 형태다. 서스펜션 및 댐핑은 중앙 스프링 스트럿을 통해 움직이고 작동 폭은 최대 140mm로 크지 않다.

 

주조 알루미늄 합금 휠은 앞 120/70-19, 뒤 170/60-17의 타이어가 달려있다. 후륜보다 전륜이 조금 큰 것은 노면이 불규칙한 오프로드에서 안정적인 스티어링 능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표준 ABS는 물론 제공되며 앞 4피스톤 캘리퍼, 메시 브레이크 라인도 기본이다. 디스크 구경은 320mm로 스포츠 바이크 수준이며 뒤는 265mm와 2피스톤 캘리퍼로 구성됐다.

 

적극적인 컨트롤이 편안한 스크램블러 특유 라이딩 포지션도 고스란히 구현됐다. 직립 상태의 상체 포지션을 유지한 좌석 위치는 거친 노면을 때때로 주행하는 스크램블러의 필수요소다. 핸들-좌석-발판의 인체 공학적 삼각형은 로드스터 모델인 원래의 R나인티보다도 안정감있게 설정되어 있다. 운전자 쪽으로 가까이 위치한 넓고 높은 핸들과 함께, 낮은 위치의 발판으로 편안한 하체 움직임을 유지해야 적극적인 컨트롤이 쉽다. 때로는 스탠딩 포지션을 취하기도 좋게 한 것이다.

 

스크램블러임을 표방하는 또 하나의 큰 포인트는 역시 고전적인 형태의 와이어 스포크 휠이다. 평범한 형태의 알루미늄 재질 온로드 휠도 나쁘지 않지만, 옵션 품목인 크로스 스포크 휠은 스크램블러의 특성상 여러 가지를 만족시키며, 튜브리스 타이어도 장착할 수 있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데 타이어 펑크를 두려워해서는 라이딩이 즐거울 리 없고, 이를 포기할 수도 없기 때문에 튜브리스 와이어 스포크 휠은 유용한 옵션이라 할 수 있겠다.

 

아날로그 디스플레이와 속도계가 잘 어울리는 스크램블러는 통합형 계기반으로 분위기를 더했다. 심플한 멋을 자랑하는 이 파츠 역시 순수하게 달리기 위한 정신을 간직한 스크램블러에 잘 어울리는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둥그런 원형 헤드램프 또한 그렇지만 스틸 재질의 연료탱크도 플라스틱 제품이 표현할 수 없는 높은 아날로그 질감을 가졌다. 연료 탱크 용량은17리터로 충분하며 우측 흡기 덕트에 걸쳐있는 알루미늄 커버와 양각 로고는 여전히 멋진 디테일이다.

 

시트나 핸들 클램프 등 다양한 디테일을 살펴보면 그동안 BMW모토라드가 만든 어떤 양산형 바이크보다도 공들였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모델을 보면 양산품으로써 고급재료를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노하우가 깃들어 있다. 메탈릭 모노리스 매트 컬러는 그러한 요소를 더욱 증폭시켜 준다.

 

BMW 모토라드가 만든 스크램블러는 현존하는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스크램블러라고 봐도 과언 아니다. 그저 달리는 기본에 충실하고 보이는 멋에 구속받지 않는 스크램블러 본래 목적에서 조금 벗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BMW모토라드만의 스타일로 현대판 스크램블러를 꽤 멋지게 복각해 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글 임성진 기자

제공 라이드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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