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그만 시리즈는 스즈키를 대표하는 스쿠터 라인업이자, 안락함의 대명사이다. 오랜 시간 변화 없이 다양한 라인업으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고, 주로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이보다는 믿음직한 주행성을 선호하는 30대 이상에게 선택받아왔다. 

125, 200, 400, 650으로 구성된 버그만 시리즈 중에서도 400은 그 중심에 있다. 스포츠,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스즈키의 최근 방향성에 맞추기 위해서일까?

아니면 더 이상 같은 콘셉트로 밀어붙이기에는 시장성에 한계를 느껴서일까? 버그만 400은 신형으로 풀 체인지되면서 한눈에 봐도 훨씬 세련된 인상으로 바뀌었다.

신형은 ‘버그만 쿠페’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콘셉트로 새롭게 디자인됐다. 과거의 디자인도 나름의 날렵함과 독특함이 있었지만 좀 더 작고 매끄러운 면을 사용해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과거형은 웅장한 차체로 복잡한 곡선과 화려함이 살아있었다면, 신형은 선과 면의 사용이 훨씬 간소하다. 한 마디로 심플하고 콤팩트하다. 그러면서도 전반적인 실루엣이나 디테일을 보면 여전히 날카롭다.

헤드라이트와 리어 콤비네이션 라이트도 모두 LED로 바뀌었다. 이제는 LED 헤드라이트가 대세가 됐다. LED 헤드라이트는 더욱 맑고 밝은 프론트 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버그만은 데일라이트 역할을 하는 LED 라인이 헤드라이트 테두리를 따라 이어져 특유의 정체성을 발휘한다. 좌/우 모두 동시 점등되는 타입으로 밝고 선명한 광량을 자랑한다.

엔진은 업그레이드됐다. 제원상 399cc 수랭 4스트로크 DOHC 단기통이다. 퓨엘 인젝션 엔진이며 저 중속 토크와 파워가 강해졌다. 스즈키는 특히 싱글 라이딩뿐 아니라 텐덤 라이딩에도 충분한 파워를 자랑한다고 설명한다.

새로운 5리터 에어클리너 박스는 기존보다 커졌고, 스로틀 리스폰스를 개선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교통 체증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

버그만400은 신형 스즈키 모델과 마찬가지로 이리듐 스파크 플러그를 순정 채용해 연료 효율을 높였다. 또 아이들링 스피드 컨트롤을 여전히 탑재했고 CVT는 부드러운 반응성으로 변속충격이 없는 쾌적한 라이딩 성향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한다.

가볍고 날씬한 섀시는 운동성에 도움을 준다. 전작의 크기에 비하면 작고 콤팩트한 차체로 도심에서의 기민한 핸들링을 추구했다. 

새로운 ABS 컨트롤 유닛은 무게를 크게 줄였고 다양한 외장 파츠도 크기를 줄이거나 무게를 줄이는 방향으로 제작했다. 프레임 또한 강도를 높여 어느 속도에서나 몸놀림을 더욱 단단하고 예리하게 다듬었다. 

새로운 디자인의 시트는 얼핏 보기에 더 작아진 것 같지만 오히려 승차감을 높였다. 쿠션 두께를 20mm 키웠기 때문이다. 더블 스티치된 시트는 보기에도 완성도가 높아 보이고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프론트 서스펜션은 41mm 텔레스코픽이다. 110mm로 움직이는 스트로크를 가졌고 뒤는 링크 타입 모노 쇽 서스펜션을 가졌다. 7단계로 스프링 프리로드를 조절할 수 있고 엔진 아래로 마운트되어 차체에 가려져 있다. 

프론트 휠은 15인치로 14인치였던 이전형에 비해 1인치가 커져, 다양한 굴곡진 노면에 대응하기 좋다.  

윈드 스크린은 변경된 프론트 페어링 디자인에 맞춰 더 작고 간소해졌다. 최소한의 크기로 주행풍을 흘려보내며 깨끗한 시야를 보여준다.

이전 버전은 거의 옵션 부품에 가까운 대형 크기와 형상으로 만족감을 주었지만 스포티한 맛이 떨어졌는데, 신형은 트렌드에 맞게 짧고 심플한 디자인으로 구성했다.

브레이크 디스크는 앞 260mm 더블이며, 뒤는 210mm 싱글이다. ABS가 기본 장착되어 있으며 닛신에서 제공받았다. 키 셔터를 기본 채용한 이모빌라이저도 그대로다. 도난 방지용 키 셔터는 자사 저배기량 스쿠터와 같은 방식이며 간단하게 키로 작동할 수 있다.

풋 보드는 정차 시 발을 내리기 편하도록 움푹하게 파여 있다. 스즈키가 즐겨 사용하는 방식으로 주행에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도 손쉽게 발착지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구형은 시트높이가 무척 낮았는데 신형으로 오면서 40mm를 높여, 주행 시 무릎이 좀 더 내려가고 상체 포지션 또한 핸들로부터 가까워졌다. 등받이는 운전자 신체 길이에 따라 15mm에서 30mm까지 앞 뒤로 조절할 수 있다.

빅 스쿠터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시트 밑 수납공간이다. 아쉽게도 전작에 비해 공간이 조금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동급 중에서는 밀리지 않는 사이즈다. 전작이 너무 컸던 것 같기도 하다. 신형은 풀 페이스 헬멧 1개와 오픈페이스 헬멧 1개가 들어간다. 용량은 수치상 42리터다.

프론트 글로브 박스는 각각 2.8리터와 3.5리터로 충분하다. 12볼트 DC 아웃렛이 기본 장비돼 있으며 파킹 브레이크도 작동할 수 있다. 

멀티 펑션 계기부는 신형 버그만 시리즈 디자인과 닮아있다. 아날로그 계기반을 기본으로 가운데 디지털 창에 다양한 운행 정보를 표시한다. 특히 신형은 엔진 회전수 등 연비 주행 여부를 체크해 ECO 램프가 점등되는 기능이 추가됐다. 이 램프는 운전자로 하여금 연비 운행을 유도하는 정도의 기능이라고 보면 된다. 

버그만400에는 옵션품으로 투어링 윈드 스크린과 톱 케이스, 히팅 그립과 너클 가드 등을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신형 히팅 그립은 버튼 부 디자인이 훨씬 작고 세련된 것으로 바뀌었다. 액세서리를 활용해 기존 버그만400 리미티드 에디션이 갖췄던 풀 옵션 사양으로 다시 꾸밀 수도 있다. 

색상은 메탈릭 매트 블랙, 펄 그래시어 화이트, 메탈릭 매트 그레이 세 가지로 발매된다. 버그만 특유의 중후한 이미지를 약간 희생하는 대신, 스포티하고 콤팩트한 방향으로 트렌드를 따른 신형 버그만 400. 

쿠션을 높인 시트 등 여전히 안락함이 우선인 것은 분명하지만, 최신 트렌드나 스쿠터 특유의 기동성을 놓치지 않은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본다. 그간의 판매량만으로도 충분한 상품성이 보장되고 있는 데다 오랜 시간을 뚫고 업데이트된 산뜻한 디자인으로 어필한다면 기존 시장에서의 반응도 호의적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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