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이미 네 바퀴 자동차 대한 향후 계획을 MINI와 롤스로이스 비전 콘셉트를 통해 내비쳤다. 이번에는 BMW의 근본인 모터사이클 제작에 대한 향후 100년을 기획했다. 콘셉트 비전 넥스트 100(VISION NEXT 100)은 그들의 시야가 어디까지 뻗쳐있는지 증명한다.

향후 100년에 대한 그들의 관점은 분명하다.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된 세상에서 모터사이클이 디지털 시대를 관통해 순수한 아날로그 경험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관철. 지금 보고 있는 이미지가 바로 결과다. 

‘당신의 모터사이클이야말로 일상에서의 위대한 탈출이 될 것이다’라는 BMW 모토라드 디자인 총괄 Edgar Heinrich의 말처럼 모터사이클은 여전히 일상으로부터 탈출하는 흥미로운 도구가 될 것이다. 

콘셉트 모델이 보여주듯, 진일보된 기술로 인해 가까운 미래의 모터사이클은 짜릿한 경험을 주면서도 라이더는 지금보다도 더 큰 해방감 속에 라이딩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라이더 프리’다. 

미래의 모터사이클은 자이로 기술의 혁신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중심을 잡고 결코 넘어지지 않기 때문에(기울기는 하지만), 예를 들면 헬멧이나 글러브같은 모터사이클용 보호 장비를 착용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셀프 밸런싱(Self-balancing) 기술이 그 중심에 있다. 달릴 때는 물론, 잠시 정차할 때나 심지어 장시간 주차할 때도 스스로 두 바퀴만으로 올곧이 서 있을 수 있다. 꿈같은 이야기 같겠지만 실은 이미 이런 기술을 적용한 프로토타입 모터사이클이 나와 있다. 

이런 기술이 양산형 바이크에 도입된다면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인구는 확연히 늘어날 것이다. 모터사이클을 처음 타거나 특별한 라이딩 기술이 없다 하더라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될 수 있다. 

영상에 보듯, 동력 장치는 무공해다. 배출 가스는 일체 없다. 물론 전기 기술일 것으로 추측된다. 재미있는 점은 여전히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박서 엔진의 모양을 그대로 살렸다는 것. 마치 내연기관에 대한 오마주처럼 보인다. 전기 동력을 끊었을 때 공기 역학 요소를 담아 엔진 형태의 디자인을 더 매끄럽게 다듬었고, 더불어 라이더를 보호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기본 형태는 상징적인 1923년식 R32의 삼각형 프레임 구조를 살렸다. 프레임의 표면은 매트 블랙 직물로 덮었고, 플렉스프레임(Flexframe) 시스템으로 조향을 비롯한 뼈대의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어퍼 프레임이나 시트, 윙 등의 일반적으로 주행에 필요한 요소는 카본으로 만들어졌고 도로 주행 형식을 위한 긴 LED 램프가 달려있다. 

BMW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모든 것을 라이더가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모터사이클과 라이더를 상호 연결할 수 있다고 했다. 모터사이클 지능형 시스템의 완성체를 그린 것이다. 

예를 들어, 모터사이클이 센서를 통해 감지한 도로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앵글이나 주행 라인을 설정해 안내하고 유도하지만, 만약 라이더가 반응하지 않으면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데 차질이 없도록 모터사이클 스스로 이상적인 속도와 기울임, 주행 라인을 판단해 달린다. 

BMW가 제안한 이 콘셉트 모델은 진정한 의미의 미래형 이륜자동차다. 이런 것을 두고 혁신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최신 스포츠 바이크에 적용되어 팔리고 있는 관성 측정 장치(IMU) 기반 뱅킹 감응형 트랙션 컨트롤/ABS, 윌리 컨트롤 등의 수동적 기술보다도 훨씬 앞서 나갔다. 반면 모터사이클을 일상의 탈출 수단이라고 표현하면서 모든 상황을 ECU에게 맡기는 듯한 상황을 그린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물론 모터사이클 위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일상을 탈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모터사이클을 타면서 느끼는 행복감이란 시원하게 바람 쐬는 일 외에도 많은 것으로부터 온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조종하는 재미와 생명체가 숨 쉬는 듯한 엔진음, 그리고 덜컹거리는 진동조차도 뒤섞인 복합적인 것이다. 

당연하겠지만 이와 같은 자율 주행 기능은 사용자가 원하면 거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보면 계속 진보하다가도 어느 시점이 되면 다시 돌아오고 싶을 때가 올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머릿속에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체화해 ‘그럴 법한’ 제품으로 표현했다는 것은 박수를 칠 만하다. 단순히 SF에 나올법한 매끈한 차체에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넣은 푸른색이나 친환경 컬러인 연두색을 적당히 칠한 바디워크, 거기에 바퀴만 두 개 달아놓은 흔한 결과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적어도 스스로 지켜온 박서 엔진 플랫폼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난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좋아하는 전통적인 라이딩 방식을 유지한 채 위화감 없이, 더 많은 사람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느껴진다. 이런 것이야말로 아직 접하지 못한 내일을 미리 볼 수 있는 ‘콘셉트’ 모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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