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대회인 그랑프리 모터사이클 레이싱은 경기에 참가한 선수는 물론 경주용 머신의 한계점을 넘나드는 박진감 넘치는 주행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경기 방식은 정해진 세계 각국의 레이스 트랙을 순회하며 진행되고, 연간 18번의 경기를 통해 총 득점 포인트로 순위를 결정한다. 대회는 배기량에 따라 모토3, 모토2, 모토GP 총 세 가지로 나뉘어 진행 된다.

경기에 참가한 여러 모터사이클 브랜드 중 스즈키는 올해 전 세계 로드 레이스 최고의 경기인 모토GP에 풀 체인지 된 2016년형 GSX-RR을 참전 시켰다. 예로부터 각 브랜드별 슈퍼 스포츠 바이크는 레이싱에 참가한 머신을 바탕으로 시판 차량을 제작해 판매해 왔다. 스즈키 GSX-RR 역시 스즈키의 슈퍼 스포츠 바이크 GSX-R 시리즈의 모태 역할을 한다.

이번에 도입된 GSX-RR은 기존보다 향상된 새로운 엔진, 프레임 등 스즈키 엔지니어들의 기술이 집약된 모델이다. 참고로 이미 진행됐던 2016 서울 모터사이클 쇼에서 41번 알렉스 에스파가로(Aleix Espargaro)의 실제 모토GP에서 사용되는 웍스 머신을 전시해 국내에서도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뉴 GSX-RR은 배기량 1000cc로 수랭 4사이클 병렬 4기통 DOHC 4밸브의 스즈키 레이스 DNA가 담긴 엔진을 사용한다. 최고 출력 240마력 이상으로 최고 속력은 330km/h을 웃돈다. 새롭게 제작된 알루미늄 트윈 스파 프레임을 채용하고, 휠베이스는 1,457mm, 프론트/리어 타이어는 17인치다. 전륜/후륜 올린즈 서스펜션을 적용했고, 브레이크 디스크는 브렘보 프론트 카본 디스크로터와 리어 스틸 디스크로터를 적용했다.

2016년 모토GP에 참전한 팀 스즈키 엑스타 참가 선수는 2011년 발렌시아와 프랑스 모터사이클 그랑프리 125cc 우승, 2012년 모토3 3위, 2013년 모토3 우승, 2014년 모토2 3위, 2015년 모토GP 12위라는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25번 마베릭 비날레스((Maverick Vinales)와 2012년 모토GP 12위, 2013년 모토GP 11위, 2014년 모토GP 7위, 2015년 모토GP 11위의 모토GP 경력자 41번 알렉스 에스파가로(Aleix Espargaro) 두 명이다.

스페인 출신인 두 선수는 기존에도 놀라운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2016년 모토GP 경기에서 스즈키의 새로운 웍스 머신 GSX-RR을 사용해 자신의 기록들을 넘어서는 성적을 보여줘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현재 4월 말 기준으로 모토GP는 18번의 경기 중 4차전까지 진행됐다.

모토GP 개막전은 3월 20일 카타르 로사일 서킷에서 치러졌다. 1차전 하루 전인 19일, 이번 퀄리파잉에서 마베릭 비날레스(Maverick Vinales)는 예선전 3위를 차지해 세간에 이슈가 됐다. 작년에 데뷔 시즌이었던 예선전에서 13위를 차지했던 것에 비교한다면 엄청난 결과였다. 실력 향상도 있었겠지만, 새로운 GSX-RR에 적용된 심리즈 기어 박스의 도입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이번 로사일 서킷 경기는 스즈키 팀이 처음으로 First Row(예선 상위 성적을 바탕으로 가장 앞줄에서 출발)에서 스타트한 경기였다.

팀 스즈키 엑스타의 동료 알렉스 에스파가로(Aleix Espargaro)는 아쉽게 예선 15위를 했다. 20일 본선 결과 역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마베릭 비날레스((Maverick Vinales)는 지난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을 올리면서 6위를 차지했다. 스타트 미스가 있어 아쉬운 경기 결과였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예견하는 자리가 됐다. 알렉스 에스파가로(Aleix Espargaro)는 15번 그리드로 출발해 시작부터 추격전을 벌이며 경기를 진행했다. 꾸준히 상위권 선수와 격차를 줄여 11위에 올라가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모토GP 2차전은 4월 3일 아르헨티나 리오 혼도 서킷에서 진행됐다. 퀄리파잉이 치러진 4월 2일 비날레스는 코스 컨디션이 좋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공격적인 주행을 보이며 예선전에 임했다. 아쉽게 개막전만큼의 성적은 아니지만 예선전 7위를 차지했다. 에스파가로는 1전에 비해 만족스러운 주행 모습으로 11위를 차지하며 자신감 회복과 상위권 자리를 향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3일 결승전 당일, 경기 초반부터 관객을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7번 그리드로 출발한 비날레스는 스타트 직후 5위로 진입, 이후 계속된 추격전으로 3위까지 진입했다.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전도해 리타이어 했다. 스즈키는 2008년 체코 브르노전 이후 첫 포디엄의 영광을 앞두고 있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작년 대비 상위권 선수들과 월등한 경쟁을 보여준 스즈키 머신은 관람객은 물론 세간에 강한 여운을 남겼다. 에스파가로 역시 2번째 바퀴에서 전도하며 부상을 당했지만 서둘러 서킷을 완주해 11위를 차지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2차전의 아쉬움을 품고 7일 후인 4월 10일 미국 오스틴 서킷에서 모토GP 3차전이 이뤄졌다. 이번 9일 예선전은 비날레스가 개막전만큼의 주행 컨디션을 보이며 순조롭게 5위를 차지했다. 에스파가로 역시 1, 2차전의 다소 부실했던 경기 내용을 충족시켜주는 주행으로 예선 9위로 마무리했다. 에스파가로는 기존의 성적으로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번 경기로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

결승전 경기에서 두 선수 모두 퀄리파잉의 만족스러운 컨디션을 이어갔다. 비날레스는 2015년 데뷔 이후 최고 순위 4위를 차지했다. 또한 2015년 모토GP에 복귀한 팀 스즈키 엑스타에게도 가장 큰 성과였다. 비날레스는 경기 중 타이어 그립력이 만족스러웠다면 포디엄에 오를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비추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에스파가로 역시 공격적인 추격전을 벌이며 5위로 마무리했다. 이번 3차전은 같은 팀인 두 선수가 상위권 순위를 위해 접전을 벌이는 장면이 연출되어 흥미진진한 경기 내용을 보여줬다.

팀 스즈키 엑스타의 선수들은 새로운 머신에 적응하는 시간이 적은데 비해 모토GP 3차전까지 보여준 경기 결과는 지켜보는 모든 이를 흥분시키기 충분했다. 최근 4월 24일 스페인 헤레스 서킷에서 열린 4차전은 지금까지 이끌어 올린 컨디션으로 분위기를 이어갔다. 23일 진행된 퀄리파잉에서부터 이번 경기의 결과는 나온 듯했다. 두 선수는 최고의 컨디션 상태로 경기를 치렀고 비날레스는 5위, 에스파가로는 6위로 예선 경기를 마무리했다.

계속된 경기 결과 상승세로 두 선수는 24일 진행될 결승전 포디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비췄다. 결승전은 예상대로 진행 됐다. 에스파가로는 스타트부터 공격적인 주행을 보이며 상위권 선수인 대니 페드로사(Daniel Pedrosa)를 끈질기게 쫓았다. 3차전부터 자신감을 회복한 에스파가로는 접전 끝에 5위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에 포디엄을 예상했던 비날레스는 주행 초반부터 한 단계 뒤쳐져 주행했다. 이후 리어 쪽 그립력 부족으로 본래의 공격적인 주행을 펼치지 못했지만 6위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2016년 펼쳐진 모토GP에서 보여준 팀 스즈키 엑스타는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한 경기 내용으로 관객에게 흥분과 기대감을 안겨줬다. 또한 새롭게 도입된 GSX-RR을 최적의 단계로 세팅하고 있는 단계지만, 새로운 웍스 머신으로 두 선수는 자신의 최고 기록을 넘는 경기 성적을 만들 수 있었던 것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는 곧 브랜드의 기술력을 인정받음과 동시에 양산차에 도입될 완성도 높은 레이스 DNA를 의미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대부분의 양산형 슈퍼 스포츠 바이크는 세계적인 모터사이클 경기에서 테스트와 경기 결과로 이뤄낸 결과물인 웍스 머신을 모태로 사용한다. 이번에 많은 부분이 풀 체인지 되어 돌아온 GSX-RR 역시 우리가 만나게 될 GSX-R 시리즈의 모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지금도 세계적인 내구 레이스에서 꾸준히 인정받아온 스즈키지만 거기에 세계적인 로드 레이스 경기에서도 포디엄에 올라갈 수 있다면 지금의 브랜드 가치는 배가 될 것이 확실하다. 현재까지의 경기 내용으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모토GP에 복귀한지 1년이란 짧은 시간이지만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스즈키 레이스 DNA를 이어받아 완성된 GSX-RR이 있기에 그 가능성은 더욱 확실해 보인다. 남은 경기는 물론 곧 있을 모토GP 5차전에서 스즈키 팀이 포디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또한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로 관심이 집중된 GSX-RR로 상용화될 GSX-R 시리즈 역시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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